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달리던 자율차, 돌발상황 땐 가뿐하게 제동

[체험기] 서울 도심 ‘5G 자율주행 버스’ 직접 타보니

방송/통신입력 :2019/06/22 21:36    수정: 2019/06/24 08:58

# 5, 4, 3, 2, 1. 빨간불이던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고, 자율주행 버스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운전자는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는다. 버스가 스마트 도로교통시스템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전송받은 정보를 기반으로 운행을 속도를 조종하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다. 갑자기 도로에 보행자가 등장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버스는 서서히 속도를 줄인다. 탑승객은 돌발 상황이 발생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관계자는 “앞서 달리는 차량이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영상을 AI가 분석해 자율주행 차량에 전송해 미리 상황에 대해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로 정보를 파악하고, 앞 차량이 보내온 도로 상황을 금세 분석·전송·처리할 수 있는 배경에는 ‘5G 네트워크’가 있다.

22일 서울시와 국토부, SK텔레콤이 구축한 ‘상암 자율주행 실증센터’에서 시험 운행하는 5G 자율주행 버스에 직접 탑승했다. 이번 시험 운행에는 SK텔레콤이 개발한 레벨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버스가 활용됐다. 레벨3은 위급한 상황에 운전자가 수동으로 전환해 대응해야 하는 수준을 말한다.

외관은 일반 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내부에는 곳곳에 부착된 디스플레이가 일반 차량과는 다른 분위기를 낸다. 특히 운전석이 위치한 앞 좌석은 일반 차량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차량의 앞뒤 전후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부터 각종 센서가 보내오는 신호를 살펴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등 공간을 가득 메운 화면이 눈을 어지럽힌다.

22일 시연에 사용된 SK텔레콤의 자율주행 버스.

앞서 완성차 업계와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수 차례에 걸쳐 자사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 차량을 소개해왔다. 이번 시연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도로 전체에 구축한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과 ▲차량사물통신(V2X)을 기반으로 ▲5G 상용망 위에서 구현됐다는 점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존 자율주행 차량은 센서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운행하는 모습을 선보였지만, 이번 시연은 C-ITS를 통해 신호등과 표지판 등을 분석해 한층 안전한 자율주행 환경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각종 자율주행 기술이 초저지연으로 제공되기 위해 5G 상용망을 사용한 시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C-ITS 시스템’은 자율주행 차량이 도로의 신호와 교통 상황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실시간 도로정보가 서버로 전송되고, 서버에서 분석한 정보기 개별 자율주행차에 전송되는 방식이다. 가령 자율주행 차량은 10초 뒤 주행 신호가 정지신호로 바뀐다거나, 5초 뒤 정지신호가 주행 신호로 바뀐다는 정보 등을 통해 운행과 정지, 운행 속도 등을 판단할 수있다.

도로 신호등을 파악해 자율주행 버스가 스스로 멈추는 모습(왼쪽)과 보행자가 등장 시 서서히 멈추는 모습.

이번 자율주행 버스는 안전을 위해 SK텔레콤이 자체 구축한 ‘전방 차량 영상전송(See through) 기술’도 도입했다. 전방 차량 영상전송 기술은 앞서 달리는 차량이 보내온 영상을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 주변 사물과 차량·보행자·자전거 등을 구분해 전송하는 기술이다.

실제로 차량 한쪽에는 앞 차량이 보내온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주변 사물과 차량에는 노란색 사각형 표시가 보행자에는 빨간색 사각형 표시가 각각 나타난다. 자율주행 차량은 이 같은 정보를 분석해 한층 안정적인 운행을 가능케 한다.

김영락 SK텔레콤 뉴모빌리티TF장은 “아직 도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지만, 데이터를 신속하게 모으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내년 하반기까지 버스와 택시 등 1천700여대 차량에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장착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차량은 이를 통해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하고, 일반 차량들도 해당 정보를 통해 현재 달리는 도로의 실시간 상황과 특성을 파악해 전송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버스 한켠에 놓인 디스플레이에서 앞 차량이 보내온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기술이 자율주행 환경에 구현되기 위해선 5G 네트워크가 전제돼야 한다. 5G의 특성인 초고속과 초저지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대용량 정보를 받아들이고 빠르게 분석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락 SK텔레콤 뉴모빌리티TF장은 “LTE에서는 지연시간인 최대 100ms인 반면, 5G에서는 10~20ms 수준으로 줄어든다”며 “보통 상황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긴급한 상황에서는 0.1초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5G와 연동된 자율주행 시연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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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버스 뒤편에 놓인 디스플레이에서 실시간 도로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시연을 진행한 서울시와 국토부, SK텔레콤은 C-ITS 환경을 구축하는 한편, 다양한 업체가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운영할 방침이다.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SK텔레콤은 테스트베드를 활용한 시연을 통해 기술 수준을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날 시연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약 10Km/h 속도로 진행됐지만, 올 하반기에는 이보다 빨라진 30Km/h 속도로 일반 차량 제한되지 않는 환경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자율주행을 위한 도로 데이터 수집기술 및 5G 통해 안전하게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을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