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EV세상] '국민의 제안' 반박한 자동차산업연합회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검토 제안에 대안 제시 못 해

데스크 칼럼입력 :2019/09/19 16:04

국내 6개 자동차 단체(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자동차부품연구원,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한국자동차공학회)가 모인 자동차산업연합회가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시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국민의 의견을 정면 반박했다. 국민의 제안에 대한 대체 방안 제시보다, 경제적인 요인만을 내세우며 미래차 R&D 대책안 등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시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은 국가기후환경회의 ‘국민정책제안’으로부터 나왔다. 학계 전문가와 일반인 등 총 500여명이 공통된 생각이 전달된 것이다.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이 제안은 이달 말 국가기후환경회의 본회의를 거쳐 다음달 초 정부에 공식 제안될 예정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18일 12페이지 분량의 ‘국가기후회의 국민정책제안에 대한 건의’ 보고서를 미디어 등을 대상으로 배포했다. 사실상 국민의 제안을 반박하는 내용의 보고서다.

우선 자동차산업연합회는 테슬라 모델 3와 메르세데스-벤츠 C220 디젤 모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교 데이터를 보고서 가장 앞쪽에 내세웠다. 이 자료는 독일경제연구소의 보고서 일부 내용이 인용된 것이다.

테슬라 모델 3는 주행단계에서 km당 83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한편, 벤츠 C220 디젤 모델은 117g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디젤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여기서 배터리 생산 및 재활용과 관련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서로 비교했다. 테슬라 모델 3는 여기서 73에서 98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벤츠 C220 디젤은 배터리가 없기 때문에 0g으로 측정됐다. 오히려 원유를 시추할 때 나오는 C220 디젤 배출량이 24g에 불과하다는 것이 자동차산업연합회의 설명이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전기차가 아이오니티 충전인프라 충전중인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 수소전기차 넥쏘(사진 왼쪽), 아우디 수소 콘셉트카 H-트론 콘셉트 (사진 오른쪽) (사진=지디넷코리아)

결국 세 가지 테스트 항목을 서로 비교해보면, 테슬라 모델 3가 벤츠 C220d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여기서 구체적인 주행환경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했다. 두 차종의 친환경 타이어 탑재 여부, 고속도로 주행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 도심 주행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이 제시돼야 구체적인 데이터 성립이 완성된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구체적인 데이터 제시 없이 내연기관차를 옹호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최근 신차는 노후차 대비 미세먼지 배출량이 90% 이상 저감됐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저감돼 미세먼지 배출량 감소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는 것이 연합회의 주장이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이를 뒷받침해줄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 3년 이내 출시된 가솔린 또는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데이터 등의 자료도 모으지 못 한 상황이다. 최근 출시되는 디젤 차량의 경우 유로6 등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지만, 이같은 기준이 충족된 디젤엔진이 친환경적인지에 대한 검증이 국내에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디젤 차량을 중심으로 발생된 BMW 화재 사건 등 디젤에 대한 안전 이슈가 커졌는데도,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오히려 해당 엔진을 옹호하는 입장을 내세웠다. 내연기관 차량 생산 중단에 대한 국민의 포괄적인 의견에 너무 모순된 반응을 보인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 시내를 누비게 될 넥쏘 수소전기택시 (사진=지디넷코리아)

자동차산업연합회는 또 국민의 제안에 대해 “중국 전기차 산업을 도와주는 정책으로 변질될 수 있고, 국내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회가 이렇게 주장한 이유는 바로 전기 상용차와 연관된다. 이미 화물트럭과 버스 분야에서 중국 브랜드 차량의 보조금 혜택 규모가 많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중국과 맞대응할 수 있는 국내 중소형 전기차 업체 육성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창모터스, 파워프라자, 쎄미시스코 등이 전기화물차 개발에 나서고 있고, 에디슨모터스의 경우 서울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 자체 제작한 전기버스를 납품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미 우리나라 업체들의 글로벌 전기 승용차 시장 입지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8월 자동차 산업 동향 보고서를 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전기차 수출대수는 4만1천607대로 전년 누계 대비 147.3% 증가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67.2% 늘어난 1만9천12대를 기록했고, 최근 정부가 육성하고 있는 수소전기차는 377.8% 늘어난 516대를 나타냈다. 정부가 친환경차 육성에 필요한 정책을 강화하면, 얼마든지 국내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차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 것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국가 핵심 자동차 기관 연합체인 만큼,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연기관차량 판매 중단 검토가 비현실적이라면, 순차적으로 전기차, 수소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도입 필요성과 연구개발 능력 확대 방안을 보충해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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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대안이나 발전방안 없이 반박에만 초점을 뒀다. 특히 중국 관련된 내용은 국민의 목소리에 대응하는 차원이 아닌, 정부 핵심 관계자와 국회 등의 개선을 요구하는 핵심자료로 쓰였어야 한다. 국민의 제안은 중국 전기차 판매 대수 상승보다는, 단순하게 우리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보여주기 위한 인식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자동차산업협회를 통해 중국 관련 내용 언급을 왜 했는지에 대한 질의를 보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이에 대한 답변을 아직까지 내놓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