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지역 채널, 지역방송으로 지위 바뀌어야”

국회 세미나...유료방송 M&A 속 지역미디어 강화방안 모색

방송/통신입력 :2019/09/20 16:34    수정: 2019/09/20 16:35

지역 미디어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케이블TV 사업자가 운영하는 지역 채널을 ‘지역 방송’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 KBS·MBC 등 지상파 방송사에 한정됐던 ‘지역 방송’ 범주에 케이블TV의 지역 채널을 포함해 지역민 중심의 미디어 환경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용준 전북대학교 교수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무너진 지역미디어 생태계 조성 방향 정책 세미나’에서 “지역의 여론을 형성하고 지역민에 밀접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 미디어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며 “지역 미디어 생태계를 위해 지역 지상파방송사만 수행해왔던 공적 역할을 케이블TV의 지역 채널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일 국회에서는 ‘무너진 지역미디어 생태계 조성 방향 정책 세미나’ 현장 모습.

■ 지역 채널은 왜 방송이 돼야 하나

지역 미디어는 서울 외 지역에서 지역민을 위해 제공되는 방송 및 콘텐츠를 일컫는다. 지역 KBS·MBC 등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사업자(SO)가 운영하는 지역 채널 등이 지역 미디어에 해당한다.

지역 지상파 방송사와 SO의 지역 채널은 지역에서 발생한 이슈 및 지역민 밀착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법적 성격에서 차이가 있다. 지역방송특별법상 ‘지역 방송’은 특별시 외의 지역을 방송구역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으로 한정된다. SO의 지역 채널은 부가 서비스로 취급되며, 방송법에 따라 지역 보도 외 특정사안에 대한 해설·논평 등이 금지된다.

SO의 지역 채널을 지역 방송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은 기존 지역 방송인 지역 지상파방송사가 위기라는 점에서 시작된다. 지리적 경계가 사라지는 미디어 환경 변화와 온라인동영상(OTT) 등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경영난이 본격화됐고, 회복을 위해 지역 방송에 재원을 줄이면서 지역 미디어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지적이다.

이에 지역 미디어로서 역할을 해왔지만, 방송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지역 채널’의 지위를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지역방송의 역량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케이블방송 지역 채널의 의무와 역할은 확대되고 있다”며 “지역방송에 대한 확정이 필요하며, 지역 밀착형 미디어로 자리매김한 지역 케이블방송의 위상과 역무를 포함한 지역방송의 정의 등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유료방송 M&A 속 ‘지역 채널’은 어떻게?

지역 미디어 활성화를 위해 SO의 지역 채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는 견해차가 크지 않지만, 유료방송 시장이 IPTV를 중심으로 통합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지역 채널을 운영할 의무가 없는 IPTV가 지역 SO를 인수·합병할 경우, 기존 SO의 지역 채널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용준 교수는 “IPTV가 케이블TV를 인수한 이후에는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역 채널이 자연스레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케이블TV의 지역 채널을 공적 영역으로 지정하면서, IPTV에도 지역 채널을 의무적으로 편성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IPTV를 서비스하는 이동통신 3사가 지역 채널을 활용해 자사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강혜란 여성민우회 대표는 “IPTV와 케이블TV 인수합병 이후 지역 채널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 채널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다만 IPTV 산하에 지역 채널이 들어갈 경우 각종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IPTV가 지역 채널을 보유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지역 채널 독립성 보장과 경영 분리 등이 제시됐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 전문위원은 “IPTV의 인수합병 움직임과 관련해 지역 채널의 독립성 보장과 경영 분리 기능을 입법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전제된다면 정부에서 지역 채널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을 관할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SO의 지역 채널이 보호되고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관련기사

강도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은 “IPTV 사업자와의 M&A 심사에서도 지역 방송 운영 계획 및 지역 콘텐츠 투자 계획 등을 철저히 검토할 것”이라며 “IPTV 재허가 심사과정에도 지역 미디어 기여 항목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유료방송발전방안과 현재 논의 중인 유료방송사후규제개선방안 등을 통해 모든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역성을 구현할 책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지역 미디어가 보호될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