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의 육아휴직 2년을 환영하며

[기자수첩] 육아휴직 1년→2년...IT근로정책 개선 기대

기자수첩입력 :2019/06/17 17:49    수정: 2019/06/18 09:05

2015년 7월. 갓 100일 된 핏덩이를 두고 회사에 복귀할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그렇다고 육아휴직을 더 쓰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육아휴직에 대한 인지도는 제로(0)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부모님께 아이 양육을 부탁드렸다. 그렇게 기자는 둘째는 꿈도 못 꾸는 '주말 부모'가 됐다.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기업들의 모성 보호 및 일·생활 균형 제도 활용 실태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출산휴가나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에 대한 인지도와 활용도를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면밀히 조사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공무원 재직 사업체나 농림어업 등을 제외한 전국의 5인 이상 사업체 74만여개를 모집단으로 5천개의 표본 사업체를 뽑아 2017년 한 해 동안 조사했다.

조사 결과는 암울했다. 출산휴가는 응답자 86.6%가, 육아휴직은 57.1%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활용도는 바닥이었다. 한 해 동안 출산휴가는 9.6%, 육아휴직은 3.9%만 활용됐다. 육아휴직의 경우 30인 이상 사업체의 활용도는 16.3%였으나, 그보다 적은 인원이 근무하는 사업체의 경우 2.4%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91.2%가 육아휴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자동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한 사업체는 15.3%였고, 절반 이상은 도입계획조차 없었다.

매년 저출산 관련 정부 예산은 늘어나지만,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출산율은 0.98명을 기록했다. 정부에서 월 10만원을 더 준다고 해서 출산을 고민하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금전적인 이유를 차치하고 믿고 맡길 곳이 없어 아이 낳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육아휴직은 출산율을 올리는데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회사의 육아휴직 제도가 잘 보장돼 있다면 출산에 대한 얘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카카오가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육아휴직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했다. 카카오 한 직원은 "(연봉을 높이려고)이직을 고민하기도 했었는데, 육아휴직 기간이 확대됐다고 해 이직 생각이 싹 사라졌다"며 "둘째 아이를 가질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첫 아이 때 육아휴직 1년을 사용했으니, 1년이 남은 셈"이라며 "둘째 임신 계획이 생각보다 빨라질 것 같다"고도 말했다.

카카오는 남성직원에게 출산휴가를 영업일 기준 10일을 준다. 2주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이 회사는 직원들을 위해 어린이집도 세 곳이나 운영하고 있다. 오죽하면 '톡수저'라는 말이 생겨났을지 짐작이 간다.

네이버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보인다. 네이버 노사는 지난 6일 단체협약을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이 중엔 육아휴직 2년으로 확대와 남성출산휴가 유급휴가 10일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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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업계 두 축을 차지하고 있는 이 두 기업의 모성보호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한계가 있는 정부의 출산육아기 근로정책에 IT기업에서는 카카오와 네이버가 나서서 큰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변하면 다른 IT기업들도 따라오게 돼 있다. 정부는 이런 기업들을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또한 힘들게 만들어 놓은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 기업들 관리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 적어도 육아휴직 제도가 잘 안 돼 있어서, 회사 눈치 보느라 아이를 못낳겠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