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경제전쟁에 이재용만한 將帥 있을까

[이균성의 溫技] 죄인 이순신은 바다로 갔다

데스크 칼럼입력 :2019/08/07 16:09    수정: 2019/08/08 09:59

#모든 전쟁은 이기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더 큰 승리다. 어떤 전쟁도 이기든 지든 양쪽의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전쟁을 부추기지만, 좋은 지도자는 창칼을 녹여 쟁기를 만들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후자보다 전자를 택하는 경향이 훨씬 짙다. 제한된 자연을 평화롭게 공유하려는 노력보다 독점하려는 욕망과 욕구가 훨씬 더 큰 탓이다.

#스포츠는 전쟁의 유희적 모방이다. 승부에서 이김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인간의 본질적 욕망을 양쪽 큰 피해 없이 배설하는 통로가 곧 스포츠다. 승부욕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전쟁은 본질적으로 같지만, 스포츠의 경우 사전에 게임의 룰을 합의하고 페어플레이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전쟁과 다르다. 인류에게 21세기는 전쟁의 시대가 아니라 스포츠의 시대여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경제는 전쟁과 스포츠의 중간 어디쯤에 있다. 양쪽 요소를 다 갖고 있다. 글로벌이든 한 국가 내부든 게임의 룰이 있고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 이 점에서는 스포츠에 가깝다. 경제는 그러나 각 집단의 생존과 안위의 문제이기도 하다. 바로 그 문제가 때론 거대한 싸움을 회피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다. 이 점에서 경제는 전쟁에 가깝다. 지금 우리는 이 사실을 생생하게 목도하는 중이다.

일본 침략에 맞서 대책을 논하는 삼성 경영진. 왼쪽 세번째가 이재용 부회장.

#한국과 일본 사이에 ‘경제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전쟁의 배경이 무엇이든 그게 전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전쟁은 스포츠가 아니다. 단 한 번도 연습할 기회가 없고, 패한 뒤 다시 싸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단판으로 승패가 갈리고 패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건곤일척의 승부다. 해서 싸우면 반드시 이겨야 하고 이기려면 자원의 총동원이 불가피하다.

#자원을 총동원하려면 세 가지가 꼭 필요하다. 첫째 지금이 우리 민족과 국가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비상한 전쟁시국이라는 사실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이 필요하다. 위기감을 지나치게 확대해 국민에게 공포감을 불어넣는 것은 경계해야겠지만 모두가 맞서 싸우는 데 머리를 맞대 일조해야 한다는 일체감을 가지 수 있게 해야 한다. 여기서 지면 모두가 피해를 본다는 공감이 중요해졌다.

#우리 사회 내부 정치적 내전이나 긴급하지 않은 이해관계의 갈등은 잠시 휴전할 필요가 있다. 평화시대에 해야 할 일과 전쟁시국에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지금은 내부의 작은 싸움을 멈추고 모두 한 편이 되어야 할 때다. 그렇게 하는 게 총동원을 위한 두 번째 필요다. ‘죄수의 딜레마’가 불러올 모두의 명백한 손해를 깨닫는 게 중요하다. 나라의 경제가 살아야 모두가 살 수 있는 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 필요에 대한 공감이다. 전장(戰場)에서 피 흘려 싸울 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전장에 나선 전사(戰士)들에게 우리 사회가 총동원한 자원을 물심양면으로 밀어주는데 아낌이 없어야 한다는 연대의식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전쟁의 가장 치열한 전장은 어디이고, 전사는 누구이며, 그들을 이끌어 싸울 장수(將帥)는 누구인가. 이 대답을 찾고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그 답은 명백하다. 이번 전쟁은 경제 전쟁이고, 대통령이 전쟁을 지휘하겠지만, 실제로 전장에서 피 흘려 싸울 부대(部隊)는 기업이다. 이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데 그 사실을 모두가 뼈저리게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 왜? 그래야 후방에 있는 우리 모두 그 전사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악의적 태도로 봐 그 전장과 전선(戰線)은 넓다. 모든 기업이 전장에 내몰릴 거다.

#그 중 최전방(最前方)은 삼성이라고 봐야한다.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지금 집중포화를 날리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곳이 삼성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선 인근에 SK전선과 LG전선이 있을 거고, 7일 이후에 그 전선은 크게 확대될 게 뻔하다. 중요한 것은 그 최전방을 지휘하는 장수(將帥)들이 전쟁과 전투에 몰입해 모든 개별 전투에서 승리해낼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자원을 밀어줘야 한다는 거다.

#문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많은 장수가 전(前) 정권의 적폐적 압박에 의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고, 그 일로 아직 손발이 묶여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반칙과 특권을 없애고 모두 같이 룰에 따르면서 페어플레이가 칭송 받는 ‘스포츠 시대’로 가야하는 것은 되물을 필요도 없는 시대정신이다. 이를 거부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지금은 나라 존망이 달린 전쟁시국임을 알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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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 정권의 깡패질에 나라가 절단나지 않으려면 죽은 제갈량이라도 불러내야 할 형편이다. 전 정권의 강요에 의한 기업인의 불미스러운 죄의 크기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들이야 말로 일본의 침략에 맞서 최전방에서 싸울 장수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러니 우리는 물어야 한다. 억울한 죄인 이순신을 법정에 세울 것인가, 아니면 노량이나 명량에 나아가 싸우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기준은 이랬으면 한다. 정의(正意)와 선(善)은 사회적이고 문화적이다. 가변적이다. 삶과 죽음은 자연적이고 불변이다. 죄와 벌은 전자의 영역이지만 전쟁은 후자의 영역이다. 너무나 비인간적인 이야기지만 전쟁시국에는 우리가 먼저 살고 보는 게 최선이다. 우리로서 전혀 원하지 않는 전쟁을 일본이 일으켰을 때 싸워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