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게임 도전, 결실 맺을까

인기 드라마→게임으로…또 다른 도전 관심

인터넷입력 :2019/06/13 16:42    수정: 2019/06/13 17:5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넷플릭스의 최근 행보가 기묘하다. 오리지널 시리즈로 스트리밍 시장을 석권한 넷플릭스가 게임에 조금씩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시금석이 될 작품이 ‘기묘한 이야기’다.

2016년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방영된 ‘기묘한 시리즈’는 미국 젊은 층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2017년에 시즌2에 이어 오는 7월4일 시즌3가 공개될 예정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같은 날 '기묘한 이야기3: 게임’도 함께 출시한다. ‘기묘한 이야기’를 토대로 한 PC 및 콘솔용 게임이다.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물인 기묘한 이야기가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된다. (사진=넷플릭스)

여기까진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해 1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컨퍼런스에서 ‘기묘한 이야기’ 게임 출시 계획을 공개했다.

넷플릭스는 한 발 더 나갔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E3 게임쇼에서 또 다른 계획을 공개했다.

‘기묘한 이야기’를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으로 내놓겠단 계획이다. 위치 기반 게임으로 출시될 ‘기묘한 이야기’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 기묘한 이야기, 내년엔 모바일 RPG로 재탄생

모바일 RPG에선 원작 ‘기묘한 이야기’에 나오는 뒤집힌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대목에서 넷플릭스는 한 발 더 나간다. GPS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들이 있는 바로 그곳에서 ‘기묘한 이야기’ 속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

‘기묘한 이야기’ 모바일 RPG는 핀란드 게임회사 넥스트 게임스와 공동 제작한다. 넥스트 게임스는 ‘워킹데드’ 게임으로 유명한 회사다.

넷플릭스는 그 동안 영상물에 게임 문법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 왔다. 지난 2017년 공개한 ‘블랙미러’가 대표적이다. 이 시리즈는 게임처럼 시청자들이 원하는 스토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 IP를 드라마로 만드는 작업도 꾸준히 해 왔다. 오는 11월엔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인터랙티브 드라마로 내놓을 계획이다. 마인크래프트 제작 소식은 한 때 넷플릭스가 게임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든다는 소문으로 번지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블랙 미러'에서 게임처럼 이용자들이 스토리를 선택하는 실험을 했다. (사진=넷플릭스)

지난 2017년엔 독립 게임 제작사인 보너스XP가 ‘기묘한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LA에서 열리고 있는 E3 게임쇼에서 풀어놓는 얘기들은 그 동안의 행보에서 한 걸음 더 나간다.일단 넷플릭스가 E3에 참가한 것부터 뉴스거리다. 그 동안 한 번도 얼굴을 내민 적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 첫 작품으로 ‘기묘한 이야기’를 선택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SF 공포물인 ‘기묘한 이야기’는 특히 미국 내 젊은 층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모바일 RPG 게임 제작 소식에 이어 인기 시리즈물 속 캐릭터들을 게임에 등장시키겠다는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그 뿐 아니다. 넷플릭스는 포트나이트 운영사인 에픽게임즈와도 손을 잡았다. 포트나이트는 한 때 넷플릭스가 최대 경쟁자로 꼽기도 했다.

크리스 리 넷플릭스 인터랙티브 게임 책임자는 E3 패널토론에서 “기묘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스쿱스 어호이 아이스크림 가게를 포트나이트9에서 봤을 것”이라며 “몇 주 뒤에는 비하인드 이벤트가 더 있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드라마에 게임문법 접목도…할리우드와는 다른 결과 내놓을까

이쯤 되면 넷플릭스가 게임 사업을 또 다른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크리스 리는 “쇼와 영화 세계를 다른 미디어로 확장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시도에서 중요한 분야가 바로 비디오 게임 영역이라고도 덧붙였다.

넷플릭스와 왜 게임에 관심을 갖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시장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해 비디오 게임 시장은 4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영화 티켓 판매 규모보다 훨씬 더 크다. 그런 만큼 충분히 탐낼만하다.

넷플릭스

게다가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시장에선 서서히 성장 한계점에 다가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다.

게임 시장에 성공적으로 파고들 경우 본업인 스트리밍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게임을 영화로 만들었던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큰 재미를 보진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대 경우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제임스 본드 영화를 기반으로 한 ‘골든아이’ 게임을 대부분 실패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이들과 다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현재로선 이 질문에 대해 딱 부러진 대답을 내놓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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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넷플릭스가 영화나 시리즈물을 제작할 때도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적극 응용하려는 실험을 꾸준히 해 왔던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시도들이 넷플릭스의 또 다른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까? 모바일 게임으로 재탄생할 ‘기묘한 이야기’는 넷플릭스의 기묘한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보여줄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