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앱스토어 횡포와 수상한 알고리즘 수정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반독점 조사 직후 '자사 앱 우대' 시정

데스크 칼럼입력 :2019/09/10 17:23    수정: 2019/09/13 10:3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자사 앱들을 특별대우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검색할 때 자사 앱을 우선 노출한 겁니다. 특정 분야에선 애플 앱 14개까지 표출된 뒤 경쟁사 앱이 등장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한 것은 뉴욕타임스입니다.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앱 분석 전문업체 센서 타워가 수집한 6년치 검색 결과를 토대로 애플이 앱스토어 검색 결과에서 자사 앱을 우대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 뉴욕타임스 기사 바로 가기)

경쟁사 앱보다 검색 관련도나 인기도가 낮은 경우에도 더 높은 순위에 표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애플의 이 같은 조치로 피해를 본 대표적인 앱이 스포티파이입니다. 스포티파이는 앱스토어에서 ‘음악(music)’으로 검색할 경우 늘 맨처음 검색됐습니다.

(사진=씨넷)

그런데 2016년 6월 앱스토어에 애플 자체 앱이 추가된 뒤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음악’으로 검색할 경우 애플 앱이 무려 14건이나 검색된 뒤 스포티파이가 노출된 겁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애플의 설명이 흥미롭습니다. “제조업체 기준으로 표출했기 때문”이란 겁니다.

물론 지금은 알고리즘을 수정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7월부터 알고리즘을 개선했습니다. 지금은 앱스토어에서 애플 앱이 무더기로 검색 상위권에 오르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 보도는 애플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그런데 둘 모두 꽤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 앱스토어 불공정 사례가 제기한 두 가지 문제

우선 첫 번째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의 월권’입니다.

망중립성을 비롯한 각종 규정들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걸 철저히 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앱스토어 검색 우대는 이런 부분에 정면 배치될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올초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IT기업들을 분할하겠다고 선언해 깜짝 놀라게 한 적 있습니다. 그는 “애플도 분할 대상”이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당시 워런 의원은 ‘분할해야 할 이유’ 중 핵심은 ‘플랫폼과 상용 서비스 동시 운영 금지’였습니다. 이 논리는 1990년대 후반 마이크로소프트(MS) 반독점 소송 때 제기됐던 것과 비슷합니다.

워런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애플 같은 플랫폼 사업자를 경계하는 건 이런 점 때문입니다.

앱스토어에서 음악을 비롯한 주요 검색어로 검색했을 때 상위권에 노출된 애플 앱 수. 알고리즘을 수정한 2019년 7월 이후 급격하게 감소했다. (사진=뉴욕타임스)

둘째는 알고리즘 수정 시기입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애플은 7월에 알고리즘을 수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시기가 미묘하다는 겁니다.

잘 아는 대로 미국 정부는 6월경부터 거대 IT기업들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구글, 아마존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합동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규제기관이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직후 애플이 앱스토어 알고리즘을 수정한 겁니다.

물론 우연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공교로워서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도 고쳐쓰지 마라’는 우리 전통 속담을 떠올리게 됩니다.

■ 구글-페북 옥죄는 미국 공권력…애플은 어떻게 될까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조사는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들어선 미국 48개주와 콜롬비아 특별구 검찰이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이 기업들에 가해졌던 ‘개인정보 유출’이나 ‘개인정보 남용’ 같은 혐의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독점금지법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앱스토어 검색 알고리즘을 자사에 유리하게 운영해 온 사실이 폭로됐습니다. 또 연방정부가 구글, 아마존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직후 알고리즘을 수정한 사실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뉴욕타임스를 인용 보도한 테크크런치는 애플이 알고리즘을 수정한 시점이 미묘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발 더 나갑니다. 앱스토어에서 애플 앱을 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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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앱은 별도 공간에 모아놓고, 앱스토어는 서드파티 앱만으로 구성하는 게 공정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앱스토어의 여러 가지 불공정한 비즈니스 관행은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됐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이번 보도는 정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애플의 불공정 관행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