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인수·합병 심사 시 ‘지역성 보장’ 고려해야”

편성 규제 및 지역채널 투자 계획 검토 필요…방통위 "지역성 따져볼 것"

방송/통신입력 :2019/06/11 16:19    수정: 2019/06/11 16:20

IPTV 사업자들의 케이블TV 인수·합병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심사하는 정부가 방송의 지역성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료방송 인수·합병 이후에도 '지역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업에 분야별 편성계획과 시설·설비 투자계획 등을 요구하고 이를 심사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통신기업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에 따른 공익성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박사는 “유료방송 시장이 변화함에 따라 장르별 편성 규제를 유료방송사업자에게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지역 채널 경쟁력을 위해 인수기업이 인수·합병 이후 최소 3년간의 투자계획을 심사 항목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통신기업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에 따른 공익성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 현장의 모습.

편성 규제는 방송플랫폼 사업자가 미리 정한 비율에 따라 보도·공익·스포츠·예능 등 채널을 송출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현재 유료방송사업자는 의무전송 채널과 공익채널만 송출하면. 나머지 채널은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김 박사는 IPTV 사업자가 케이블TV를 인수할 경우, 기존에 케이블TV가 보유하고 있는 지역방송에 대한 편성이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역방송과 공익채널을 의무적으로 편성하는 것은 물론, 지상파·종편·보도·공익·스포츠·오락 등 채널을 구분해 편성해야 할 채널의 수와 비율을 면밀히 나눠야 한다는 뜻이다.

인수·합병 이후 지역방송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케이블TV의 지역 채널이 지역 경제 및 정치 활성화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지역 채널에 대한 위상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인수·합병 심사에서 정부가 통신 기업이 지역 채널에 대한 시설 및 설비 투자 계획 제작비 및 인력 충원 투자 계획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수·합병 이후 유료방송 설치·AS를 담당하는 노동자의 업무가 중복될 수 있는 만큼, 일자리 및 노동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인수·합병 이후 케이블TV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하청업체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단순히 일자리를 몇 년간 보장해주는 차원에 머물 것이 아니라 직무를 재조정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사업자가 내놓아야 하고, 정부는 이를 심사 과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료방송 인수·합병…방통위 “지역성 고려” vs 과기정통부 “시장 변화 필요”

유료방송 시장 인수·합병에 심사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심사과정에서 유료방송의 ‘지역성’에 주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신영규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장은 “심사과정에서 지역성과 노동성, 이용자의 시청권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해서 방송의 공적 책임 항목을 평가할 것”이라며 “특히 지역 채널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지역 채널에 대한 투자 확대 및 공익성 확보, 지역밀착형 콘텐츠 제공 등을 조건으로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조건을 부과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영규 과장은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재허가 과정에서 근로자의 복지, 협력업체 상생 등 조건을 부과할 것”이라며 “인수·합병 심사 시에는 고용 승계와 관련된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을 고려해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수·합병 심사에 다양한 지역성 여부를 고려하겠다는 방송통신위원회 보다 한층 완화된 입장으로 풀이된다.

김정기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장은 “미디어 시장은 국내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고, 글로벌 시장과 연동해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며 “(유료방송 인수·합병을) 본인 혹은 자사에 이로운 부분이 있는지만 봐서는 안되고, 객관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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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아마존·애플 등이 콘텐츠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며 대형 사업자로 거듭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이 변화하지 않을 경우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김정기 과장은 “해외시장의 경우 기업 간 수평적 결함을 넘어 이종 사업자 간 수직적 결합이 이뤄지고 있다”며 “시장이 빅뱅이라고 말할 정도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쪽에 치우친 이해관계에 함몰돼 변화를 외면해서는 갈라파고스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