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원전은 없다"…에너지계획, 脫원전 의지 담았다

에너지전환로드맵 기조 이어가…업계 "재생E 발전속도 느려" 지적도

디지털경제입력 :2019/06/04 17:05    수정: 2019/06/04 18:03

2040년까지 20년간의 국가 에너지정책을 좌우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이 4일 최종 확정되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2차 계획과 달라진 점은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전통에너지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것.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 일부 기조는 동일하지만, 원자력 발전을 점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문구에 비중이 실렸다는 평가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최종본에 따르면 정부는 '노후원전 수명은 연장하지 않고, 원전 건설은 신규로 추진하지 않는 방식으로 원전을 점진적으로 감축한다'고 원자력 산업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사진=산업부)

■ 에너지계획서 '원전 더 짓지 않겠다' 첫 명시

앞서 지난 2014년 발표된 2차 계획에서 '안전을 보강한 원전설비 관리시스템' 방안 등이 제시된 전례가 있었으나, 원전 감축이 직접적으로 명시된 건 이번 계획이 최초다.

업계는 정부가 이번 계획에 지난 2017년 수립된 에너지전환로드맵의 기조를 그대로 담았다고 분석했다. 에너지전환로드맵은 원전의 단계적인 감축 방안을 제시한 정부 시책으로 꼽힌다.

정부는 원자력 산업의 의의에 대해 "(원전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발전원으로 역할을 했지만 경제성과 환경성, 수용성 등이 변화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경주·포항 지진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저하했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의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전 발전비중은 지난 1978년 고리원전이 상업운전을 시작한 후 40여년간 큰폭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1987년 53.1%로 최고점을 찍은 발전 비중은 지난 2017년 26.8%로 줄어들었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원전은 총 24기다. 총 5기가 건설되고 있고, 노후화된 고리원전 1호기는 영구정지됐다.

지난 40여년간 원자력 발전 비중 추세 그래프. (자료=지디넷코리아)

■ "원전해체산업,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

총 9차례나 부지선정이 무산되며 해결점을 찾지 못한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도 시급하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자로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핵연료 물질인 사용후핵연료가 현재 저장소를 찾지 못하고 원전 내에 임시로 쌓이고 있다"며 "곧 포화가 임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주요 원전 4기(월성·고리·한빛·한울)는 사용후핵연료로 인한 원전 포화율이 69.9%에서 90.3%에 달한다.

정부는 원전 감축 정책과는 별도로 '원전의 장기적인 안전 운영을 위한 핵심 생태계 유지에 힘쓰겠다'고도 밝혔다. 신규 원전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현재 운영되는 원전의 부품 공급망, 핵심인력 등은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남아있는 원전 생태계에서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원전해체 산업'도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원전해체 산업은 내년 이후 큰 폭의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며 "현재 선진국 대비 기술과 인력 등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산업의 성장을 주도할 원전해체연구소는 부산과 울산, 경주에 각각 설립될 예정이다.

원전 내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저장소. (사진=한국수력원자력)

■ 업계 "원전·석탄 비중 아직 크고, 재생E는 발전속도 느려"

일각에서는 이번 에너지 계획에 담긴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현실 상황에 맞지 않는 섣부른 정책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은 발전 비중(2017년 기준 27%)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전체 에너지원에서 4분의 1 이상을 차지해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석탄발전 비중도 함께 줄이면 결국 재생에너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에너지 수급에 지장이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은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미국·일본·한국 등) 선진국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고 원전 비중을 줄여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IEA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느린 발전 속도에 비해 원전 비중을 낮추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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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처럼 원전 비중을 대폭 낮추면서도 같은 수준의 에너지 수급을 위해선 204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적어도 85%에 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해 각국의 204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는 이에 한참 모자란다고 IEA는 지적했다. 산업부가 제시한 재생애너지 발전 비중 역시 2040년 30~35%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