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개인정보 교육 필요한 소외 계층"

이재성 KISA 개인정보기술팀장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9/08/27 19:31

결혼이주여성 입장에서 공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익숙치 않은 언어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배우자 도움 없이 혼자 각종 서류들을 발급받을 수 없다.

부족한 개인정보 보호 인식과 이 문제가 연관되면 피해가 커진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어도 이를 알아차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일반인보다 오래 걸리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신고나 피해 보전 신청을 하려고 해도 배우자에게 이를 털어놓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이주여성 대상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재성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기술팀장이 실제 피해 사례들을 조사하면서 느낀 점이다.

KISA는 지난달부터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개인정보 보호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광주 남구 건강가정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시작으로 수도권 등 제공 지역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소외 계층 대상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기획하고, 그 첫 단계로서 결혼이주여성 대상 교육을 마련했다.

이재성 KISA 개인정보기술팀장에게 결혼이주여성 대상 개인정보 보호 교육 관련 상세 내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개인정보기술팀에서 하고 있는 일과 담당하는 역할을 소개해달라

"개인정보 및 정보보호 관련 교육과 행사, 캠페인, 컨퍼런스 등을 지원하는 팀이다. 공공기관에 대한 개인정보 처리 시스템 예방 점검, 기술지원센터를 통한 중소기업 대상 컨설팅 지원도 맡고 있다. 정보보호관리체계와 개인정보관리체계 인증 업무를 담당하다가 지난 2월 팀에 합류했다."

-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작년 말부터 준비했다. 보편적 교육은 많이 된 상황이다. 지난해 정보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97.3%가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하게 인식했다. 사회 배려계층 쪽으로 교육을 확충해나가야겠다고 보고 어린이나 노인, 그리고 추가로 고려한 게 결혼이주여성이다.

KISA가 전라남도 나주로 이사 오면서 지방 지역에 공헌할 만한 것을 찾다가 발견한 부분이기도 하다. 전국적으로 봤을 땐 다문화 인구 중 필리핀 비중이 높은데 전남 지역에서는 베트남 출신이 가장 많다. 동남아 출신 다문화 인구의 개인정보 보호 인식이 많이 부족하더라."

- 교육 구상 과정에서 염두한 부분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많이 들었던 소리 중 하나가 결혼이주여성들을 오프라인 공간에 모아서 교육을 진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주로 농업, 가게 점원 등 1·3차 산업 쪽에 종사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문화지역센터와 협업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민원·고충 해결 및 상담을 위해 많이 모이는 곳이다. 시도별 지자체에서 이 센터들을 관리하는데, 센터에서 이들의 연락처를 갖고 있다.

오프라인 교육에서는 실제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사례를 최대한 모아서 사례 중심의 교육 자료를 만들었다.

예를 들자면, 결혼이주여성은 입국하고 일정 기간 동안 법률적 권한이 없다. 서류를 발급받을 때에는 무조건 남편이 동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베트남 메신저 서비스에서는 개인정보를 달라면서 한국에서 필요한 서류를 처리해주겠다고 하는 사기 사례도 존재하더라.

온라인 교육 자료도 베트남어로 만들고 있다. 마찬가지로 사례 중심이고, 화면 구성이나 성우(내레이션)에 대한 코멘트를 검수 받고 있다. 한국외대와 베트남 쪽에서 문화의 이질성 측면에서 오해가 없도록 하는 과정이다. 현재는 교육 시나리오의 전반적 흐름을 만들고 검수 받는 단계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국내 다문화 가족 내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개인정보 보호 맞춤형 교육을 광주 남구 건강가정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지난 17일 실시했다고 밝혔다.

- 결혼이주여성 대다수가 갖고 있는 잘못된 개인정보 관련 인식은 무엇인가

"본국에선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고 한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에 오게 되면 커뮤니티 등에서 동포들끼리 안온감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서류 처리하는데 남편 개인정보를 달라고 한다던지, 외국인 등록증을 캡쳐해 보내달라고 한다던지 등의 이야기도 오간다. 우리나라는 SNS가 발달돼 있으니 이들도 배워서 하게 되는데 SNS에 이름, 주소를 적어 올리기도 하는 식이다. SNS를 이용한 공동구매도 참여하는데 개인정보를 공개 상태로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개인정보가 다양하게 활용되는 수준이 아니다 보니. 개인정보가 이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없는 것이다.

교육을 준비하면서 사례 조사를 하다 보니 결혼이주여성들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어도 피해인지 모르고,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때 118 민원센터에 연결하거나 경찰에 신고하거나, 보이스피싱을 당했을 때 금융감독원이 피해재산을 보전하는 등의 정보들이 해당된다. 일반 이용자들은 사례들을 접해보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알고 있는데 그들은 그런 경험이 없다. 다문화지원센터의 상담 자료들을 통해 확인한 사항들이다."

- 결혼이주여성을 주 대상으로 삼는 범죄는 뭔가

"보이스피싱, 스미싱 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 피해를 입었을 시 신속하게 신고하지 못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대포폰 범죄에 이용되는 사례도 있고, 스팸 신고를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 온라인 교육 과정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프라인 교육과의 차이점과 시행 시기는

"지난 5월부터 개발을 시작해 이달까진 시나리오 작성을 진행한다. 캐릭터 디자인, 화면 구성 등을 10월까지 준비하고, 연말까지 전반적인 콘텐츠를 검수해 내년 초부터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영어권 이주 여성에게는 올해부터 제공 중인 초·중·고교 학생과 일반인 대상 수준별 온라인 교육을 영어 버전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영어권은 개인정보 보호 인식 등에서 공통 사항이 많고, 이질성이 적은 편이다."

-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과 향후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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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한 열의는 높다. 무심코 했던 행동들이 실제 어떤 피해로 이어지는지 알게 됐고,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는 반응이 있었다. 한 번 교육을 진행할 때 50여명 정도가 참여한다.

특정 취약 계층 대상 개인정보 보호 교육은 올해가 처음이다. 내년까지 결혼이주여성 대상 교육을 진행하고, 지자체와 협업해 노인 계층이나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을 중점적으로 교육을 수행할 예정이다. 여건이 된다면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내 탈북자들에게도 교육을 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