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日 수출규제 부당…막다른 길 가지 마라"

재계총수 간담회…"수출규제와 대북제재 연결, 바람직하지 않아"

디지털경제입력 :2019/07/10 13:35    수정: 2019/07/10 14:41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무엇보다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화답해 주기를 바라며,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재계 총수와 가진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밝혔다.

10일 오전 경제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의 철회와 대응책 마련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처를 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대북제재와 연결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 우호와 안보 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조치 철회를 공식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그와 함께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하고, 한국기업의 피해 발생 시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지난 8일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 회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초지를 추가 의제로 상정하며 국제적으로 공론화했다. 한국 정부측은 일본의 조치를 자유 무역에 반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전세계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지난 1일 수출규제 조치의 이유를 한국의 '부적절한 사안' 때문이라고 근거를 대고, 한국정부의 대북제재 준수까지 문제삼았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처를 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대북제재와 연결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 우호와 안보 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양국의 경제에도 이롭지 않은 것은 물론 당연히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내부 요인에 더해 대외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와 강대국 간 무역 갈등이 국제교역을 위축시키고 세계 경제 둔화 폭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것만으로도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거기에 일본의 수출 제한조치가 더해졌다"며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인 만큼 무엇보다 정부·기업이 상시로 소통·협력하는 민관 비상 대응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와 경제부총리·청와대 정책실장이 상시 소통체제를 구축하고 장·차관급 범정부지원체제를 운영해 단기적·근본적 대책을 함께 세우고 협력해나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수입처 다변화 및 국내 생산 확대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인허가 등 행정절차 간소화 및 신속 진행, 을 단기 대책으로 제시했다.

또 "빠른 기술개발·실증·공정테스트 등을 위해 시급히 필요한 예산은 국회의 협조를 구해 이번 추경예산에 반영하겠다"며 "국회도 필요한 협력을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핵심 기술 국산화와 특정 국가 의존형 산업구조 개선 등을 근본적 대책으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일이 어떻게 끝나든 이번 일을 우리 주력산업의 핵심기술·핵심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특히 특정 국가 의존형 산업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부품·소재·장비 산업의 육성과 국산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리겠다"며 "세제·금융 등의 가용자원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만으로는 안 되고 기업이 중심이 돼야 하며 특히 대기업의 협력을 당부드린다"며 "부품·소재 공동개발이나 공동구입을 비롯한 수요기업 간 협력과 부품·소재를 국산화하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달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기업과 정부의 협력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자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은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하고 오히려 우리 경제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 우리의 만남이 걱정하시는 국민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 경제가 늘 그래왔듯이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낼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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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등을 포함해 총자산 10조원 이상인 국내 대기업의 총수 및 CEO가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출자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윤부근 부회장이 참석했다. 롯데는 해외 체류 중인 신동빈 회장 대신 황각규 부회장이 참석했다. 한국무역협회 김영주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 중견기업연합회 강호갑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도 함께 했다.

정부 측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