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日 근거없는 수출규제 억지주장 중단해야"

日, 韓 산자부 반론에 현지 언론 통한 간접 여론전

디지털경제입력 :2019/07/11 16:52    수정: 2019/07/11 17:32

일본 정부가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양대 근거로 든 '수출 관리의 부적절 사례'를 두고 한·일 양국간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북한 대상 불화수소 수출 등 UN 안보리 제재 위반 사항이 없었다"고 반박하자, 일본 정부는 명확한 반론 대신 NHK와 후지TV 등 주요 언론사를 통해 간접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9일 오후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이 불화수소 업체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나 일본 수출입 통제 기구가 작성한 자료에는 오히려 일본 소재 업체가 30건 이상의 대북 밀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정부의)수출 관리의 부적절함'을 내세운 일본 정부 주장의 타당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 산자부 "일본산 불화수소 北 반출 없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표면화하면서 "과거 한국과 관련된 수출 관리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하였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를 보다 엄격히 시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은 9일 "긴급 전수조사 결과 불화수소 대북반출 사례는 없었으며 일본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의 근거로 들었던 '안보상 문제'를 반박한 것이다.

성 장관은 또 "국내 관련 기업들은 국제법·국내법에 따라 적법하게 수출 허가를 받고 각종 보고 의무도 이행해 왔다. 일본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 당사국의 일원으로서 구체적인 정보를 해당 국가와 공유하고 공조하라"고 촉구했다.

■ "韓 수출 물자, 사린 가스 전용 우려"

그러자 일본 정부는 "한국에 수출한 원재료 등 전략 물자가 생화학 무기로 쓰일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들고 나온다.

9일 NHK는 일본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수출 규제가 강화된 이유는 한국에 수출된 원재료가 사린 가스 등 생화학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일부 한국 기업이 거래처인 일본 기업에 납품을 재촉하는 등 부적절한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사린 가스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개발해 사용한 신경계 화학무기다. 1995년 일본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벌인 테러인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사건'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린 가스 제조에는 이번에 수출 규제 대상이 된 고순도 불산이 필요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일본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사린 가스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 후지TV "한국, 생화학무기 전용 가능 물자 수출"

후지산케이 그룹 산하 후지TV는 10일 저녁 "한국이 생화학무기로 전용 가능한 물자를 불법 수출한 내역을 담은 한국 정부 문서를 단독 입수했다"고 방송했다.

후지TV는 독자 입수했다고 밝힌 문서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2019년 3월까지 한국에서 무허가로 총 156건이 수출되었으며 이 중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로 전용 가능성이 있는 지르코늄이나 디이소프로필아민 등이 제3국으로 수출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후지TV가 한국 정부 수출 관리 체계를 비판하며 공개한 문서 중 일부. (사진=FNN)

그러나 이 문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실의 요청으로 제출한 자료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당 문서는 수출 이전 적발된 사례를 담은 것이며 실제 수출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후지TV는 산케이신문과 함께 친정부 매체로 평가받는 언론사다. 지난달 30일 수출 규제 관련 1보를 내 보낸 곳도 산케이신문이다. 일본 정부와 모종의 거래를 통해 현 정권에 유리한 방향의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는 정황도 있다.

■ 하태경 의원 "물자 수출 위반은 日이 먼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후지TV 보도에 대해 "일본에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수출한 것은 오히려 일본"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11일 오전 국회에서 일본의 부정 수출 사례를 공개하는 하태경 의원. (사진=뉴스1)

하태경 의원은 일본 CISTEC(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의 자료를 인용해 "일본에서는 1996년부터 2013년에 걸쳐 총 30건이 넘는 대북 밀수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CISTEC은 1989년 설립된 기관으로 안보·전략물자 수출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민간 비영리 단체다.

이 단체가 2016년 10월 작성한 '부정수출사건개요'에 따르면 일부 일본 업체는 중국이나 타이완 등을 경유해 주파수변환기나 동결건조기, 탱크로리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수출한 뒤 사후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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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의원은 "일본이 ‘한국의 대북전략물자 밀수출설’ 등 계속해서 억지주장을 펼치면 오히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며 일본은 부당한 수출 규제를 즉시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도 같은 날 "일본산 불화수소의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재 대상국 유출 여부 조사는 완벽한 상태로 이뤄졌으며 후지TV 등이 의혹을 제기한 '한국에서의 불화수소 무허가 수출 적발 사례'도 일본이 문제 삼는 일본산 불화수소의 북한 유출 의혹과는 무관한 사안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