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기본 철학은 프라이버시...특성 고려한 규제 필요"

'산업 관점에서 본 FATF 권고안 준수' 주제로 전문가 토론

컴퓨팅입력 :2019/09/03 18:54    수정: 2019/09/03 20:04

"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빠르게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암호화폐 기본 철학인 프라이버시를 위협하는 규정에 대해선 규제 당국과 추가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3일 부산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 '댁스포(DAXPO) 부산 2019'에 모인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안 준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세부 규정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산업 관점에서 본 FATF가이드라인 준수'라는 주제로 이뤄진 토론에는 ▲홍콩 디지털 자산관리 솔루션 업체 디지넥스의 말콤 라이트 최고 컴플라이언스 책임자(CCO) ▲블록체인 분석전문 기업 체인널리스트의 제스 스피로 정책 총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차명훈 대표 ▲UAE 암호화폐 거래소 BTSE의 조나단 렁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FATF는 글로벌 자금세탁방지 규제 표준을 만드는 조직으로, 지난 6월 암호화폐 AML 권고안을 발표했다. 암호화폐 취급업체에도 기준 금융권 수준의 AML 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권고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영업 정지에 해당하는 고강도 제재를 받을 수 있어, FATF권고안은 세계 암호화폐 업계가 가장 예의 주시하고 있는 규제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3일 부산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댁시포부산2019 행사에서 '산업 관점에서 본 FATF 가이드라인 준수'를 주제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실크 리걸 제이슨 코베트 파트너, 코인원 차명훈 대표,체이널리스트 제스 스피로 정책 총괄, BTSE 조나단 렁 대표, 디지넥스 말콤 라이트CCO.(사진=코인데스크코리아)

이날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FATF 권고 사항 중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은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제스 스피로 총괄은 "FATF 권고사항을 보면 완전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리스크 관리 중심의 AML 정책을 갖추고 이상 거래 탐지 같이 전통 금융산업에서 실행하는 기본 솔루션을 작동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없다면 먼저 이 것부터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콤 라이트 CCO도 "암호화폐 업계의 전체 목표는 진전을 이뤄내는 것이기 때문에 올바른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원들을 교육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벌금이나 패널티를 받을 위험을 택하지 말고 시스템을 바로 잡아서 건실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패널들은 이런 과정이 결국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권 진입에 기반을 마련할 것이란 기대감도 내비쳤다.

제스 스피로 총괄은 "규제 당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금융 체계를 안정하게 만든 것이지 암호화폐 산업의 진전을 방해하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업계와 당국이 지속적으로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차명훈 대표는 "FATF 권고안 발표 이후 암호화폐 관련 입법 활동이 촉진되고 있다"며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이 5개인데 이 중 하나는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FATF 권고안 중 암호화폐 특성에 맞지 않는 여행규정(트래블룰)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FATF 권고안에는 암호화폐를 보내는 사람은 물론 받는 사람의 정보까지 취급업체가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암호화폐가 여행하는 과정을 추적 해야 한다는 의미로 여행규정이라고 부른다. 익명화가 기본인 암호화폐 주소 체계에서 지킬 수 없는 규정이라, 업계는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해 제재 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나단 렁 대표는 "디지털 자산은 기본적으로 자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시작됐다. 규제당국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컴플라이언스를 유지하는 동시에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프라이버시 보호는 암호화폐 탄생의 주된 목적 중 하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태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BX라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폐쇄를 결정한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가 거래소를 폐쇄 시킨다고 탈중앙거래소까지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결국 (암호화페 특성을 고려햔) 균형 있는 규제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FATF 여행규정에 대한 해법으로는 업체 간 경계 없는 협력이 강조됐다. 말콤 라이트 CCO는 "현재 암호화폐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하지만 하지만 AML에 있어서 만큼은 협력해야 한다. 혼자 힘으로는 트래블룰과 관련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업계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성에 대해 논의해야 하고 그 안에 기술뿐 아니라 컴플라언스 분야 전문성을 보유한 기관을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최근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라이트 CCO는"규제 강화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차명훈 대표도 "코인원을 설립했을 당시만 해도 이 시장이 이렇게 빨리 이 정도 규모로 성장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최근 많은 규제 당국이 관심을 보이면서 또 산업 성장을 실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