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 쇼미더웹툰] 영웅이지만 외로워…‘글루미 히어로’

작가 태현 작품, 38화로 완결.

인터넷입력 :2019/06/27 16:26    수정: 2019/07/16 15:43

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코믹스와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레진코믹스 웹툰 '글루미 히어로(작가 태현)',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스파이더맨’ 1편을 본 지 오래됐지만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초능력을 얻었지만 아직은 세상을 구하는 일에 본격적으로 나설 생각이 없던 피터, 어느 날 그는 개인적인 감정으로 강도잡는 일을 도와주지 않는다. 그런 자신을 원망하는 이에게는 자신이 들었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말만 돌려줄 뿐이다. 한데 거리로 나선 강도에 의해 자신의 삼촌이 총에 맞은 사건이 벌어진다. 영화 속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초능력을 세상을 구하는데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삼촌의 죽음으로 깨닫게 된 힘에 대한 책임감, 일종의 부채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기, 세상에 대한 책임감이나 부채감과는 거리가 먼 히어로가 있다. 레진코믹스 ‘글루미 히어로’(작가 태현)는 수상한 복면과 붉은 망토 그리고 꽃무늬 몸빼바지 차림의 70대 할머니 히어로 ‘복자’의 이야기다. 그녀는 달동네에서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독거노인으로, 여느 때처럼 고물상에 팔 폐지를 줍다 우연히 발광하는 잡지를 발견해 초인적인 괴력과 하늘을 나는 능력을 얻게 된다. 무시무시한 힘을 얻었지만 만화에 나오는 히어로들처럼 세상을 구하는 일 따위는 하고 싶지 않은 할머니다.

복자는 세상이 자기에게 건넨 상처 때문에 절대 자신의 힘을 그들을 위해 쓰고 싶지 않다. 그녀가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할 때 한 번도 도와주지 않았던 세상이니까. 젊은 시절 두 아이와 남편을 잃지 않기 위해 복자는 울부짖었다. ‘도와달라고,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하지만 언제나 그녀의 절규는 외면당했다. 그렇게 연거푸 가족을 잃은 슬픔에 더해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세상 따뜻했던 복자씨는 사라지고 이제는 그저 폐지 줍는 70대 욕쟁이 할머니만 있을 뿐이다. 오늘도 복자는 종일 폐지를 주우며 욕 한 바가지 퍼붓고 살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골방에 앉아 양초 빛에 기대어 라면 하나로 끼니를 채우며 영정사진 너머 유골함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다들 조금만 기다려. 우리 죽어서라도 같이 모여 살자고’

레진코믹스 웹툰 '글루미 히어로(작가 태현)',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그렇게 세상에 대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우연히 얻은 초능력을 그저 폐지를 수월하게 많이 모으는 데나 쓸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초등학생 ‘동혁’이 위기에 처한 것을 목격하게 된다. 너무 급한 상황이라 남 일에 힘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꺼내들 틈도 없이 얼굴만 겨우 가리고 날아올라 동혁을 구해내는데… 그만 정체를 들키고 만다. 평소 몸이 약했던 동혁은 히어로 만화를 보며 용기를 얻어왔기에 복자에게 비밀을 지켜줄 테니 히어로로 활동하라고 한다. 그 말에 코웃음 치는 복자에게 동혁이 한 마디 더 보탠다. '히어로가 되면 큰돈을 벌 수 있어요'

돈, 모질게도 긴 세월을 버텨낸 이유다. 큰돈을 벌 수 있다면, 먼저 간 두 아이와 남편 그리고 자신 이렇게 네 식구가 죽어서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납골당 안치금도 더 빨리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이에 미치자 그녀는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세상이 아닌 자신을 위해, 히어로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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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녀는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내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국민 영웅으로 인기를 모은다. 또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CF를 찍으며, 바라던 대로 돈도 벌게 되는가 싶다. 그런데 도움을 받은 세상이 히어로 복자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 않고 터지는 사건마다 여기저기서 도움을 요청하고, 그녀의 인기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데...

웹툰 ‘글루미 히어로’는 히어로가 됐음에도 정작 자신의 작은 소망 하나도 이루기 힘든 복자의 인생을 히어로물이라는 판타지 장르에 담은 휴먼드라마다. 폐지를 줍던 복자의 두 손에 이제 인류의 운명이 맡겨지는데, 그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세상의 외면으로 상처받은 한 인간이 이제 세상을 구할 유일한 히어로가 된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린 웹툰 ‘글루미 히어로’는 현재 레진코믹스에서 38화로 완결돼 서비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