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눈’ 지나는 숙박업...‘여기어때’ 매각에 쏠린 눈

[백기자의 e知톡] 야놀자-여기어때 ‘쩐의 전쟁’ 예고

인터넷입력 :2019/08/16 13:50    수정: 2019/08/18 14:48

얼마 전 국내 대표 숙박 중개 서비스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 매각 이슈가 한차례 업계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이 회사가 영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CVC캐피탈에 팔린다는 것으로, 이달 중 결론이 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CVC캐피탈은 운용자산 약 800억 달러로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사모펀드입니다.

여기어때는 ‘투자 유치’란 관점에서, 시장은 여기어때가 ‘매각’ 된다는 시각에서 이 사안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CVC는 여기어때의 경영권 확보를 넘어선 상당수 지분 확보를 원하고 있고, 여기어때에 돈을 벌 목적으로 돈을 넣었던 투자사들은 투자회수 적기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상황입니다.

이 가운데 최대주주인 심명섭 전 여기어때 대표는 자신의 지분 45.06% 전량을 CVC에 넘기는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입니다. 즉, CVC는 심명섭 전 대표 지분에 JKL파트너스, 미래에셋캐피탈,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재무적 투자사들의 지분을 조금만 확보하면 여기어때 경영권을 손쉽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회사 경영권은 지분 51% 이상이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어때 매각이 성사되면 경쟁사인 야놀자와의 '쩐의전쟁'도 재개될 전망입니다.

■ 위드웹이 낳은 황금거위 ‘위드이노베이션(여기어때)’

여기어때 운영사인 위드이노베이션은 2015년 위드웹이 숙박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분사시킨 회사입니다. 당시 OTT(Over The Top) 서비스와 웹하드, 기업용 단체 메시지 사업 등을 영위하던 위드웹은 여기어때 사업확장을 위한 자금이 필요했고, 성장성이 뚜렷한 숙박업(여기어때)에만 투자를 희망하는 투자사들 요구에 위드이노베이션을 세우고 숙박사업만 따로 떼어낸 것입니다.

그 해 여기어때에 투자한 곳이 바로 JKL파트너스, 미래에셋캐피탈, 한국투자파트너스, 센트럴융합콘텐츠기술투자조합 등입니다. 이때 여기어때는 130억원을 투자받았고, 다음 해 7월 JKL파트너스로부터 200억원을 추가로 받았습니다. 당시 JKL은 위드이노베이션 모회사인 위드웹 지분과, 위드웹 자회사이자 웹하드 업체인 뱅크미디어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받기도 했습니다. 뱅크미디어는 위드웹이 지분 100%를 보유하다, 지난해 상반기 지분 전량을 처분했습니다.

여기어때 모델 신동엽.

실탄을 확보한 여기어때는 당시 업계 1위였던 야놀자를 맹추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맹수수료 무료 정책 등으로 전국단위 가맹 모텔수를 빠르게 늘렸고,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TV광고 등 여기어때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방송인 신동엽이 출연한 재치있는 광고로 여기어때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결과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686억원으로, 2016년 대비 180% 가까운 성장을 했습니다. 당시 여기어때의 영업손실은 9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17년 60억원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야놀자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 비용 등을 크게 늘렸기 때문입니다. 여기어때는 2017년 190억원의 광고선전비를 집행했는데, 지난해에는 똑같은 명목으로 343억원의 비용을 썼습니다.

올해 4월 공시된 2018년 위드이노베이션 감사보고서. 발행된 전환사채 내역.

■ 금수저 여기어때, 흑역사...그리고 ‘~ing’

매출 우상향을 그리던 여기어때의 성장역사에는 ‘흑역사’도 존재합니다.

2017년 3월 해킹에 의해 99만 명의 회원 정보가 유출됐고 이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한 것입니다. 5천 명에 가까운 이용자들이 해커로부터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협박 메시지를 받아 큰 사회적 논란이 됐습니다. 이 때 사건으로 장영철 부사장은 고객 정보 유출 책임을 묻는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장 부사장은 정보통신망법상 보호조치를 소홀히 해 고객 정보 유출을 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 1차 공판이 열렸으며, 9월 2차 공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장영철 부사장은 여기어때 개인투자자 이기도 합니다. 2015년 10억원을 투자,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 여기어때는 올 1월에도 개인정보 이용내역 이메일을 회원들에게 발송하는 과정에서, 수신인 설정 잘못으로 본인 외에 다른 회원 이메일 주소가 포함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치열한 경쟁 관계에 놓인 야놀자와의 법적 분쟁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야놀자는 제휴업소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이유로 여기어때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고, 얼마 전에는 특허 침해를 이유로 또 다른 소송전에 휘말렸습니다. 앞서 여기어때는 야놀자를 상대로 이 회사 전현직 임직원이 포털 사이트에 여기어때를 비방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악성댓글을 달았다며 맞소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심명섭 여기어때(위드이노베이션) 전 대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기어때는 오너 리스크까지 겪었습니다. 지난해 말 심명섭 당시 대표가 웹하드를 여러 개 운영하면서 불법 음란물 유통을 방조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지면서 여기어때는 브랜드 신뢰에 큰 손상을 입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심 대표가 웹하드를 운영하며 수백만 건의 불법 음란물 유통을 방조했다면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에 심 대표는 웹하드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회사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지난해 말 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다만, 그는 현재까지 여기어때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또 여기어때 모회사이자 이 기업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인 위드웹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야놀자vs여기어때, ‘불꽃 경쟁’ 2라운드 예고

이번 CVC 매각은 심명섭 전 대표가 검찰 조사에서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급물살을 탔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CVC로부터 기업가치 6천억원 이상의 평가로 2천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협상을 진행해오다, CVC 측이 협상 도중 여기어때에 대한 기업가치를 낮추면서 협상이 틀어졌다는 전언입니다.

그러다 심 전 대표가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다시 협상이 재개됐고, 여기어때 회사 가치가 3천억원 정도로 평가돼 매각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 1천885억원을 기록한 경쟁사인 야놀자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것과 비교하면, 투자자 입장에선 현재 여기어때의 기업가치 평가가 낮다는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늘어난 여가 시간으로 여행과 액티비티 시장이 크게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여기어때 성장 가능성은 밝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기존 재무적 투자자들은 이번 CVC 매각 제안이 투자회수의 적기인지, 아니면 좀 더 미래를 내다보고 여기어때 지분을 들고 있을지를 가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비교적 분명한 건 심명섭 전 대표의 지분을 비롯해 51%가 넘는 여기어때 지분과 경영권이 CVC에 넘어갈 것이란 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난 6월에만 2천130억원 규모의 신규 튜자를 유치한 야놀자와 또 한 번 대규모 마케팅 경쟁을 펼칠 것이란 얘기도 나옵니다. 잠시 아꼈던 광고선전비 집행과, 고객 이벤트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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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늦어도 이달 안에는 여기어때 매각 이슈가 매듭지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 동안 몸집을 빠르고 크게 키우던 야놀자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게 될 여기어때의 ‘불꽃 경쟁’이 또 한 번 점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름 바캉스 막바지 성수기인 바로 지금, 국내 숙박업계가 태풍의 눈을 지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