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상용화 100일…얻은 것과 놓친 것

단기간에 100만 돌파 성과…품질·커버리지·요금 논란은 과제로

방송/통신입력 :2019/07/10 16:43    수정: 2019/07/10 16:44

우리나라가 5G 상용화에 성공한 지 100일을 코앞에 두고 있다. 정부와 이동통신 3사, 스마트폰 제조사가 한마음으로 상용화에 매진한 결과,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5G는 단순히 새로운 이동통신 기술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부와 국내 이동통신 3사, 통신 장비 및 단말 제조사에서는 5G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국내 5G 전략은 순탄하게 진행 중이다. 그러나 방심할 수는 없다. 올 하반기부터 글로벌 사업자들은 5G 상용화를 향한 걸음을 빠르게 재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자가 늘어날수록 기술 경쟁력을 무기로 삼을 수밖에 없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세계 최초가 최고를 보장하진 않는다”며 “2026년 1천161조원 규모의 5G 시장을 향해 글로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 5G 상용화 100일 얻은 것은

5G는 이동통신 서비스로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용화 69일만에 100만 가입자를 모집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이 기록은 LTE가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하는 데 81일이 걸렸던 것에 비해 12일 가량 빨랐다.

물론 이통 3사가 동시에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통신 시장에 5G가 빠르게 스며들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5G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국내 이통 3사의 투자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통 3사는 당초 예정대로 연내 5G 커버리지를 전국 85개 주요시로 확대, 전체 인구대비 93%가 5G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이 5G 기지국을 점검하는 모습,(사진=SK텔레콤)

이와 함께 건물 안에서도 5G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이통 3사는 올 하반기부터는 인빌딩 중계기 도입도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현재 상용화된 3.5GHz 대역에 비해 한층 빠르고 지연속도가 짧은 28GHz 대역을 활용하기 위한 장비 구축도 내년부터 본격화할 계획이다.

우여곡절 끝에 ‘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었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성과 중 하나다. 이통 3사는 세계 최초 상용화를 기반으로 5G 네트워크와 각종 산업을 연계한 솔루션을 국내 우선 도입해 해외 시장으로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 과정에서 중소 협력사와 이른바 5G 생태계를 조성, 해외 시장 진출을 촉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해외 통신사업자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과 러시아를 비롯해 영국, 일본, 홍콩, 핀란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현지 통신사업자들은 우리나라를 방문해 국내 5G 상용화 현장을 방문해 노하우를 배우기도 했다.

러시아 MTS그룹 주요 임원진들이 KT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해 5G를 이용한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사진=KT)

■ 그동안 놓친 것은

5G는 상용화 첫날부터 잡음을 냈다. 당초 정부와 이통 3사, 제조사가 5G 개통일로 점찍은 날은 4월5일이었다. 모든 준비는 5일에 맞춰 진행됐다.

하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을 노린 미국 버라이즌이 급하게 상용화를 준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버라이즌의 동향을 입수한 정부와 이통 3사는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삼성전자의 단말기를 공수, 일부 우선 개통자를 대상으로 오후 11시 5G를 개통했다.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한 움직임 덕분에 ‘세계 최초’ 타이틀을 지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5G 품질 논란은 상용화 이후 줄곧 따라다닌 논란거리 중 하나다. 부족한 커버리지와 안정치 못한 접속 탓에 5G 상용화 초기에는 ‘오지게 안 터지는 5G’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이통 3사의 꾸준히 이어진 커버리지 확대와 안정화 노력 덕에 비아냥에서는 벗어나게 됐지만,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4월 3일 SK텔레콤이 5G 상용서비스에 대해 소개하는 모습.(사진=SK텔레콤)

5G를 통해 이통 3사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이어진 것도 흑역사 중 하나로 남게 됐다. 초기 가입자 확보를 노린 이통 3사의 경쟁은 공시지원금 경쟁으로 시작됐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이어진 공시지원금 경쟁은 결국 SK텔레콤에 1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5G 단말기 실구매가를 낮추기 위한 이통 3사의 보조금 경쟁도 치열했다. 3사 간 경쟁은 100만원에 이르는 스마트폰을 공짜로 판매하거나, 웃돈을 주고 판매하는 기현상으로 이어졌다. 경쟁은 이내 5G 속도로도 옮겨붙었다. 이통 3사는 저마다 자사가 최고의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설전을 벌였고, 결국 3사가 모두 참여하는 ‘속도 품질 검증’을 벌이자는 제안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상용화 초기부터 지적되던 ‘5G 특화 서비스 부족’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이통 3사는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성을 앞세워 5G를 홍보했지만, 정작 이를 활용한 서비스는 내놓지 못했다. 그나마 증강현실·가상현실·클라우드 게임 등으로 활로를 열고자 하지만, 아직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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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직원들이 전용 HMD를 쓰고 5G 클라우드 VR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국내 5G 가입자는 여전히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 하반기 5G를 지원하는 새로운 단말기가 출시를 준비 중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연내 5G 가입자는 300만명을 무난히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에릭슨엘지는 올해 발간한 모빌리티 보고서를 통해 “올 연말 글로벌 5G 가입자 예상치인 1천만명 중 한국 가입자는 300만~400만명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시장점유율 30~40%를 한국이 차지할 수 있다는 뜻으로, 초기 5G 시장은 한국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