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미국의 금융 주도권을 흔들고, 경제 제재 위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적대국인 러시아, 이란, 중국 등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미국에 큰 위협이 된다는 전망이다.
미국 보수주의 성향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은 지난 1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암호 악당(Crypto Rogues)'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그동안 미국이 달러화의 우위를 이용해 외교술과 군사 작전에 의존하지 않고도 경제 제재와 강제적인 재정 정책을 통해 자국의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시켜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의 적대국들은 이러한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수십 년 동안 노력해왔지만, 미국 주도의 금융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국제 상거래를 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FDD는 이번 보고서에서 이러한 미국 주도의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나 국제 상거래를 수행할 방법으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지목했다. 비트코인 소프트웨어 코드를 사용하면 사용자는 암호화폐라고 불리는 복사할 수 없는 디지털 자산을 전송해 기존 은행의 역할을 없앨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암호화폐 기술이 과거 미국 달러화가 영국 파운드화를 넘어섰던 것처럼 미국 달러화를 위협할 거로 전망했다.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나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4개 국가로는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중국을 꼽았다. 보고서는 이 4개 국가가 미국의 금융 강제력을 상쇄하고, 제재 저항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블록체인 기술 실험을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단순한 제재 회피를 넘어서, 세계 금융 시스템 내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대체 지불 시스템을 개발해 일방적인 다자간 제재의 효력을 감소시킨다는 전략이다.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기반으로 한 국영 암호화폐 페트로 코인을 추진 중이다. FDD는 마두로 정권이 페트로 코인으로 미국의 경제 제재를 회피하려 했지만, 페트로 코인은 기술적이거나 재정적인 성취보다는 정권 선전을 위한 수단으로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가 베네수엘라의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연구 사례가 된다고 덧붙였다.
FDD는 러시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두고 블록체인 제재 저항 추구를 위한 완벽한 폭풍우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 영향을 줄이고, 외환 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장기적 경제·국가 안보 목표로 블록체인 기술 선진화를 우선시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세계 금융 시스템 밖에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고자 함이다. 러시아 금융 기관들은 새로운 예금 플랫폼에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기 위해 다중 블록체인 기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러시아 정보당국자는 2017년 국제 블록체인 표준회의에서 "인터넷은 미국에 속하지만, 블록체인은 우리에게 속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란은 베테랑 제재 도피자라고 평했다. 40년 동안 미국의 제재를 직면하고 있는 이란은 광범위한 회피 네트워크와 방법을 개발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암호화폐 토큰을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미국의 제재에 크게 위협받진 않지만,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국가다. FDD는 중국의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 참여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이 거래를 기존 시스템이 아닌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될 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 평했다.
FDD는 단기적으로는 이들이 미국의 제재를 상쇄할 수 있는 충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디지털화와 P2P 기술 시스템 등이 가치 이전을 위한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짚었다.
관련기사
- 블록체인과 IoT가 결합된 미래는 필연이다2019.07.23
- 체인파트너스, 카카오톡·전화로 비트코인 구매 서비스 출시2019.07.23
- 유승희 "한은, 페이스북 리브라 규제 마련 서둘러야"2019.07.23
- 암호화폐 범죄 피해 2년간 2조7천억...법무부 "엄정대응"2019.07.23
따라 FDD는 미국의 정책입안자들과 금융 분야 이해 관계자들이 새로운 금융 기술로 인한 이익과 위협을 이해하고, 국제 암호화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전문성과 영향력을 길러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미래의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적국의 시도보다 미국이 앞서간다면, 법 기반의 금융 질서와 디지털 화폐 기술을 조화시킬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