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블록체인특구, 내년엔 암호화폐사업도 허용"

[인터뷰] 유재수 부산 경제부시장 "9월 블록체인특구기획단 발족"

컴퓨팅입력 :2019/08/23 17:06    수정: 2019/08/26 10:34

"올해 안에 암호화폐 공개(ICO)를 허용하는 사업을 정부에 제안하겠다. 적어도 내년에는 스타트업들이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서 ICO도 하고, 사업 운영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지난 20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의 향후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부산시는 지난 7월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최종 선정됐다. 특구 지역은 문현혁신지구, 센텀혁신지구, 동삼혁신지구 등 11개 지역(110.65㎢)이 지정됐으며, 올해부터 2021년까지 299억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서는 ▲미래형 물류체계 구축 ▲스마트투어 플랫폼 구축 ▲공공안전 영상제보 및 데이터 거래 플랫폼 구축 ▲디지털 바우처 발행 등 4가지의 실증 사업을 진행한다.

유재수 경제 부시장을 만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진=지디넷코리아)

- 지난 7월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됐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는 블록체인 산업을 리딩할 수 있는 조직체계인 '블록체인 특구기획단'을 구성 중이다. 블록체인 특구기획단은 운영위원회, 행정지원팀, 법률지원팀, 기술지원센터로 이뤄진다. 운영위원회는 전국 블록체인 전문가들을 모은 시장의 자문위원회 성격이다. 행정지원팀은 부산시청에서 맡으며, 법률지원팀은 블록체인법학회와 같이 준비 중이다. 법률지원팀은 블록체인 사업이 실정법에 맞는지, 예외를 인정받아야 하는지 등의 문제를 선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기술지원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블록체인의 기술적 문제를 다루게 된다. 특구기획단은 단순히 부산시에서 부산 사람끼리만 하는 게 아니라, 전국 단위로 민.관.중앙 정부가 합작해 크게 구성하고 있다. 9월 초쯤 다 같이 발족할 예정이다."

- 운영위원회는 세부적으로 어떤 걸 논의하나.

"블록체인 관련 산업을 어떤 식으로 끌고 가야 하는지, 제대로 된 방향성을 제시하고 선진국을 따라잡고 더 나아가 앞서갈 수 있는 전략을 만든다. 그 전략은 특구 사업으로 만들어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미 4개 실증 사업이 정해지지 않았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한다는 건가.

"그렇다. 실증 사업으로 인정받은 4개 사업은 그 사업대로 가는 거고, 앞으로 어떻게 특구를 운영하고 특구에서 많은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진행할 건가에 대한 추진체계를 만드는 거다. 현재 실증해보라고 하는 4개 사업은 당연히 하지만, 그것만 하려고 이렇게 큰 조직을 만들 이유는 없다. 그 사업들은 '시작의 시작' 단계이자 가장 기본적인 거다."

-어떤 새로운 사업을 건의할 생각인가.

"기획단이 아직 출범하지 않아 정해진 바는 없지만, 지금 규제 때문에 못 하고 있는 사업들을 건의할 생각이다. 블록체인 사업 중 좋고 건전한데, 정부가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막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ICO를 못 하게 막는다거나, 거래소 관련 사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업을 모아서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보자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쪽으로는 실체 없는 ICO가 아닌, ICO가 선순환이 될 수 있게 하는 사업들을 발굴하고, 또 한쪽으로는 거래소 시스템을 바꾸는 사업들을 진행해 볼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 중 상당히 많은 것들을 사업으로 만들어서 가지고 가려 한다."

-올해 안에 사업 제안 가능한가.

"곧바로 할 수 있다. 기다릴 것 없이 좋은 사업을 만들어 즉각 즉각 제안하려 한다. 기다렸다가 되고 하는 게 아니라 좋은 사업이 있으면 그때그때 정부를 설득할 예정이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되라고 블록체인 특구라는 지위를 준 거 아니겠는가. 기존에 하라고 한 4개 실증 사업만 하고 다른 건 하지 말라는 건 특구가 아니다."

-암호화폐 거래소도 특구 내 유치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시스템을 개선한 거래소를 만들려고 한다. 꼭 부산에서 뭘 다 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진 않다. 따라 시스템이 개선된 거래소를 꼭 부산에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특구 특성상 기본적으로 영업점이 부산에 하나는 있어야겠지 않나."

- 암호화폐 거래소 시스템의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나.

"현재 거래소 시스템은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자산을 실제 거래 체계에 따라 이동시키는 기능과 거래를 체결해주는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 여러 기능을 중복해서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분리돼야 하는 기능이다. 유가증권시장을 보면 상장 심사하는 기능과 거래하는 기능이 분리돼 있다. 거래소는 거래 체결만 하지 실물 이동을 시키진 않는다. 실물 이동은 예탁결제원에서 한다. 그래야지만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 또 지금의 거래소는 아무나 운영할 수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본다. 부산에 있는 거래소는 금융기관으로서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인 고객확인의무, 의심거래 신고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거래소로 만들려 한다. 이런 여러 시스템이 개선된 거래소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주는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고 있다. 디지털 자산 거래 시스템은 현재보다 훨씬 발전돼야 한다."

-블록체인 기업이 자사 암호화폐를 미리 팔아 투자를 받는 ICO는 한국에 어떤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ICO는 혁신기업이 자금을 조달받는 혁신적인 수단이 된다고 본다. 지금의 자금 조달 루트는 혁신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아이디어만 보고 가능성을 열어주는 코인 이코노미를 적용하면,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굉장한 채널이 열린 거다. 전 세계를 통해 투자를 받을 수 있지 않나. 이게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혁신 기업한테는 자신들의 성격에 맞는 자금 조달 루트가 생긴 거다."

-금융위원회의 현재 기조를 보면 암호화폐나 ICO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와 대화를 직접 나눠봤을 때는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암호화폐가 꼭 필요한 사업이 있다는 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정부가 잘못 나섰다가 투기 열풍이 불러올까 봐 걱정돼서 그런 것뿐이다. 암호화폐를 허용할 수 없다는 거는 말이 안 된다. 아직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할 수는 있는데, 그건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블록체인 선진국으로 불리는 싱가포르나 스위스 주크시와 부산 블록체인 규제 특구를 비교해본다면.

"스위스 주크와 같은 것은 절대 하고 싶지 않다. 그런 곳은 일종의 규제차익을 노리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이 있는 게 아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종의 유령 도시라고 본다. 우리가 지향하는 블록체인 특구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싱가포르와 같은 기술 기업이 자리잡을 수 있는 곳이다. ICO만 편하게 해주는 그런 곳이 아니다. 부산시 이름만 활용하고 떠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장난칠 만큼 작은 도시도 아니다. 만약 ICO만 하고 떠나버리는 식으로 간다면, 그건 마치 다른 곳은 전부 규제돼있는데 부산에서만 카지노를 하라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퍼질 수 있다고 본다. 가능하면 산업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면서 투기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그런 사업을 몰고 가야만 제대로 된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기업이 단순히 코인만 발행하는 게 아니고, 영상콘텐츠, 관광, 금융 거래 등 기존의 많은 산업과 연결되게 만들어줘야 한다."

-부산시가 블록체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적극 지원돼야 하나.

"준비가 잘 돼 있어야 하고, 많은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 가장 위험한 부분은 전문가가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안 한다는 점이다. 얘기를 들어보면 상당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고, 설명이 명쾌하지 않다. 그렇게 해서는 정부 정책 당국을 움직일 수 없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설득력 있는 자료를 모으고, 성과를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정부에게 이런 걸 해달라니까 안 해준다'고 답답해해서는 절대 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정책 당국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쉬운 언어로 잘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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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블록체인으로 '이런 걸 할 수 있구나'하는 느낌을 시민에게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사회에는 '신뢰가 없어서 생기지 않는 시장'과 '신뢰가 있어서 과도하게 부담금을 내는 시장'이 존재한다. 새로운 시장을 열고, 과도한 비효율을 없애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지금까지는 블록체인으로 편리하다고 느껴진 게 하나도 없다. 문제는 코인에 대해서 원천적으로 막아놨기 때문에 블록체인으로 돌아가는 앱을 이용하려 해도 코인이 없다보니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블록체인 게임을 한 번 해보려다가도 코인을 사야 하는게 복잡하고 귀찮아 하기 싫어진다.

정부는 블록체인 특구 지위를 줬으니까, 이제는 보여줄 때가 됐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더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어려운 결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업을 제시해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