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현 중국연구센터장 “미중 무역전쟁, 30년 지속될 것”

중국몽 위한 기술패권 장기화 조짐…韓 경제, 美中 갈등에 지속 위기

디지털경제입력 :2019/06/05 11:53    수정: 2019/06/05 13:26

“미중 갈등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과거부터 진행돼온 과정의 일환일 뿐이다. 앞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잠정적인 봉합이 이뤄진다 해도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봉합 후 다시 악화, 다시 봉합 그리고 다시 악화의 형태로 20~30년간 지속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와중에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끊임없는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중 패권 경쟁과 동북아의 미래’라는 세미나에 참석해 미중 무역전쟁의 미래를 이 같이 전망했다. 이성현 센터장은 미국 그리넬 대학을 졸업해 하버드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중국 전문가다.

그는 이날 세미나에서 “미중 무역분쟁은 췌장암과 비슷해 한 번 판정을 받으면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우리나라는 그간 미중 관계에서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였고, 현재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을 의심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췌장암처럼 이미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미중 무역전쟁은 전체적으로 하향 곡선을 이루는 과정이 20~30년 지속될 것이다”라고 위기감을 전했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중 패권 경쟁과 동북아의 미래’ 세미나 현장.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향후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실제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액 규모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6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예컨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30.5% 줄어든 75억3천700만달러로 주저앉았고, 디스플레이 수출규모도 전년동기 대비 13.4% 줄어든 15억6천300만달러로 감소했다. 대중 수출액 규모 역시 전년동기 대비 20.1% 줄어든 110억7천400만달러에 머물렀다.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나라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83개월만에 6억6천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문제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이 최근 미국의 화웨이 제재조치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성현 센터장은 이에 대해 “미국과 중국은 인권문제, 대만문제, 언론자유, 종교억압, 이데올로기 대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충돌해왔다. 최근의 무역전쟁은 화웨이 제재조치로 인해 경제적 상호의존(무역)이라는 균형이 무너진 것에 기인한다”며 “화웨이 사건 외에도 미국은 중국 기업이 실리콘밸리에서 미국 첨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막고 있다. 지금의 현상(무역전쟁)은 단순한 무역관계가 아니라 중국이 미래의 기술패권을 쥘 수 있는 기회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국의 갈등은 지난 1일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하자 중국이 곧바로 미국이 대중국 무역마찰을 야기해 전 세계 공통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성현 센터장은 이 같은 양국의 갈등이 수십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에 대해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2017년), 국방전략보고서(2018년), 핵 태세검토보고서(2018년),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2019년) 등을 보면 미국은 일관적인 메시지로 중국과의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이 미국의 주된 우선 사항임을 선포하고 있다”며 “이는 미중 갈등을 트럼프가 시작한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시기에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확고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상황은 중국이 오히려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시장에서 잘해야겠다는 방향감과 목표의식이 더욱 확실해진 상태”라며 “올해 초 화웨이가 미국 정부를 불공정무역행위를 하고 있다고 고소했다. 이는 이제 화웨이가 미국 시장에 들어가기에 불가능하다는 판단한 것으로 화웨이는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기술에 있어 아직 유보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유럽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는 에릭슨이 있지만, 화웨이는 에릭슨보다 90% 가량 낮은 가격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단기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에서 밀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중국은 14억의 인구가 존재하는데 매년 6%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이에 끊임없는 기술혁명을 통해 (미중 무역전쟁의 판도는) 중국에 있다고 보고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항복할 것 같지만, 항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중국은 미국 시장을 잃는다 해도 장기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앞으로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과 계속 경쟁해야한다. 많은 국가들이 경제적 인센티브를 쫓아 미국 주도의 반중 진영에서 이탈해 중국을 선택할 것이다. 실제 이탈리아는 G7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공식 지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에는 더욱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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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센터장은 “올해 들어 시진핑과 리커창이 유럽을 방문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은 이를 중국은 날로 더욱 세계 무대의 중심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중국은 자국의 산업전략(일대일로, 중국제조2025)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일대일로는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기 위한 시진핑의 가장 중요한 레거시 프로젝트이고, 중국 공산당의 당헌에 삽입됐다. 헌법 위에 있는 당헌은 공산당의 지도 지침으로 이제는 항복하고 싶어도 항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진핑은 경제발전을 포함한 당헌의 핵심이익에 있어 양보가 없다고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 결국 미중 무역전쟁은 미래 패권경쟁으로 금방 끝나지 않고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은 2049년까지 시진핑이 말한 중화민중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 실현을 위해 또 미국을 초월해 세계 최고의 강국이 되기 위해 미국과의 충돌을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