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표현...명사낙인 효과에 따른 부작용 우려”

1, 2차 세계대전 당시 PMS 연구 사례 들어 WHO 간접 비판

디지털경제입력 :2019/06/03 17:21    수정: 2019/06/03 17:21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3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게임과몰입의 원인과 게임중독이라는 단어가 야기하는 또 다른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김경일 교수는 게임중독이라는 표현 그 자체가 가지는 명사낙인 효과 때문에 다른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사는 안건에 대한 논의가 결론이 났음을 알리고 더 이상의 토론이 이어지지 못 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질병 혹은 게임중독이라는 단어를 쓰게 되면 이에 연관된 관계적 문제를 알아내기 위한 시도가 중단될 수 있다”라며 “이러한 표현을 하게 되면 정말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들여다 볼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몰입에 몰입이 더해지는 것과 과몰입은 전혀 다른 개념이며 몰입을 만드는 변인과 과몰입을 만드는 변인은 전혀 다르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김경일 교수는 “모든 과몰입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게임과몰입의 경우는 높은 학업 스트레스와 낮아진 자기통제력 때문에 생겨난다. 관계적 문제로부터 출발한 수많은 결과들 중 하나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이하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결정에 대해서는 1, 2차 세계대전 당시 월경 전 증후군(이하 PMS) 연구를 예로 들며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김 교수는 “PMS가 여자의 직무수행 능력에 영향을 주는지 아닌지에 대한 연구가 양차 세계대전 당시 꾸준히 진행된 바 있다. 당시 연구 결과는 시기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남자들이 돌아오는 시기에는 PMS가 직무수행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논문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남자들이 다시 전쟁터로 나가는 시기가 되자 PMS가 직무수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논문이 주를 이뤘다”라고 말했다.

전쟁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하는 남자들에게 일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거나 반대로 전쟁터로 남자들이 대거 떠나면서 여자들의 고용을 높여야 하는 시기가 됨에 따라 연구 결과가 달라졌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는 사회적인 요구에 따라 연구자의 관점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사례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결정한 WHO의 결정이 뚜렷한 근거 하에 내려진 것이 아니라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게임과몰입힐링센터에서 내원 환자와 상담을 진행한 경험과 실제 연구를 토대로 발제를 진행했다.

한덕현 교수는 “지금까지 1만7천 건의 상담을 진행하고 6천 건이 넘는 진료를 진행했다. 게임의 요소를 정확히 알아야 게임 이용자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수 있다는 신념 하에 게임 자체에 대한 연구까지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데이터를 지닌 센터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 자신하고 게임과몰입힐링센터가 지닌 이런 데이터가 WHO의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데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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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게임과몰입힐링센터를 찾은 이들 중 88.5%가 공존질환을 지니고 있었다는 통계도 공개됐다. 이 밖에 가족환경 문제를 지닌 사례는 63.3%, 학교환경 문제를 겪고 있던 사례는 68.2%였다. 취업이 문제였던 경우는 82.4%였고 게임 문제가 아님에도 게임과몰입힐링센터를 찾은 사례도 전체의 1%에 달했다.

한 교수는 “게임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느낀다. 부모가 게임에 대한 지식을 갖게되는 것만으로도 게임과몰입 유병률이 크게 낮아진다”라며 “공존질환이 호전되기만 해도 게임과몰입 현상이 대부분 사라진다. 또한 가족관계의 회복, 학교 성적의 향상, 대인관계의 호전도 게임과몰입 치료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