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 괜찮을까...애플·MS '음성 정보' 청취 논란

"시리·스카이프 이용자에 제대로 고지 안 했다"

컴퓨팅입력 :2019/08/09 20:40    수정: 2019/08/11 12:44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이 서비스 이용자의 음성 데이터를 무단 청취했다는 이유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에 휘말렸다.

문제가 된 서비스는 MS의 데이터 통화(VoIP) 서비스 '스카이프', 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시리'다. 이용자가 통화하면서 남기는 음성, 입력하는 음성명령이 발단이 됐다.

양사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음성 청취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경우 음성 청취를 중단하고, 이용자에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은 음성 데이터 청취에 대해 기업들이 이용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커졌다.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이용자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출처=애플)

■애플 "음성 데이터 제공 거부권 추가 예정"...데이터 삭제는 불가능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애플이 하청업체를 통해 시리에 입력되는 음성 데이터를 듣고 평가를 매기게 했다고 지난달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일랜드 소재 애플 하청업체 인력들은 시리에 입력되는 이용자 음성 중 일부를 정기적으로 청취했다. 음성 데이터에는 의료 정보, 마약 거래, 부부 간 성관계 등 민감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음성 비서 호출이 적절하게 실행됐는지, 명령어에 대한 답변이 적절했는지 등을 평가했다. 가디언은 애플이 해당 사실을 이용자에게 안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 시리의 성능 강화를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조치였다고 해명하고 음성 데이터 평가를 중단했다고 1일 밝혔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자가 음성 데이터 평가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녹음된 음성 데이터에 대해 삭제 권한은 제공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해명도 내놨다. 시리가 활성화될 때마다 기기는 무작위 식별자를 생성하고, 여기에 이용 데이터가 연동된다. 구글 등 타 AI 음성 비서 서비스 제공 사업자가 이용자 계정과 AI 비서를 연동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바꿔 말하면, 이용자가 삭제를 원하는 특정 데이터를 찾아내기 어렵다.

(출처=미국 지디넷)

■MS 스카이프도 논란..."인력 청취 사실 제대로 안내 안 했다"

MS 스카이프 서비스를 대상으로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IT 매체 마더보드는 7일 MS의 하청 인력이 스카이프 내 번역 서비스를 이용한 대화 내역을 청취해왔다고 보도했다.

MS 스카이프는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이태리어, 포르투갈어, 아랍어, 러시아어 등 10개 언어를 지원한다. 회사는 홈페이지에 서비스 개선을 위한 음성 데이터 분석이 이뤄질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마더보드는 이 과정에서 타인이 음성을 청취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삼았다. 수집한 데이터는 5~10초 가량의 파일이 주를 이뤘으나 비교적 짧은 연인과의 대화, 몸무게 등 사적인 정보들이 포함돼 있었다.

스카이프 트랜슬레티어

■ 과거 에버노트 사용자들도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표명

이번 일은 IT업체 내부 인력이 사용자 데이터에 직접 접근하려 한 일로 프라이버시 우려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지난 2016년 노트 필기 앱 에버노트의 프라이버시 정책 관련 논란을 연상시킨다.

당시 에버노트는 회사 직원이 사용자의 노트를 열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개인정보정책에 포함하겠다고 고지했다. 이는 에버노트에 반영된 머신러닝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에버노트는 이용자 반발에 부딪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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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노트 개인정보 정책 캡처

엄밀히 볼 때 당시와 최근 사례는 상황이 좀 다르다. MS와 애플은 이용자에게 명확한 고지 없이 이미 데이터에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가 뒤늦게 논란을 일으켰다. 반면 에버노트는 접근하겠다는 계획을 솔직하게 밝혔음에도 거센 비판에 시달렸다.

에버노트는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스스로 근거를 갖추려 했음에도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에 휘말렸던 사례다. 이를 염두에 두면 제대로 된 고지 없이 음성 데이터를 청취한 MS와 애플의 행태가 이용자에게 불러일으킬 거부감과 파장이 더 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