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보법 개정안 공방…시민단체들 "정보주체 권리 담겨야"

인재근 더민주 의원 발의안 반대 기자회견

컴퓨팅입력 :2019/08/29 15:33

여섯 시민단체가 29일 국회 앞에서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개보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해당 개정안은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에 대한 법적 정의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가명정보를 처리하거나 정보집합물을 결합 절차와 함께 관련 제재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법안소위에서 개보법 개정안을 다루기로 돼 있었다. 다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선거법 개정안 의결에 반발한 자유한국당의 대응으로 법안소위는 열리지 않았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금융정의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 민변디지털정보위원회,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정보인권사업단이 개보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쏟아냈다.

최종연 참여연대 정보인권사업단 실행위원은 "인재근 의원의 개정안은 가명정보, 익명정보 개념을 어설프게 도입했다"며 "학술적, 통계적 목적으로 가명정보를 활용할 경우 정보 주체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고, 익명정보는 뚜렷한 정의 없이 어떤 경우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이 연간 수조원 수준이고, 개인정보가 유출돼도 법원은 10~20만원 수준의 보상금을 받고 화해 권고를 내린다"며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상업적 목적을 빙자해 개인정보가 사용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해당 개정안은 정보 주체 동의 없이도 가명처리나 결합의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이용이 가능하며 제3자 제공도 할 수 있다"며 "일상생활 전반이 각종 정보망에 포획된 시대에서 우리는 개인정보가 어떤 경로로 시장에서 유통되고, 상품화되는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조지훈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산업계에선 현행 개보법이 너무 엄격해 데이터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대법원 판례를 보면 개인정보 유출, 침해 사고에 대해 매우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책임을 업체에게 지운다"고 설명했다.

GDPR에 비해서도 개인정보 주체의 권리가 보장돼 있지 않다는 비판도 내놨다. 조 위원장은 "법안에 개인정보를 유통하는 절차만 따온 셈"이라며 "GDPR에서는 정보 주체들의 권리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개인정보를 활용한 마케팅에 적용하는 알고리즘의 구조도 정보 주체에 알리도록 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정보보호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시민사회도 빅데이터, 인공지능 개발을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현재 법안은 정보 주체의 권리를 희생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며 개인정보 처리자가 정보 주체 모르게 개인정보를 주고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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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표는 "EU의 경우 개인정보 영향평가, 정보 주체의 거부권 등 정보 주체를 위한 조항들을 다양하게 포함시켰지만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개보법은 이런 내용을 전혀 담고 있지 않다"며 "행안부는 올해 이런 안전 조치를 고려한 법안을 추가 발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발의 1년이 다 돼 가는 현재까지 아무런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도 과학적 연구라는 목적 범위가 너무 폭넓고 모호하다며 구체화할 것을 지적했다"며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유엔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도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과 개인정보 보호는 상충되는 것이 아니고, 정보보호가 잘 지켜져야 새 산업이 발전될 수 있다고 봤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