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 주민 참여 강화 및 지속가능 생태계 마련해야"

구로구 등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담당자들 좌담회

컴퓨팅입력 :2019/08/27 10:08    수정: 2019/08/27 15:22

4차산업혁명 신기술 총합이라 불리는 스마트시티 구축이 본격화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 시민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생활공간을 마련하는 새로운 산업이자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스마트시티의 구축 및 도입 경쟁이 활발하다.

미국에선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외곽 사막에 스마트시티 ‘벨몬트’를 건설하기 위한 계획이 진행 중으로 빌 게이츠가 보유한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가 투자에 화제를 모았다. 캐나다에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주도로 토론토 항만 지역을 스마트도시의 모델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도 스마트시티를 8대 혁신성장 선도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세종과 부산시를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로 조성중이다. 국토부는 스마트시티 챌린지 등 여러 사업을 시행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도 2022년까지 총 1조 4725억 원을 투입해 세계적 스마트시티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하고 총 58개 사업 시행에 나서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일선에서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 기초자치단체의 스마트시티 담당자를 초청해 정부와 지자체의 스마트시티 사업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스마트시티 좌담회를 11일 구로구청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에서 개최했다.

좌담회에는 구로구청 스마트도시과 김성호 스마트정책팀장을 비롯해 박종훈 구로구청 관제팀장, 정정모 구로구청 정보통신 팀장, 강서구청 스마트도시과 송일두 스마트도시지원팀장, 노원구청 미디어홍보과 정보통신팀 정창호 주무관, 강남구청 재난안전과 백순진 도시관제팀장, 서초구청 안전도시과 종합상황관제팀 임동현 주무관, 은평구청 전산정보과 오정석 스마트도시팀장, 성동구청 정보통신과 민상현 CCTV 팀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사회는 방은주 지디넷코리아 소프트웨어 및 중소기업 전문 기자가 맡았다.

왼쪽부터 강서구청 송일두 스마트도시지원팀장, 성동구청 윤상현 CCTV 팀장, 은평구청 오정석 스마트도시팀장, 구로구청 정정모 정보통신 팀장, 노원구청 정창호 정보통신팀 주무관, 구로구청 김성호 스마트정책팀장, 박종훈 구로구청 스마트관제팀장, 강남구청 백순진 도시관제팀장, 서초구청 임동현 안전도시과 주무관.

■ 구로구 등 서울시 기초자치단체들 AI, IoT 등 첨단 기술 도입해 지역 주민 삶의 질 향상

먼저 참가자들은 각 구청에서 진행하거나 준비 중인 스마트시티 사업을 소개했다.

구로구청 김성호 팀장은 “홀몸 어르신의 고독사를 예방하고, 안전한 주거환경 구축을 위해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홀몸 어르신 안심서비스를 비롯해 어린이집 안심서비스, 청각약자 위한 웨어러블 넥밴드, 노후 건축물 및 위험 시설물 감지, AI 기반 실내 공기질 개선 등 주민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로구는 올 하반기에 드론을 중점적으로 활용할 계획으로 이를 이용해 불법 주,정차 및 불법증축물 단속, 방역서비스도 시범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교통에 집중한 성동구는 스마트시티 특성화 사업으로 버스 정류장에 쉘터형 대기부스를 마련하고 공기청정기, 에어컨, 와이파이, 전광판 등을 지원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횡단보도와 신호등을 연동해 정지선을 넘은 차량 정보를 전광판에 띄우고 시간에 따라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유동 인구 수, 주요 연령대 등을 파악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서초구는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모든 구청 직원이 데이터를 통합 플랫폼에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AI가 예측을 제공하는 정책결정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

강남구는 대기 중 미세먼지 양을 측정해서 주민에게 알려주는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도시 구조를 3D로 가상화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

은평구는 LG CNC와 클라우드 기반 AI 엔진을 이용해 폐결절 질환 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엑스레이(X-ray) 영상 분석 서비스를 보건소에 도입한다. 또한 세대원과 집배원 등 사전에 등록된 사람만 우편물을 넣거나 꺼낼 수 있는 스마트 우편함으로 개인정보 보안을 강화한다.

노원구는 발달장애인 학교인 동천학교 학생의 안전을 위해 전교생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안심케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인 ‘노원 화폐’를 발행하고 자원봉사, 기부, 중고 거래 등의 활동을 통해 획득하거나 거래하도록 유도 중이다.

■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 모델 구축 필요

좌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기초자치단체 역량만으로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 모델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에도 유지 비용 등의 확보가 어려워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면 기존에 반짝 화제를 모으고 잊힌 유비쿼터스시티(U시티) 길을 답습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그래서 각 기초자치단체에선 자체 역량으로 스마트도시를 운영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구로의 김성호 팀장은 “중앙 부처 공모사업에 의존하기만 해선 지속가능한 서비스 모델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내년엔 미래기술 일자리 창출 지원 서비스, 체험 테마형 스마트팜 조성, G밸리 스마트 미디어 문화테마거리 조성 등의 사업을 진행해 기업과 주민이 주도하고 소통하는 생태계를 마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은평구 오정석 팀장은 “공공서비스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선 민간 기업이 참여해 지속발전한 모델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민간 주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주민 참여 끌어내려면 지역에 특화한 서비스를 선보여야"

참석자들은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주민의 참여를 꼽았다.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업이 활성화돼야 기업이 참여하고 투자가 이뤄지고 기반이 마련되면서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시티 관련 정책을 최종 허가하는 기초자치단체장 역시 주민의 의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만큼 주민의 관심 여부에 따라 프로젝트 진행 및 지원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주요 요인으로 언급됐다.

구로구 김성호 팀장은 “이해당사자인 주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고 이익이 되는 것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지역에 특화된 아이템 발굴이 중요하다”며 “정부에서 주민이 원하는 것을 찾고 기업이 이를 만들고 발전할 수 있도록 소통해야 풀뿌리 스마트시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초구 임동현 주무관은 “정부에서 시민에게 새로운 사업에 참여해서 의견을 내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며 “2002년 월드컵 이후 거리 응원 문화가 활발해진 것처럼 시민이 주도적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서구 송일두 팀장은 “마곡에서 스마트시티 시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단지에 전단을 붙일 수 있도록 단지 사무소에 요청했는데 의외로 주민이 참여효과가 높았다”며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면 참여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정창호 주무관은 “많은 분이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그에 앞서서 이 기술로 주민에게 어떤 혜택이 제공되고 어떻게 참여를 유도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며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없다면 이 역시 U시티처럼 단발적인 이벤트로 끝날 수 있고 이런 부분에 대해 기초자치단체장과 민간 기업이 우려와 의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지방마다 다양한 행사가 매년 열리는데 이를 단순히 참가자 수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기업과 함께 유동인구 분석해 결과에 따라 행사를 특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다양한 협업해 더욱 효과적으로 사람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동구 민상현 팀장은 "기술을 도입할 때 구청장 등 기초자치단체장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도 이를 통해 주민에게 어떤 혜택이 제공되고 관심을 높일 수 있는지 여부"라며 "선출직인 기초단체장은 주민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는 만큼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평구 오정석 팀장은 “국가시범도시로 조성되는 세종시가 성공하기 위해선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테스트베드로만 이용돼선 안된다.”며 “주민을 비롯해 전문가, 사업자가 참여한 피드백 평가를 통해 반드시 정상적으로 주민에게 혜택이 가고 있는지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적극 활용해야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 시행하는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통플)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은 교통, 방범, 방재, 에너지, 환경 등 각종 도시 인프라에 I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연계해 활용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통합 소프트웨어다. 스마트시티 기반 시스템이 되는 소프트웨어로 도시의 주요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도시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통플'이 지자체에 스마트시티 사업을 시행하게 할 명분과 가치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다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원구 정창호 주무관은 “기관장이나 행정부서에서 스마트시티에 관심이 낮은 자치구에선 규모가 큰 '통플' 사업 자체가 이를 시작하기 위한 명문을 만들어준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로 많은 지자체에서 도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통플'에서 부족한 부분은 사례를 바탕으로 개선하면 점차 좋아질 것이고 주민을 위한 실용서비스를 녹여내고 이어서 확대사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은평구 오정석 팀장은 “여러 지자체에서 '통플'은 5대 안전망 연계 서비스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통플'은 도시 데이터를 통합하는 플랫폼인 만큼 이용해 무엇을 서비스할 지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 나온 말”이라며 지자체에서 지역에 맞는 서비스를 찾아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스마트시티 발전 위해선 기반 마련이 우선

스마트시티 수출과 스마트시티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오갔다. 또 스마트시티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원구 정창호 주무관은 “정부에선 스마트시티라는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은 자가망, CCTV 등 기반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많다”며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가능한 인프라를 우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개발환경이 너무 어려운 것도 문제다. 스마트시티 사업을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이야기를 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인력이다”며 “한 개발자가 3~4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므로 이공계 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남구 백순진 팀장은 “CCTV 관제 센터 구축 업무를 할 당시 많은 국가에서 방문했다. 이후 그들은 자국으로 돌아가 우리에게 들은 노하우와 설비 구조를 벤치마킹해 더 규모가 크고 좋은 센터를 마련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히 우리 설비를 해외 시장에 홍보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수출 제품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 팀장은 “정부에서 지금은 나뉘어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이 협력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고 글로벌 판매를 위해 도움을 준다면 충분히 통합 솔루션으로 제작해 수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백 팀장은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기반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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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서울시에서 어린이 안심서비스를 진행할 때 인프라와 하드웨어를 중소기업에 맡겨 제작한 바 있다. 당시 전국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해 통신사와 연계하는 과정에서 조율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취소됐다”며 “하지만 지금 안심서비스를 모든 통신사에서 자체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지만 처음에 개발을 주도했던 중소기업에 주어진건 아무것도 없었다”며 중소기업 애로 사례를 소개했다.

구로구 김성호 팀장은 “스마트시티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지자체가 직접 주도해서 아이템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아직은 중앙정부에 의지하는 모습이 많은 것 같다”며 “정부가 지자체가 먼저 나설 수 있도록 역할을 배분하고 변화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좌담회 참석자들이 바람직한 스마트시티를 토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