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개편안 발표 후…타다, 기사에 '택시 자격증' 독려

월급 5만원 추가 지급·일부 업장 응시 비용도 지원

인터넷입력 :2019/07/30 16:50    수정: 2019/07/30 18:30

국토교통부가 타다 등 모빌리티 서비스 운전 기사들을 택시기사 자격증 소유자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타다(VCNC)가 소속 기사들에게 택시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타다는 택시 자격증을 보유한 월급제 기사에게 매달 월급에 5만원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 또한 복수 타다 기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부 지역 차고지 업장의 경우 택시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비용 일체를 지원하는 등 택시 자격증 취득을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다 운영사 VCNC는 택시 자격증을 보유한 기사들에게 우대해주는 사항은 서비스 초기 때부터 있었고 국토부 발표를 전후로 바뀐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택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17일 전부터 타다 기사 커뮤니티에는 택시 자격증 취득을 고민하고 있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국토부 발표 전 타다 기사를 관리하는 지역별 업장은 택시나 버스 자격증을 보유한 기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VCNC 관계자는 "타다는 서비스 초기부터 안전운행을 드라이버 모집의 최우선 조건으로 대행업체들과 협의해왔으며, 드라이버 모집 시 업체들이 우대 조건으로 명시해왔다"면서 "최근 들어 정책이 크게 변한 건 없다"고 말했다.

■ "국토부 방침 법적 효력 가질 경우 대비 차원으로 보여"

VCNC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사진=지디넷코리아)

현재는 타다 기사의 택시 자격증 취득이 의무는 아니며, 자격증이 없어도 활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 이에 향후 국토부의 방침이 법적 효력을 가질 경우를 대비한 사전 준비라는 게 모빌리티 업계의 분석이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타다가 택시 자격증을 보유한 기사들에게 전문성을 갖췄다고 우대해 주는 것이라기 보단, 향후 국토부 방침이 실현될 경우를 대비해 미리 기사들에게 택시 자격증을 따놓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택시 자격증 시험 응시자 수가 올해 들어 유례없이 증가한 데엔 타다의 영향이 컸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택시 자격증 발급 및 시험을 총괄하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작년까지 택시 자격증 응시자는 매년 줄어오다 올해부터 갑자기 늘었다.

택시연합회 관계자는 "응시자들이 자신이 타다 기사라고 밝히며 시험을 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 타다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타다 뿐만 아니라 다른 모빌리티 플랫폼에서도 택시 자격을 요구하다보니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타다 드라이버 채용 안내
국토부 택시 제도 개편안

국토부는 택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해 최근 몇년 새 급성장한 모빌리티 산업의 체계를 정비했다. 모빌리티 플랫폼을 ▲플랫폼 운송사업 ▲가맹택시사업 ▲중개플랫폼 등으로 나눴으며, 특히 어떤 유형의 플랫폼 택시든지 운수종사자는 택시기사 자격 보유자로 한정한다고 못 박았다. 현재 택시를 활용하지 않은 대표적인 모빌리티 업체는 타다다. 국토부는 택시 제도권 밖에서 사업하던 업체의 경우 새로 신설할 플랫폼 운송사업 하에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국토부는 개편안 발표 후 실무자 협의를 통해 세부 사항을 정하게 된다. 이번 개편을 계기로 이전보다 강화된 운수종사자 자격 관리 및 자격유지 검사는 9월 관련 조항을 신설한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실현할 계획이다.

■ 타다 기사들 "택시 자격증 취득 어려운 건 아니지만 황당"

타다 기사들은 택시 자격증 시험의 난이도가 높지 않고, 월급도 더 준다고 하니 크게 문제 삼지는 않는 분위기다. 다만 일부 기사들은 전업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를 택시와는 다른 플랫폼 노동자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택시 자격증을 따게 되니 황당하다는 반응도 있다.

타다 기사 A씨는 “해외에서 취직을 하려다 비자가 안 나와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잠깐 타다 기사를 하고 있다”며 “조만간 택시 자격증을 따려고 알아보고 있는데, 잠깐 타다 기사 하려고 했는데 택시 자격증까지 따게 돼 조금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택시 자격증이 없어도 활동할 수 있는데, 나중에 (국토부가 택시 자격을 갖춘 운전자만 허용한다는 방침이) 법적 효력이 생기면 택시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실업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지금 회사에서 택시 자격시험 비용까지 일체 지원해주고 월급도 더 주면서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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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타다 기사 B씨는 “주중엔 본업을 하고, 주말 이틀만 활동하는 프리랜서 타다 기사인데, 택시 자격증을 미리 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시간을 내서 땄다”며 “택시 자격증 시험이 그렇게 어렵지 않고, 월급제 기사들에겐 월급에 5만원을 더 얹어주기까지 하니 딴 것”이고 설명했다.

이 밖에 타다는 택시 자격증 취득 독려 외에도, 최근 오픈채팅방에서 일어난 타다 기사들의 성희롱 문제를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