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준 ETRI 원장 "세계적 AI연구실 3~4곳 배출"

[방은주기자의 IT초대석] "치열한 경쟁 체제 도입 등 내부 과제 수주 혁신"

컴퓨팅입력 :2019/07/30 10:27    수정: 2019/07/30 15:11

"10년안에 세계적 인공지능(AI) 연구실 3~4곳을 배출하겠습니다."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의 포부다. 지난 4월 부임한 김 원장 체재를 맞아 43년 역사의 ETRI가 달라지고 있다. SW가 모든걸 집어삼키는 디지털 대변혁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국가지능화종합연구기관으로 변신한다. 연내 '국가지능화 청사진'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서울 교대 근처 ETRI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 원장은 "연구개발(R&D)체재를 혁신해 치열한 내부경쟁체계를 도입하는 등 세계적 연구소로 도약하겠다"면서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역할을 ETRI가 맡겠다"고 강조했다.

ETRI출발은 1976년 12월...CDMA 세계 첫 상용화 등 '숱한 기록'

ETRI 출발은 1976년 12월이다. 당시 KIST에서 나와 한국전자기술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세워졌다. 이후 몇차례 개명을 거쳐 1997년 1월말부터 현재의 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40여년간 CDMA 세계 첫 상용화 등 숱한 'ICT 기록'을 낳았다.

새로운 변신에 나선 ETRI는 지난 6월말 국가지능화 최고 연구기관이 되기 위해 조직을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하이라이트는 AI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인공지능연구소와 AI로 불편한 국민 생활을 해결하는 지능화융합연구소 신설이다. 김 원장은 "세계에서 인공지능을 제일 잘 다루는 나라가 되자는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명준 ETRI 원장. ETRI 출신인 그는 지난 4월 9대 ETRI 원장에 부임했다.

리눅스 전문가로 40년 이상을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울고 웃어온 김 원장은 ETRI 출신으로 ETRI에서 SW연구부장과 인터넷서비스 연구본부장, 컴퓨터SW기술연구소장, 컴퓨터 시스템 연구부장, 인터넷 서버 그룹장 등을 지냈다. 서울대 계통학과를 나와 KAIST에서 전산학 석사, 프랑스 낭시제1대학교대학원에서 전산학 박사를 받았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ETRI가 국가지능화 종합 연구기관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떤 의미인가.

"과거 20년간 우리는 ‘국가 정보화’를 잘해 ICT강국과 전자정부 선도국으로 부상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이제는 대한민국을 국가 지능화시켜야 한다. ETRI에 연구실이 80곳 있다. 이중 AI 관련 연구실 3~4곳, 총 10개 연구실이 10년안에 세계적 연구집단으로 성장했으면한다. "

내부 경쟁 강화...임기중 내부 과제 수주 방식 꼭 혁신할 터

-연구력 향상을 위해 내부 경쟁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세계최고 학술대회는 아무 논문이나 싣지 않는다. 100편이 응모되면 이중 70편은 떨어트린다. 경쟁률이 3대 1 정도 된다. 중국 공산당도 내부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중국 공산당은 당원이 9천만명이다. 9천만명이 경쟁해 이중 소수만이 중앙당 간부가 된다. 경쟁이라기 보다 투쟁(Struggle)에 가깝다. ETRI도 내부 경쟁을 강화하겠다. 세계적 학술대회처럼 내부 과제 수주에 '3대 1' 룰을 도입하려 한다. 임기 3년중 과제 수주 방법 하나만은 확실히 개선하고 싶다."

-ETRI의 AI 인력은 얼마나 되나

"ETRI 전체 연구원 숫자가 1900여명이다. 이중 인공지능 연구원이 450명, 또 인공지능 기반 지능화 융합연구원이 400명 정도 된다."

-지난 43년간 ETRI 성과는

"ETRI 설립 근거 및 목적은 핵심 미래기술을 연구개발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국가경제 및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ETRI는 지난 43년간 다양한 연구개발과 핵심원천기술을 개발로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창립 40주년을 맞아 분석한 국가경제 파급효과는 약 374조원이다. 10대 대표 기술의 파급효과도 248조원에 달한다. 그동안 특허는 1만1420건을 등록했다. 이중 국제특허는 6319건이다. 누적 기술이전 실적도 9006억원에 달한다. 1조원 달성이 눈앞에 있다. 3년내 가능할 것이다.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한 건수도 8690건에 달한다."

-에트리 연간 예산은 얼마인가. 이중 정부 출연금은

"올해 ETRI 예산은 6187억 원이다. 이 중 연구원이 사용하는 실제 사용 연구비는 4450억 원이다. 대부분 정부수탁사업(PBS)으로 71%를 차지한다. 정부출연금 사업은 15% 내외(911억 원)다. 정부출연연이 25개 있는데 ETRI가 출연금 비중이 가장 낮다. ETRI를 제외한 24개 출연(연)의 평균 정부출연금 비중은 45.3%다."

-43년 역사에 따른 노령화 문제는 없나. 20대, 30대 연구원은 얼마나 되나

"연구원(직원)의 평균 나이가 45.7세다. 20대 연구원은 118명이다. 전체의 5% 정도다. 30대 연구원은 462명으로 전체의 20%다. 매년 50~60여명의 연구원이 정년으로 퇴직한다. 퇴직자 대비 신규 연구원을 매년 충원, 노령화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매년 새로 뽑는 인원 가운데 10명은 창업을 전제로 한 연구원을 뽑는다."

-중소기업과 경쟁하지 말자며 5억 이하 과제는 금지시켰다는데

"연구개발(R&D) 체질을 개선하려 한다. 창의도전 연구와 중소기업지원 R&D, 융합연구 강화 등 ETRI의 사업기획과 수행, 평가의 프로세스 전면을 개선할 생각이다. 특히 기술축적형 창의 원천연구를 확대할 예정이다. ETRI 역할과 책임(R&R)에 부합하지 않는 중소기업과 경쟁하는 소액 과제 수주는 중단하려 한다."

김명준 ETRI 원장. 3년 임기중 내부과제 혁신 하나만은 꼭 이뤄놓겠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인이 ETRI를 "비싼 저질품"이라고 말한 걸 들은 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ETRI를 포함한 정부출연연구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와 극명히 다르다는 걸 느낀다. 특히 2000년대 초 와이브로 와 DMB 상용화 이후 ETRI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화시대(정보화시대)에 필요한 서비스와 시스템 개발이 그 당시 ETRI의 역할이였다. 이제 제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하는 역할을 ETRI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드문 귀중품의 ETRI'를 만들겠다."

프랑스서 박사 학위...독창적으로 학문하는 방법 배워

-미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80년 아주대에서 전임강사 대우로 처음으로 직장 생활을 했다. 당시 아주대서 교수 요원 양성 프로그램으로 매년 10명을 프랑스로 유학 보내줬다. 81년에 프랑스로 갔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전공했는데, 당시 유럽이 이 분야가 강했다. 당시 영국은 이미 인공지능 언어인 프로로그를 만들었고, 컴퓨터 언어인 파스칼을 만든 곳도 스위스 공대다. "

-프랑스 유학은 어땠나

"세가지를 배웠다. 우선 독창적으로 학문하는 법을 배웠다. 프랑스는 실용적인 미국과 다르다.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개념 창출을 강조한다. 남들이 생각하지 않은, 시도하지 않은 것을 찾아내야 박사학위를 준다. 당시 지도 교수가 늘 나에게 하는 말이 "너 생각은 뭐니? 너 생각을 말해봐"였다. 다르게, 독창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둘째는 인간애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과 교류하면서 인류 보편적인 인간애를 배웠다. 마지막은 사적인데, 와이프를 프랑스 유학 시절 만났다. 연구 단지에 프랑스서 공부한 사람들 모임이 있다. 내가 5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SW가족이라고 하던데

"내가 SW 분야에서 40년 이상을 일했고, 첫째 아들이 KAIST에서 운용체계(OS)를 공부하고 있다. 첫째 며느리도 같이 OS를 공부한다. 둘째 아들은 고대에서 빅데이터를 공부한다."

-취미나 특기는

"텃밭 가꾸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고구마, 감자, 배추 등을 심어 수확하고 있다. 집에 있는 꽃 가꾸기와 나무 키우기도 취미로 하고 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매월 등산과 매주말 산책을 한다. 주말마다 온천욕으로 건강을 챙긴다."

-나를 바꾼 책을 꼽으면

"우선 목민심서다. 또 이이화 씨가 쓴 '한국사 이야기'와 이오덕 씨가 쓴 '시정신과 유희정신'. 김훈 씨가 쓴 '칼의 노래' 등이다."

-애송하는 구절이나 버킷리스트는

관련기사

"영정치원(寧靜致遠)이란 말을 좋아한다. 제갈공명이 자식들에게 남긴 교훈서 '계자편'에 나오는 말이다.

평온하고 고요해야만 긴 안목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버킷리스트는 퇴직 후 귀촌(歸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