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기업 주도 소재·부품·장비 육성책 필요하다”

반·디 기업·연구단체들, 日수출규제 대응 ‘종합플랜’ 주장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8/07 20:23    수정: 2019/08/08 06:50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과거와 차별화된 장기적이고 정교하며 전략적인 기술개발 로드맵을 구축하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팀을 조성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법적 제도도 필요하다. 산업 기술정책과 과학 기술정책 수립과정에 있어 정부와 산업계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야한다.” -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 업체 다변화도 동시에 진행해야한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테스트베드도 만들어야한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정부가 나서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제품을 대기업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경쟁력 향상을 위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국가 소재·부품·장비 핵심 기술 지정도 필요하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 교수들을 기업 연구·개발 센터에 파견할 수 있게 하는 법적 기반도 필요하다.” -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모든 것을 국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효율적이지 않다. 국산화라는 단기적인 성과에 치우치기보다는 향후 10년 간 고유한 기술력으로 지속가능한 결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주도가 아닌 대기업 주도로 정말 필요한 국산화가 이뤄져야한다고 본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최고의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갖춘 제품을 만드는 경쟁력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관건이다.” - 박영수 솔브레인 부사장.

“국산화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가능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렵다. 전체 반도체 소자 특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미세화 될 수록 검증이라는 절차가 필요해진다. 이에 수요·공급 업체 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테스트베드가 필요할 것이다. 또 대기업이 신규 제품에 이를 탑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면 국산화 개발은 수월해질 것이다. 소자 업체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맞춤형 지원 정책과 꾸준한 실행력이 국산화 속도를 좌우할 것이다.” - 이종수 메카로 사장.

“국내 반도체 시장에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글로벌 업체들이 진입해 있다. 국내 소재·부품 업체는 그만큼 시장성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국산화를 위해서는 무조건 국산 소재·부품 가격이 저렴해야한다는 인식이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한다.” - 서진천 프리시스 대표이사.

“왜 국내에서 글로벌 톱 티어 회사 수준의 종합 장비회사가 나오지 않을까를 심각하게 생각해야한다. 국내 장비 기업들은 비즈니스 측면 외 매출규모에 대비한 연구·개발 투자 비율이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기술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적어 미래를 내다보는 도전보다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가 되는 개발을 할까만 고민하는 수준이다. 소재·부품·장비 모든 것이 같은 수준으로 레벨업이 돼야 전체 가치사슬이 잘 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현덕 원익IPS 대표이사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을 비롯해 과학기술계 관계자들이 7일 한 자리에 모여 최근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한일 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했다.

최근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간소화 우대국) 제외조치에 대응해 소재·부품특별법을 제정하고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중장기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더욱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이날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반안 토론회’에 참석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과거 정권과 차별화된 장기적이고 정교하며 전략적인 기술개발 로드맵을 구축하는 별도의 TF팀을 조성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10여 년 전 산업계와 학계,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소재·부품 국산화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요구했지만 정권이 바뀌고 왜 잘나가는 분야에 국가 연구비를 투입해야하냐는 주장이 반복된 것이 사실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장기적인 정부 주도의 소재·부품·장비 육성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7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 현장. (사진=지디넷코리아)

또 “산업 기술정책과 과학 기술정책 수립과정에 있어 정부와 산업계가 소통할 수 있는 창구(TF)가 마련돼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조성돼야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오픈마인드로 협력하고, 중소기업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세계 어디에도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생각을 해야한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일본 수출규제 문제 때문에 다들 국산화를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는 국산 제품에 대해 일류 제품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며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은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만큼 1등 제품이 아니면 절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결국 우리나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를 글로벌 수준으로 높여야한다는 것이다”라고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경쟁력 향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울러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중견 기업인데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리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며 “최근의 반도체 미세화 공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료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장비와 부품도 필요하다. 이에 정부가 이를 지원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우리 대기업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5세대 이동통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이를(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적극 지원해야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테스트베드를 만들어야한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정부가 나서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제품을 대기업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소재·부품·장비 기업 육성을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을 건의했다.

박재근 학회장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장치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핵심 기술 지정도 요구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 자국 기업의 육성을 위한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박재근 학회장은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국가 소재·부품·장비 핵심 기술 지정도 필요하다. 이는 보호무역주의는 계속 심화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라며“이제는 정부가 관여해 준비하지 않으면 주력 사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아무리 국산화를 한다고 해도 우리 대기업 입장에서는 최고가 아닌 국산 제품은 사용할 수가 없다. 결국 국내 소재·장비·부품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고,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의지(구매)와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소재·부품특별법에 근거해 정부가 정기적이고 장기적인 실행계획 하에 국산화를 추진하고, 이를 대기업이 구매하는지 매년 점검하자는 것이다.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는 대학의 반도체 학과 교수를 기업의 R&D 센터에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기반 마련도 요구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사진=지디넷코리아)

박재근 학회장은 이에 대해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 교수들을 기업 연구·개발 센터에 파견할 수 있게 하는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현재 과기정통부와 교육부가 이를 인정해주고 있지 않은데 일본을 보면 집단연구를 통해 정밀화학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도 대규모 사업단 구조로 대기업과 연결할 수 있는, 대기업이 참여하는 중소·중견 R&D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심도 깊은 전략이 만들어져야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역시 수출규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국산화 지원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박영수 솔브레인 부사장은 “모든 것을 국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효율적이지도 않다”며 “국산화라는 단기적인 성과에 치우치기보다는 향후 10년 간 고유한 기술력으로 지속가능한 결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주도가 아닌 대기업 주도로 정말 필요한 국산화가 이뤄져야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최고의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갖춘 제품을 만드는 경쟁력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관건”이라며 “소재·부품은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중장기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20년 동안 5조원 넘게 (정부가 예산을) 투입했지만, 대일무역적자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유는 그간 우리가 보편적 기술이 적용된 것만 국산화해서 그렇다고 본다”고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장기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종수 메카로 사장도 “국산화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가능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렵다”며 “이는 전체 반도체 소자 특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세화 될 수록 검증이라는 절차가 필요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수요·공급 업체 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며 “대기업이 신규 제품에 이를 탑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면 국산화 개발은 수월해질 것이다. 소자 업체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맞춤형 지원 정책과 꾸준한 실행력이 국산화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며 정부의 맞춤형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국산 소재·부품·장비를 쓰면 가격안정화라는 장점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해내지 못했다”며 “정부는 그간 일관성 있게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을 주도했어야했지만,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생태계 육성에 미온적이었다. 국산화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다 동시에 하려다 하나도 못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산화를 위한 컨트롤타워를 운영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진천 프리시스 대표이사 역시 “그동안 정부의 국산화 정책은 목표가 좀 흐렸다고 본다. 포괄적인 개발지원 정책에 나섰을 뿐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부분은 희박했다”며 “어떤 기업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또 일부 업체는 수혜를 봤다가 무너지는 구조는 국가적인 낭비라고 본다. 향후에는 규모를 갖춘 정부의 새로운 지원책이 필요하다. 기업이 홀로가기에는 준비를 한꺼번에 하기에 크고 기나긴 시간이 요구되는 맹점이 있는 만큼 정부가 특별기구 조성에 대한 의견수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국내 반도체 시장에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글로벌 업체들이 진입해 있다. 그만큼 국내 소재·부품 업체는 시장성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국산화를 위해서는 무조건 국산 소재·부품 가격이 저렴해야한다는 인식이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인식변화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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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 원익IPS 대표이사는 “왜 국내에서 글로벌 톱 티어 회사 수준의 종합 장비회사가 나오지 않을까를 심각하게 생각해야한다”며 “국내 장비 기업들은 비즈니스 측면 외 매출규모에 대비한 연구·개발 투자 비율이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기술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적어 미래를 내다보는 도전보다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가 되는 개발을 할까만 고민하는 수준”이라고 국가 R&D 지원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장비 기업이 잘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장비를 만드는 것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예컨대 부품은 장비 회사에게 매우 중요하다. 일본 부품 하나가 없어서 장비 못 만드는 일도 생긴다”며 “소재·부품·장비 모든 것이 같은 수준으로 레벨업이 돼야 전체 가치사슬이 잘 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