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EV세상] 자율주행차 아닌데 왜 자율주행차라고 부르는가

주행보조와 자율주행 용어 구분 명확히 구분돼야

데스크 칼럼입력 :2019/09/13 09:16    수정: 2019/10/01 06:49

추석 연휴 기간에 자동차를 장시간 운전하다 보면 피곤할 수 있다. 이 때 휴게소나 졸음쉼터에서 휴식하면 좋지만, 그럴 상황이 되지 못하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를 작동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같은 기능은 운전자의 주행을 자동차가 알아서 도와주는 ‘주행보조’로 불린다.

하지만 이 ‘주행보조’ 기능이 ‘자율주행’ 기능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통신사 등 일부 언론사들이 자율주행에 대한 정의를 잘못 내려 대중의 혼란을 주는 경우가 아주 많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9일 미국 NBC뉴스 등 외신에 전해졌던 테슬라 차량 오너 뉴스를 살펴보자. 당시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조수석 승객이 미국 매사추세츠 주 한 도로 주행 중 잠이 든 모습이 포착됐다. 명백히 운전자는 전방 주시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이 때 해당 보도를 인용한 국내 통신사와 일부 언론매체, 또는 인터넷 게시물 등에는 해당 차량에서 잠을 자는 운전자의 모습을 ‘달리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몸을 맡긴 운전자가 숙면을 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소개했다. 해외 외신에서 팩트 체크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해당 차량의 모습을 ’self-driving vehicle(자율주행 차량)‘이라고 언급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보도에서 언급된 차량은 자율주행차가 아니다. 당시 테슬라 차량 운전자는 주행보조 사양인 오토파일럿을 작동시켰다. 그런데 이것을 자율주행차라고 과장돼 소개되고 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실행 때 항상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메시지(노란색 네모 안)를 내보낸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테슬라는 최근 주행보조 관련 사양 용어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오토파일럿’은 전방 주시 의무가 필수적인 주행보조 사양이다. 스티어링 휠을 스스로 조향해주고, 앞차와의 거리를 최대 7단계 수준까지 조절할 수 있다. 만약에 운전자가 평균 약 30초 이상동안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으면 차량 스스로 수차례 경고를 보낸다. 운전자가 이 경고에 반응하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오토파일럿 기능을 쓸 수 없다.

테슬라는 이후 목적지를 입력하면 알아서 고속도로 출구 등을 찾고 이에 맞춘 차선변경까지 지원하는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을 만들었다. 이 기능은 아직 북미지역에서 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운전자의 전방주시 의무로 스티어링 휠을 잡아야 하는 규칙이 있다.

테슬라는 여기에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사양인 ‘풀 셀프 드라이빙(Full Self-driving)’을 더했다. 아직 이 기능을 지역에 따라 100% 쓸 수 없지만, 차량 법규가 완화되면 제한없이 자율주행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스티어링 휠 관련 경고를 여러 차례 운전자가 무시하면, 테슬라는 클러스터에 빨간색 테두리의 손이 감겨진 이미지를 선보인다. 더 이상 오토파일럿을 쓸 수 없다는 문구도 보인다.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 주는 자율주행차량 운영 계획을 제출하면, 이를 검토하고 허가를 주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주 정부가 자율주행 차량 운행에 필요한 추가 정보를 시험 주체인 회사나 또는 개인에게 요구할 수 있다. 이외에 개인이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운전하는 것 자체를 전면 허용하고 있지 않다.

자율주행이라는 단어가 성립하려면, 차량 스스로 운전자의 개입 없이 돌발 구간을 대처하거나 충돌 위험이 생길 경우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도로가 천재지변으로 인해 유실될 경우를 대처할 수 있는 V2X(차량과 사물 간 통신) 기술도 갖춰야 완벽한 자율주행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국내와 북미에서 판매된 테슬라 차량들은 이같은 기능을 갖추지 않은 ‘오토파일럿’ 탑재가 대다수 이뤄진 상황이다. 테슬라 스스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오토파일럿 성능을 개선시키고 있지만, 아직까지 V2X 등 첨단 사양이 구축되지 않았다.

주행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한 방법으로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등 주행보조 기능을 활용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현재 국내에 소개된 현대차 스마트 센스, 기아차 드라이브 와이즈, 볼보차 파일럿 어시스트 II 등의 사양들도 자율주행차 사양이 아닌 주행보조 사양이다. 현대차가 올해 연말 내놓을 자동 차선 변경이 가능한 차세대 고속도로 주행보조(HDA2)’도 자율주행 사양이 아닌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 등을 요구하는 주행보조 사양이다. 북미에서 이미 소개된 3단계 수준의 주행보조 시스템 GM ‘슈퍼 크루즈’도 주행보조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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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출시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에는 이같은 주행보조 사양이 널리 탑재될 예정이다.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 출시되려면 도로 인프라 재정비와 통신망 구축등 시간이 많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주행보조 사양이 앞으로 우리 삶에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안전한 주행보조 기능 강화와 제대로 된 자율주행 용어를 알리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완성차 업체 스스로 주행보조 기능을 사용할 때 클러스터나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이 기능은 자율주행 기능이 아닙니다”와 같은 경고문구를 넣어야 한다. 또 정부는 주행보조와 자율주행 용어를 구분 지을 수 있는 대국민 홍보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의 용어 혼란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