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환전하니? 난 환전없이 해외여행 떠난다"

은행, 체크카드 및 해외 간편결제서비스 선봬

금융입력 :2019/07/11 14:14    수정: 2019/07/11 18:08

최근 해외여행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번거롭게 외화를 환전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이나 카드 한 장만 들고 떠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현금없는 사회'가 전 세계적인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은행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환전없이도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1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NH농협은행이 환전하지 않고도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는 카드나 금융 서비스를 내놨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미리 돈을 넣어두면 해외에서 수수료없이 자동화기기(ATM)에서 인출해서 쓰거나, 제휴 브랜드 가맹점서 결제할 수 있는 카드로 고객몰이에 나섰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포인트·QR코드 결제로 해외로 떠나는 이들에게 편의성을 어필하고 있는 중이다.

신한은행은 최대 10개 외국통화 동시 충전 가능한 해외전용 선불카드인 '글로벌 멀티 카드'를 판매 중이다. 미국 달러·영국 파운드·유로·호주 달러·캐나다 달러·일본 엔·싱가포르 달러·홍콩 달러·뉴질랜드 달러·스위스 프랑을 한 카드에 넣을 수 있으며, 해외 마스터 카드 가맹점에서 사용 시 해외 이용 수수료가 없다. 다만 해외 자동화기기 인출 시에는 3달러 가량의 수수료가 붙는다.

우리은행은 '외화 바로 체크카드' 상품이 있다. 외화 바로 예금과 연동된 상품으로 예금에 미국 달러를 입금해 놓으면 '마스터' 카드 가맹점서 ATM서 인출과 결제가 가능하다. 해외 온·오프라인 맹점 결제와 해외 ATM 출금 시 부과되는 대체료와 현찰 수수료는 면제된다. 대표적인 가맹점으로 아마존닷컴이나 미국·하와이·괌 등의 면세점과 호텔이 있다.

우리은행 측은 "해외 가맹점에서 원화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이용할 경우, 원화 결제액에 적용된 환율을 바로 알기 어렵고 별도의 가맹점수수료가 부과된다"면서 "외화 바로 체크카드는 해외 가맹점 사용 시엔 수수료가 면제돼 여행객의 편익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돈처럼 쓸 수 있는 '하나머니'를 통해 해외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 '글로벌 로열 네트워크(GLN)'를 구축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멤버스'나 GLN 협업사인 SSG페이·토스 앱을 통해 해외 가맹점서 결제하는 구조다.

지난 4월 23일 대만, 5월 28일 태국서 GLN 서비스를 개시했다. 대만의 '에버리치' 면세점과 야시장·'알티(RT)마트'에서 쓸 수 있으며 오는 8월 '신광미쓰코시백화점' '하이라이프 편의점'에서도 쓸 수 있도록 가맹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태국에서는 '센트럴백화점'·'아이콘시암'·'고메마켓'·'빅씨마트'·'시암파라곤백화점' 등과 태국 내 300만개 '프롬프트 페이(Prompt pay)' 가맹점서 이를 쓸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실시간 국가별 환율이 자동 적용되며, 일본·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연내 한국을 포함한 7개국에서 GLN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2018년 11월부터 베트남서 '올원뱅크' 앱을 이용한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서비스를 제휴한 베트남 가맹점 3천 여 곳에서 QR코드로 환전 없이도 결제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곳으로 '큐 마트'와 '리틀 도쿄'·'도레미 스파'·'스파 허니' 등이 있다.

다만,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1일 한도가 있다는 점을 숙지해두는 것이 좋다. 외국환거래법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두 은행의 1일 한도는 50만원이다. KEB하나은행의 경우에는 미리 실명 인증 시 1일 200만원까지 하나머니를 충전해 쓸 수 있다.

■ 왜? 환전 시장 경쟁 가열+디지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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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이 같은 새로운 결제 서비스 방법을 고안하는 것은 국내 환전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의 플랫폼을 통해 환전을 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지면서, 직접 은행 앱으로 환전 고객을 유치하기 어려워진 것. 일례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KEB하나은행과 제휴한 '토스'를 통해 환전하는 고객이 2018년 1월 9%에서 올해 1월 25%로 급격히 늘었다. 또 은행 간 여행 시기마다 환율 수수료 우대 이벤트도 엇비슷해 큰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있다.

이밖에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해외 간편 결제 서비스 업체가 늘어났다는 점도 국내 은행이 신 서비스에 몰두하는 이유다. 해외에서 국내 은행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데다, 해외 간편 결제 업체들과 제휴로 추후 사업 확대도 도모할 수 있는 포석이 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