현대차, 자율차 연구 4년...2兆 투자 합작법인으로 결실?

[이슈진단+] 앱티브와 협력 맺어..저가형 자율차 개발 과제

카테크입력 :2019/09/24 11:01    수정: 2019/09/24 17:15

현대자동차그룹이 23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 앱티브와 자율주행차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본 계약을 미국 뉴욕에서 체결했다. 이번 계약 체결식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케빈 클락 앱티브 CEO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현금 16억달러(한화 약 1조9천100억원) 및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달러(한화 약 4천800억원) 가치를 포함 총 20억달러(한화 약 2조3천900억원) 규모를 출자한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차 합작법인에 2조 넘게 투자한 것은 지난 4년간 집중해온 자율주행차 개발 역량의 결실을 맺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앱티브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폭우에도 견디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선보였다. 당시에는 레이더 센서 오류로 자율주행 시연을 멈춰야 했던 업체들이 있을 정도였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4년간 어떤 자율주행차 기술을 선보였는지 알아보고, 상용화를 위한 앞으로의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좌측)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사진 우측) 등 양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주행 S/W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자율차 개발 신호탄 알린 제네시스 DH 자율주행차

현대차그룹의 자율차 투자와 연구 역량 개발의 시작은 지난 2015년 11월부터 시작된다.

이때 현대차그룹은 운전자 없는 제네시스 자율주행차의 일반 도로 시연과 미국 네바다 주 자율주행차 면허 취득 등 총 두 가지의 큰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제네시스 DH(현 제네시스 G80 이전 모델) 자율주행차는 지난 2015년 11월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미래성장동력 챌린지 퍼레이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제네시스 DH 자율주행차는 전면 통제된 영동대로에서 주행 차선 유지, 서행 차량 추월, 기존 차선 복귀 등 실제 주행 환경 속에서 적용 가능한 기술을 구현했다. 운전자가 직접 개입하지 않고 차량 스스로 지형 지물과 통신 환경 등을 고려해서 주행한 것이다.

가장 크게 주목됐던 것은 깔끔한 외관이었다. 차량 주변에 레이더, 라이다 등 부가적인 장치들이 장착됐지만, 멀리서 봤을 때 일반 차량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현대차는 당시 제네시스 DH 자율주행차에 측방 물체 감지에 용이한 레이저 스캐너 및 레이더, 보행자, 차선 감지를 위한 카메라, DGPS(Differential GPS) 수신기등을 탑재시켰다고 설명했다.

기존 모델보다 큰 차이점이 없어보이는 제네시스 자율주행차 외관 (사진=지디넷코리아)
제네시스 자율주행차 뒷편에는 DGPS 수신기가 탑재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보행자 인식 기술 시연중인 현대차 제네시스 자율주행차 (사진=지디넷코리아)

DGPS는 인공위성으로부터 지상의 GPS 수신기로 송신되는 정보의 오차를 줄이기 위한해 기술이다. 기존 GPS 신호보다 보정된 신호 수신이 가능해 정밀한 위치파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한 단점은 GPS 방식에 비해 10배 이상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레이더나 라이다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부가 장치도 가격 자체가 너무 바싸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제네시스 DH 자율주행차는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개발 신호탄이나 다름없었지만,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필요한 여러 도전 과제가 남아있다는 점을 알려줬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 시연 이후 한 달이 지난 2015년 12월에 미국 네바다 주에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FCEV)와 쏘울 전기차(EV) 4개 차량에 대해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시험할 수 있는 운행 면허를 획득했다.

면허를 획득한 자율주행 차량들은 현대차그룹이 독자 개발에 성공한 ▲구간 자율주행 ▲교통 혼잡 구간 자율주행 ▲비상 갓길 자율 정차 ▲협로 주행 지원 등의 지능형 고안전 자율주행 기술 등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돌발 상황 발생 시 대처해야 할 V2X 통신 기술 마련 등 세부적인 기술은 아직 마련을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중의 기대와 우려 속에 현대차그룹은 2015년 12월 제네시스를 별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만들고 이 때 브랜드 내 최초 플래그십 세단인 EQ900를 공개했다.

제네시스 EQ900 (사진=씨넷/현대자동차)

EQ900은 현대차그룹 최초로 고속도로 주행보조(HDA)이 탑재됐다. HDA는 내비게이션 기반으로 작동되는 주행보조 기능으로 앞차와의 간격조절과 차선 중앙 유지 등을 돕는 기술이다. 특히 정체 구간에서도 일정 시간동안 스티어링 휠 조향보조를 도울 수 있어, 운전의 피로감을 덜어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HDA는 완전 자율주행이라고 평가받는 기술은 아니지만,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미래 자율주행 기술 방향성을 제시해준 ADAS로 평가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이후 중형 세단과 소형 SUV까지 HDA 기능을 확산시켰고, 올해 연말 시장에 투입되는 제네시스 첫 SUV GV80 등에 자동 차선 변경이 가능한 HDA2 기술을 탑재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자율차 집중 투자 원년 된 2017년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6년 6월 부산모터쇼에서 스마트워치로 호출되는 기아차 쏘울 EV 자율주행차를 선보인데 이어, 2017년 CES에서는 스스로 도로의 지형지물과 보행자 움직임까지 파악할 수 있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토대로 오는 2030년에 완전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겠다는 로드맵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현대기아차 스스로 자율주행차를 만들 능력이 될까에 대한 의문점은 존재했다.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가 80억달러를 들여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Harman)을 인수하면서, 자동차 업체들의 위기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평가 속에 현대차그룹은 삼성전자 전략기획 출신인 지영조 전략기술본부 사장 등을 적극 활용했다. 전략기술본부는 2017년 신설된 부서로 미래 혁신기술 분야 육성을 담당하는 곳이다.

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현대차그룹은 전략기술본부 산하 직원들에게 해외 출장을 독려하며 최신 자동차 산업 트렌드를 파악하라는 미션도 내렸다.

현대차그룹은 또 같은해에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설립했다. 또 자율주행 인력 강화를 위해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선행기술 및 소프트웨어 전문가 ▲친환경 배터리 전문가 ▲제네시스 마케팅, 전략지원 전문가 등의 인력을 채용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준비는 수많은 글로벌 회사들과 협력하고 투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Intel) 및 엔비디아(NVIDIA)와 협력하는 한편, 중국의 바이두(Baidu)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 5월 부터는 고성능 레이더(Radar)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다(LiDAR)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 전략투자하고 협력을 강화했다.

또 올해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기술 전문 기업 '오로라(Aurora)'에 전략투자했고, 현대모비스는 지난 7월 러시아 최대 IT기업 얀덱스(Yandex)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개하고, 러시아 전역에서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오로라 드라이버'가 탑재된 현대차 넥쏘 (사진=현대차)

■2년 늦은 현대차 자율차 투자..저가형 자율차로 해법 찾나

앱티브 관계자는 현대차와의 합작법인을 설립한 이유 중의 하나로 현대차의 끊임없는 자율주행차 개발 역량을 손꼽았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는 지난 2017년 미국 CES 현장에서 대중 앞에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는데, 도심 환경속에서도 높아진 수준의 자율주행 시연을 선보였다”며 “또 지난 평창올림픽 기간에서는 넥쏘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를 선보여, 서울부터 평창까지 190km 구간을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할 수 있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앱티브는 현대차와의 합작법인 설립 배경 중 하나로 지난 2015년 진행된 현대차의 네바다 주 자율주행 테스트를 손꼽았다.

하지만 현대차와 앱티브의 합작법인 설립은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비해 약 2년 정도 늦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구글 자율주행차 개발 총괄 출신 크리스 엄슨 오로라 CEO(사진 좌측)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CES 2018 간담회 무대 '넥쏘' 차량 앞에서 악수를 하는 포

미국 GM은 지난 2016년 3월 11일 미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아예 인수했다. 단순한 투자나 협업 체계 구축을 위한 MOU가 아닌 독자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한 GM은 1년새 자율주행 관련 신규 일자리를 1천개 이상으로 확대했고, 올해 1월에는 스티어링 휠 자체가 아예 없는 볼트 EV 기반 자율차 ‘크루즈 AV'의 실내사양을 공개했다. 웨이모 등의 글로벌 업체들도 자율주행 상용화에 이미 성공하는 등,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이같은 기술 격차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가진 시급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저가형 자율주행 개발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이미 이같은 전망에 대한 계획을 전한 바 있다.

이진우 현대차그룹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 상무는 지난 2017년 5월 26일 오후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린 ‘대학생 자율주행차 경진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미래 자율주행차 개발 청사진을 밝혔다.

이 상무는 현대차그룹 자율주행차 킬러콘텐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앞으로 고가형 자율주행차가 아니라 모든 소비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저가형 자율주행차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며 “크게 비싸지 않는 자율주행차 센서를 해당 차량에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자율차 개발이 코딩과 소프트웨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1월 경기도 현대차그룹 마북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경제부총리 현대차그룹 현장소통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8을 다녀오니 상당 기술 속도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주행차 활성화와 공장 스마트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코딩, 소프트웨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부회장은 “협력사들이 새로운 기술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합작법인은 어떻게 운영되나

현대기아차는 내연기관차는 물론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을 합작법인에 공급해 원활한 자율주행 연구 및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지원하고, 기존에 앱티브가 펼치던 로보택시 시범사업에도 현대기아차 차량으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앱티브 자율주행사업부가 운영하던 기존 연구거점들은 신설 합작법인에 그대로 존치되며, 추가로 국내에도 연구거점을 신규 설립, 국내 자율주행 기술력도 ‘퀀텀 점프’ 수준의 성장을 이룰 발판이 될 전망이다.

또한 5G 통신, 인공지능 등 국내 관련 산업과의 협업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면서 4차산업 혁명과 고부가가치 산업의 동반 성장을 견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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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합작법인은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을 목표로 한다.

합작법인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하게 되고, 추후 설립 인허가, 관계당국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중 최종 설립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