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산업 정상화 이제 시작이다"

김재희 함샤우트 공동대표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9/08/09 19:02    수정: 2019/08/11 19:58

"지금 같이 투자가 얼어 붙어 있는 상황에선 스스로 자본을 조달할 능력이 있고 사업 경험이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많이 나와야 한다. 이런 건실한 프로젝트들이 성과를 보여줘야, 투자자들이 이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것이 블록체인 산업이 선순환 사이클에 들어설 수 있는 방법이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겸 마케팅 전문가그룹 함샤우트의 김재희 공동대표는 최근 서울 마포구 함샤우트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재 블록체인 산업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김 대표가 이끌고 있는 함샤우트는 국내 대형 통합마케팅 에이전시 중 직접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유일한 업체다.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플랫폼 '알파콘'과 블록체인과 AI를 결합한 맞춤 여행 플랫폼 '투어컴' 이 함샤우트의 손을 거친 블록체인 스타트업이다.

함샤우트는 지난 2017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이후 블록체인 스타트업 발굴에 특히 큰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IT분야 통합마케팅 전문가로 25년간 활동해 오면서 경험적으로 결국 IT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은 블록체인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김재희 함샤우트 공동대표

"지금 블록체인 산업은 과도기...리버스ICO 중심으로 돌파구 찾아야"

김 대표는 지금 블록체인 산업을 '과도기'라고 보고 있다. 2017년 암호화폐 광풍이 지나간 후 정제되고 있지만, 여전히 악순환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암호화폐 광풍 이후 생긴 각종 부작용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불신이 너무 커진 상태다. 전통적인 투자자들은 이쪽에 전혀 관심이 없고, 무리해서 돈을 넣었던 일반 투자자들은 코인 가치가 떨어지면서 돈을 빼지도 못하고 더 투자할 마음도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 산업이 돌파구를 찾으려면 일명 리버스 ICO들이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사업을 론칭하면서 일부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리버스 ICO다.

김 대표는 "광적인 바람이 지나가면서 지금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프로젝트를 꾸려가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오랫동안 시장에서 튼튼한 매출과 이익률을 달성한 업력이 있는 회사들이 지금 상황에서 가장 성공 가능성 있어 보인다"며 "지금은 리버스 ICO 중심으로 블록체인 산업이 성장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2017년 암호화폐 광풍 후 산업이 극심한 부작용을 겪은 이유도 너무 초기 스타트업들만 이 분야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란 게 김 대표의 분석이다.

김 대표는 "2017년 암호화폐공개(ICO) 붐이 불 때는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많이 뛰어들었다. 자본력이 전혀 없는 업체들이라 대부분이라 펀딩이 최우선 순위였다. 일반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를 부추기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ICO를 통해서 펀딩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막혀 있다.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측면은 있지만, 시장을 정제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재희 함샤우트 대표(왼쪽)와 박배균 투어컴 회장이 블록체인 비즈니스 액셀러레이션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캐스팅페어 통해 건실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발굴할 것"

실제 함샤우트는 지난 3월 처음 진행한 "벤처스타트업 캐스팅 페어'를 통해 리버스 ICO 프로젝트인 '투어컴'을 발굴하고, 직접 액셀러레이팅하기로 결정했다.

캐스팅 페어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가 상생·협력을 도모하고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심사를 거쳐 선정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투자사가 액셀러레이터, 거래소 등 업계 관계자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소개할 기회를 마련해 주고, 1대 1 미팅을 통해 협력 방안을 찾을 수 있게 주선해주는 행사다.

함샤우트가 액셀러레이팅을 결정한 투어컴은 오랫동안 후불제 여행사를 운영해 온 업체다. 김 대표에 따르면 투어컴은 지금까지 패키지여행을 주력으로 영업해 왔으나, 자유여행, 맞춤형 여행으로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맞춰 블록체인 기반 여행 콘텐츠 및 상품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투어컴 플랫폼에서는 일반인과 여행 가이드, 여행 상품 판매자가 여행 정보 제공자 및 평가자로 참여해 투어컴 토큰으로 보상을 받는다. 받은 토큰으로 여행 상품을 구매하거나 가이드 피를 제공하는 데 쓸 수 있다. 또, 블록체인으로 여행자와 가이드의 개인 정보, 여행 스케줄, 여행 정보 등 보안성을 강화하고, 시스템 운영 업체나 기관 개입을 최소화해 경제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김 대표는 투어컴의 액셀러레이션을 결정한 이유로 탄탄한 업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기존 사업 모델을 블록체인에 잘 적용했다는 점을 꼽았다."투어컴은 10년 이상 후불제 여행 사업을 진행하면서 부도율이 0%일 만큼 건강하게 운영되어 왔다"고 강조했다.

함샤우트는 오는 28일 두 번째 캐스팅 페어를 개최할 예정이다. 진행 방식은 1차 때와 동일하다. 발표사 신청 접수는 오는 14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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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건실한 프로젝트들이 거래소와 투자자들을 만날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어주는 것이 캐스팅 페어의 목적"이라며 "함샤우트도 액셀러레이터이기 때문에 우리가 투자해서 같이 성장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지 적극 탐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캐스팅 페어 같은 기회를 통해 계속 건실한 프로젝트들이 세상에 나오고 대기업들이 실질적인 사례를 만들어 내다 보면 블록체인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일상을 파고들 것으로 본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 전통적인 투자자들도 이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비로소 산업이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