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료분석·고령자맞춤응대"…BNK금융 AI퍼스트 실험

구글 언어모델 ‘버트’ 활용 디지털경쟁력 강화 박차

컴퓨팅입력 :2019/09/12 12:20

“AI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은 금융의 미래를 바꿀 새로운 흐름이다. 이를 먼저 적용하고 활용해야 미래를 선도할 수 있다.”

지난 6일 만난 BNK금융지주 박훈기 D-IT부문 부사장은 위와 같이 말했다. 지난달 BNK금융지주는 인공지능(AI) 언어모델 버트(BERT)를 고객상담 분석에 도입하기 위한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정식 도입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버트는 구글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언어모델로 인간보다 높은 언어 인식 정확도를 기록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전통적으로 금융 산업은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 적용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반면 BNK금융지주는 공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규 기술을 발 빠르게 테스트하고 정식서비스에 도입하려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내부에 IT 인력 양성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IT 스타트업 투자도 본격화하며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이다.

박훈기 부사장은 “AI는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이다. 다만 이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역량이 내재화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기술에 대한 내부 역량을 다지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투자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BNK 금융지주 박훈기 D-IT부문 부사장.

■ AI 등 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안정성, 생산성 확보

Q.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버트를 사용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BNK 금융지주는 내부적으로 IT에 최적화, 경영의 효율화를 위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 관련 연구가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 고객상담센터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파트너 기업인 애자일소다의 최대우 대표가 버트를 제안해 테스트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결과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와서 경남은행의 실데이터를 적용해 훈련을 시켰고 이제 부산은행 데이터도 더해 AI를 훈련시킨 후 올해 안에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추후 계열사에 확대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언어 인식률을 수치로 표현하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

경남은행 데이터를 적용한 학습이 꾸준히 진행되면 올해 안에 85%까지 높일 수 있고 부산은행 데이터까지 추가하면 90%에 육박하는 단계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5% 정도면 사람이 말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은행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AI가 사람이 작성한 내용에서 오기를 찾아내기도 했다.

Q. 버트 도입을 통해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실제 업무에서 AI가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것은 아니고 기존 데이터를 분석해 상담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 될 예정이다. 기존에 매번 제작해야 했던 상담 자료를 AI가 담당하게 되면서 상담원의 작업량이 줄어들 예상하고 있다. 또한 사람을 상대하는 만큼 민감한 업무에 AI 기반 지원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상담원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객센터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려 할 예정이다. 어디에 적용하면 좋을지 내부 설문을 진행한 결과 많은 직원이 상품을 추천하는 분야와 이상거래 탐지에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이 많았다.

■ 금융 서비스와 생활 결합한 플랫폼 개발

Q. 디지털 기술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면?

우선 BNK금융지주를 대표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부산은행의 모바일뱅킹인 썸뱅크가 있지만 그룹전체를 대표하기 어렵고 기능도 부족하다. 금융 서비스와 생활을 결합한 통합 금융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이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편하고 쉽고 즐겁게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통합 플랫폼과 내부 IT 시스템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반 환경을 조성해 그룹의 IT 경쟁력을 갖추려 하고 있다.

Q. AI 기반 새로운 서비스도 준비 중인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층의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대표적으로 고령층 친화적인 오프라인 지점을 고려하고 있다.

고령층은 첨단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 오프라인 지점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고객이 지점을 방문하면 안면인식 시스템이 알아보고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네고 AI와 대화하며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고려 중이다.

Q.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되기엔 얼마나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가?

머지않은 시일 내에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로 부산은행 용호동 지점의 무인 대여금고 시스템에 유사한 시스템이 적용됐다. 개인실에 사람이 입장하면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해서 환영 인사를 하고 앉은 자리에 자동으로 고객 전용 금고가 배달된다. 덕분에 고객은 누구와의 접촉도 없이 안전하게 자신의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 BNK금융 지주 “디지털 금융시장 선도할 것”

Q. 금융권은 안정성을 우선으로 추구해 기술 도입에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계기가 있는가?

그룹 자체가 디지털 기술이 미래를 이끌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이러한 기술을 선도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 BNK금융지주를 이끄는 김지완 회장부터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있고 변화를 시도를 강조하고 있어 이러한 기술 도입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AI 등 첨단 디지털기술은 단기적으로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기술을 따라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사내문화가 바뀌고 역량이 내재화 되야 첨단 디지털기술이 자연스럽게 모든 은행 업무에서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처음 버트를 도입한 것도 내부에서 AI를 공부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

Q. 디지털기술 개발 역량의 내재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가?

BNK금융지주는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체인력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아대학교과 제휴해 대학원에 디지털금융학과 석사 과정을 만들었으며 해당 과정을 원하는 직원 30명을 학생으로 보내 육성하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BNK 인재가 첨단 기술을 주도하는 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미국 실리콘 밸리에 1년간 파견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해외 MBA 과정을 지원하고 디지털 분야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는 디지털 전문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적인 기술 개발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핀테크 업체를 육성해서 공존의 관계 경쟁과 협력할 수 있도록 발굴하고 투자하고 육성하는 것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기술 분야에 처음으로 투자한 애자일 소다가 AI를 적용하고 AI 관련 역량을 내제화 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BNK 금융지주가 투자한 AI 전문기업 애자일소다.

Q. AI 외에 다른 디지털기술 기반 서비스도 준비 중인가?

AI 외에도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에 관심있다. 특히 부산이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됐고 부산은행이 블록체인 특구의 규제유예 제도를 이용해 지역 내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화폐를 위한 디지털 바우처를 발행하기로 한 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Q. 끝으로 첨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관련기사

우리는 고객이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편하고 쉽고 즐겁게 금융 서비스가 이뤄지는 맥락형 금융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금융 서비스를 원하는 시간과 장소, 채널을 통해 쉽고 편하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