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백색 국가서 제외...내달부터 시행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 발표, 日 '가의2' 지역에 배정

디지털경제입력 :2019/08/12 16:22    수정: 2019/08/12 16:29

정부가 12일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해 한국의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했다. 수출통제 이행 여부에 따라 현행 2단계로 구성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해 총 3단계로 구성하고 일본 수출시 심사 절차를 강화한다.

이는 반도체 관련 3개 소재 수출 심사 폐지와 백색 국가(그룹 A) 삭제 등 7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첫 대응 조치다.

12일 브리핑을 진행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 (사진=산업통상자원부)

특히 반도체 등 특정 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 등에 전용 가능한 물자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삭제하며 내세웠던 표면적인 이유와도 정확히 일치한다.

■ 수출지역 중 '가' 지역 세분화, 日 새 분류에 편입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현행 2단계로 구성된 전략물자 수출지역을 3단계로 세분화한다고 밝혔다. 현재 '가 지역'을 세분화해 '가의1', '가의2'로 나누고 일본을 '가의2'로 배치하기로 했다.

'가의2' 지역은 '나 지역'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 사실상 백색국가 배제 효과를 낳는다. 수출허가 유효기간도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들고 심사 기간도 최대 15일로 늘어난다.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 개요. (자료=산업통상자원부)

그러나 심사에 필요한 서류는 '나 지역'의 총 7종보다 두 종류가 적고 '전략물자'를 다른 나라로 수출할 때 심사는 면제된다. 원칙적으로 건별 심사를 받아야 하고 심사 기간도 최대 90일인 일본측 절차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란 무엇

대외무역법 제26조 하위 고시인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는 핵무기·대량살상무기 등 제조나 보관, 운송 등에 쓰일 수 있는 제품이나 재료를 해외 수출할 때 각 국가별 허가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이 고시 별표 6 '전략물자 수출지역 구분'에 따르면 현재 한국 정부는 미국, 캐나다, 호주, 오스트리아, 일본 등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한 29개 나라를 '가 지역'으로, 이외의 모든 국가를 '나 지역'으로 분리한다.

이중 '가 지역'은 품목포괄허가와 재수출이 가능하며 한 번 수출 허가를 받으면 3년간 유효하다. 심사 기간도 5일에 불과하며 재수출이나 중계수출시 심사가 면제된다.

반면 '나 지역'은 한국산 물자의 재수출이 불가능하며 심사시 허가를 위해 필요한 서류는 7종을 요구한다. 단 동일 업체에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출이나 2년 이상 장기 수출계약시는 포괄허가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 대의명분 확보하며 日 정부 규제 대응

이번에 발표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불산 등 특정 산업 소재를 규제한 일본 정부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과 명백한 차이가 있다.

반도체 등 특정 산업을 겨냥해 규제를 강화한 일본 측 안과 달리 이번 한국 측 개정안은 명백하게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 등에 전용 가능한 물자 수출 관리만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일본이 백색국가 삭제 조치를 감행하며 내세웠던 표면적인 이유와도 일치한다.

또 최대 심사 기간이나 필요 서류도 기존 일본이 속했던 '가 지역'과 크게 차이가 없으며 심사 면제 기간도 최대 2년을 부여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자국 기업 피해 가능성은 최소한으로 줄인 셈이다.

■ "日서 수출 통제 부적절 사례 지속 발생"

이번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20일간 행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규제심사, 법제처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9월 초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별표 1 '전략물자·기술 색인'에 포함된 각종 화학 제품과 공산품, 소프트웨어, 시험·측정 장비 등을 일본에 수출할 때는 강화된 규제가 적용된다.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은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는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부합되게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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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성 장관은

또 "국제 수출통제체제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용하거나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국가와는 긴밀한 국제공조가 어려우므로 이를 고려한 수출 통제제도의 운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적절한 운영사례'는 지난 7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일본 안전보장무역기구와 경시청 자료 등을 통해 공개한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 북한 불법 수출 사례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