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유튜브 구독자 100만 돌파'가 놀라운 이유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롱폼 저널리즘이 통했다

인터넷입력 :2019/09/17 17:06    수정: 2019/09/18 17:1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누적 시청 시간도 10억 분에 이르렀다.

가디언은 메인 채널 외에도 가디언 뉴스(52만7천), 가디언 풋볼(13만4천), 오웬 존스 토크(12만9천) 같은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까지 합하면 전체 구독자 수는 200만명을 넘는다.

물론 유튜브 채널 구독자 200만명이 깜짝 놀랄 수준은 아니다. 구독자 수 천 만 명을 자랑하는 유명 유튜브 채널도 적지 않다. 언론사 중에서도 폭스뉴스(350만), 씨넷(228만), 뉴욕타임스(215만) 등은 가디언보다 구독자가 훨씬 많다.

가디언 유튜브 채널.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디언의 유튜브 채널 전략이 주목 받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다. 가디언은 탐사 보도물과 다큐멘터리 같은 묵직한 영상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짧은 영상’이 통한다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면 가디언 유튜브 전략의 핵심은 뭘까? 미디어 전문 매체 디지데이가 가디언 비주얼 저널리즘 책임자의 입을 빌어 이 부분을 잘 정리했다.

■ '다큐멘터리-해설 등 긴 영상 반응 좋아"

크리스티안 베넷 비주얼 저널리즘 담당 편집자는 “편집 관점에선 우리에게 유튜브는 독자를 만나는 또 다른 장소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여기엔 또 다른 전제가 따라 붙는다. “그들(독자들) 방식대로 만나는 곳”이다.

하지만 가디언은 구독자 수에 지나치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저널리즘을 제대로 보여주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 7월말 ‘검게 보여야만 흑인인 것은 아니다’란 다큐멘터리 영상 기사를 업로드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있는 한 작은 마을의 복잡한 인종 정체성을 다룬 탐사 보도 기사였다. 7분 분량인 이 영상은 한 달만에 누적 조회사 100만 회를 돌파했다. (9월 17일 현재 119만).

지난 해 6월 업로드된 ‘함정(The Trap)’은 대표적인 탐사 보도 영상물이다. 여죄수들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실태를 고발한 기사다. 이 기사는 1년 만에 조회수 604만에 이를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6부작으로 구성된 ‘현대 남성성(Modern Masculinity)’ 시리즈는 특히 젊은 층에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가디언 측이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시리즈는 총 조회수 136만회, 총 시청 시간 725만 분에 이르렀다. 특히 좋아요 6만6천개, 공유 1만700회, 댓글 8천 건에 이르는 등 이용자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현대 남성성'을 소재로 한 시리즈물은 특히 젊은 층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사진=가디언 유튜브 채널 캡처)

디지데이에 따르면 가디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지난 해 급속하게 증가했다. 그런데 지난 해 영상 업로드 건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업로드된 영상의 평균 길이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9월 사이엔 1분 이내 짧은 영상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작년 9월 이후엔 20분을 웃도는 긴 영상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현재 가디언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중 분량이 20분을 넘는 것은 총 315건이라고 디지데이가 전했다.

특히 가디언 유튜브 채널은 지난 7월 좋아요와 댓글을 합한 참여 지수가 그 동안 평균치의 3배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 길이보다 더 중요한 건 충실한 내용과 스토리텔링

이런 수치들은 가디언의 ‘롱폼 저널리즘’이 유튜브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모바일 세대는 ‘짧은 기사’나 ‘짧은 영상’을 주로 찾는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하지만 가디언 유튜브 채널은 이런 공식이 절대 진리는 아니란 사실을 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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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다큐멘터리, 해설, 그리고 뉴스 기획물 등이 유튜브 플랫폼에서의 성공을 견인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영상 저널리즘에서도 ‘적절한 길이’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써야 할 것은 ‘충실한 내용’과 ‘몰입시킬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가디언의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가 도드라져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