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통신장비 시장 구도 바뀐다

미국 제재 여파 속 삼성-화웨이 한 발 앞서…노키아·에릭슨 추격자 전락

방송/통신입력 :2019/06/05 17:38    수정: 2019/06/07 16:37

5G 장비 초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한 발 앞서 가면서 전통적인 통신장비 시장의 순위가 바뀌고 있다.

통신장비 분야의 강자인 노키아와 에릭슨이 통신장비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에서 패스트 팔로어(추격자)로 입지가 바뀐 것. 다만, 미국발 화웨이의 제재 여파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속단할 수 없는 상태여서 향후 시장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4월말 기준으로 SK텔레콤은 약 4만여개, LG유플러스는 약 2만5천여개의 5G 기지국을 설치한 것으로 추산된다. 통신사 중에서 유일하게 기지국 수를 공개하고 있는 KT는 지난 2일 기준으로 3만1783개를 개통했다.

이통 3사는 연내 85개시로 5G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실외뿐 아니라 실내(인빌딩)에서도 5G를 사용할 수 있도록 5G 영역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이통 3사가 5G 커버리지 확대에 적극 나서면서 5G 가입자도 6월 들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통틀어 7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5G 스마트폰을 사고서도 여전히 LTE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전히 지방에서는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곳이 많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공개하고 있는 5G 커버리지 맵 역시 절반 이상의 5G 기지국이 서울ㆍ수도권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5G 커버리지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장비사의 공급물량 지연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노키아의 5G 장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KT는 노키아 LTE 장비를 사용하고 있던 전라지역 등을 삼성전자의 5G 장비를 교체해 설치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까지 통신장비 시장의 점유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미주지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시장분석업체 델오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5G 장비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7%로 1위, 화웨이 28%, 에릭슨 27%, 노키아가 8%로 그 뒤를 이었다.

현재까지 5G 상용화가 이뤄진 국가가 한국과 미국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시장점유율에서 노키아의 부진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31%로 화웨이가 1위, 에릭슨 29.2%, 노키아 23.3%, ZTE 7.4%, 삼성전자 6.6%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5G 시장에서는 확연히 구도개편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노키의 최고경영자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노키아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라지브 수리 최고경영자는 노키아와 인수합병 한 알카텔-루슨트의 기술병합 계획을 이유로 들며 "우리는 5G에서 몇 주에서 몇 개월 정도 늦다”고 인정했다.

복수의 통신업계 관계자는 “노키아가 최근 이통사에 본격적으로 5G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장비 품질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며 “KT 뿐만 아니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노키아 대신 삼성 등의 장비로 대체하는 것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키아의 5G 기지국 네트워크 장비 공급이 지연되면서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한국에 장비공급을 한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한국 시장 장비 공급은 전 세계 5G 시장의 레퍼런스이기 때문이다.

다만, 화웨이의 경우 미국의 제재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향후 시장점유율 확대에 황색등이 켜져 있는 상태다.

관련기사

업계 한 관계자는 “5G 상용화가 아태평양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져 장비시장 구도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중국과 일본이라는 큰 시장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향후 유럽 시장에서 누가 우위를 가져갈지가 또 하나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노키아 관계자는 "한국의 이동통신사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5G 장비를 공급할 뿐 아니라 고객사의 5G 장비 요구 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노키아는 이미 5G 장비를 한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5G 장비를 확대 생산 중이고 최상의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