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BJ 워러 "손으로 물고기 못잡지만 5년째 생방송"

[셀럽학원⑨]아프리카TV 낚시 BJ 워러 인터뷰

인터넷입력 :2019/05/31 07:33    수정: 2019/05/31 07:34

“5,6살 때 삼촌들 따라서 돌 틈 뒤져서 물고기를 잡다가 퉁사리한테 쏘인 적이 있다. 그 뒤로 물고기를 손으로 못 잡겠더라. 미끌미끌 한 촉감이 징그럽고 살아 있어서 못 잡겠다.”

지난 28일 지디넷코리아가 만난 아프리카TV 낚시 BJ 정달권 씨㊵는 만 5년째 평일이면 매일 같이 낚시 생방송을 해오고 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손으로 물고기를 잡지 못한다. '워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다. 방송에서 직접 물고기를 손으로 잡는 장면이 거의 없다. 기구로 낚시 바늘에서 물고기를 뺀다. 강은비 씨와 함께 출연한 아프리카TV 낚시 특집 프로그램 ‘행님아 낚시가자’에서 처음 손으로 물고기를 만져봤다고. 행님아 낚시가자는 아프리카TV와 한국낚시채널이 공동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워러라는 닉네임은 다름아닌 물을 영어 발음처럼 읽은 것이다. 민물(fresh water)와 바닷물(salt water) 모두를 아우른다는 뜻에서 워러로 닉네임을 정했다.

아프리카TV BJ워러 정달권 씨.

정달권 씨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낚시를 취미로 갖게 됐다. 본격적으로 18살 때부터 낚시를 하러 돌아다녔다. 아프리카TV 방송은 2014년부터 진행했다.

정 씨는 루어 낚시를 주로 한다. 루어낚시는 가짜미끼를 던져 잡는 낚시 방식을 말한다. 겨울철에는 루어낚시로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아 냄새나는 미끼인 해삼, 멍게, 떡밥을 사용한다. 바다낚시, 민물낚시 가리지 않는다.

정달권 씨는 많은 사람들이 학업이나 직장 일로 바쁜 시간인 평일 오후에 방송을 한다. 오전부터 시작해 오후에 방송을 마치기도, 점심시간에 시작해 저녁에 끝내기도 하지만 점심 12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엔 대부분 카메라 앞에 스탠바이 한다. 10시간 가까이 방송을 할 때도 있다.

행님아 낚시가자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물고기를 손으로 잡은 BJ워러 정달권 씨.

정 씨의 방송은 주로 30~50대 남성들이 본다. 시청자의 91%가 남성이다.

정 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잠깐 잠깐 보는 사람들도 있고, 낚시를 주말에 하려는데 낚시 장소 정보를 얻기 위해 보는 사람도 있다”며 “인터넷으로 찾아 글로 읽으면 제대로 알지 못할 수 있는데, 내 방송에 들어와 질문하면 바로 답을 해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리카TV VOD로 게재된 지난 방송을 보면, 한 시청자가 웜(가짜미끼)에 몇 호 바늘을 쓰는 게 좋냐고 묻자, 정 씨는 “4호 바늘을 가짜미끼에 꽂으면 관절 뒤까지 나가게 돼, 관절이 움직이는 범위가 좁다”며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좀 더 안쪽까지 오는 바늘을 꼽는게 좋다”고 알려줬다.

정 씨의 방송은 낚시를 하러 가는 길부터 시작된다. 차를 타고서 오늘 어디로 낚시를 떠나는지, 무엇을 잡을지 기대감에 부푼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낚시터로 향하는 여정만 1시간을 넘기도 하며, 물고기가 잡힐 만한 곳으로 중간 중간 이동하기도 한다. 이동할 때나 물고기가 낚이길 기다릴 때 자연스럽게 시청자들과 여담을 나눈다.

BJ워러가 어떤 낚시 바늘을 사용해야 하는지 묻는 시청자 질문에 직접 시연해 보이며 답해줬다.

낚시 할 자리를 정하면 전신과 전방이 잘 보이도록 멀찍이 카메라 삼각대를 세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할 경우 두 개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나머지 스마트폰 한 개는 암밴드로 팔에 고정시켜 실시간으로 채팅을 확인한다. 낚시대를 드리우면서도 더듬더듬 말 하고, 한창 낚시 줄을 감아올리느라 바쁠 때도 문자음성변환 시스템을 통해 채팅 내용을 확인한다. 별풍선을 받으면 간혹 감사 인사를 올리기도 한다. 물고기를 낚는다고 별풍선을 받는 건 아니라고.

정 씨는 “생방송 특성상 낚시를 하러 다니면서 기상상황 등 변수가 많은데, 그게 생방송을 할 수 있는 아프리카TV의 묘미다”면서 “다른 낚시 BJ와 동시 출연 방송을 하기도 하고, 시청자들 중에서 참여하고 싶은 분들과 함께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평일 매일 낚시 방송을 하고, 주말에는 혼자만의 낚시를 즐긴다고 한다. 요일별로 정해놓고 특정 주제에 맞춰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생방송 후에 편집해서 올리는 경우도 거의 없다. 몇 시간짜리 생방송을 그대로 VOD로 게재한다.

정 씨는 물고기를 잡은 뒤 바로 놓아준다. 따로 어망에 모아둔 뒤 나중에 한꺼번에 방생하지도 않는다.

BJ워러는 삼각대를 세운 후 낚시 방송을 진행한다.

그는 “나는 물고기를 잡자마자 놔주는데,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어망이 담아두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다 보면서 내가 몇 마리나 낚았는지 잘 세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낚시 BJ들끼리 모여 지난 한달 간 낚시 방송을 하고난 소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아프리카TV ‘어우야’란 프로그램이 있다”며 “여기서 윤리적인 낚시 방법은 무엇인지 찬반 토론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채팅창에서 누군가 BJ워러가 여태까지 물고기 몇 마리를 잡았는지(조과) 질문하면, 채팅방을 관리해주는 시청자들이 알려준다. 자동매크로로 현재위치, 장비, 물때 등도 알려준다.

BJ워러 정달권 씨는 행님아 낚시가자에서 강은비 씨와 함께 출연했다.

한 번은 정 씨가 낚시 장비를 몽땅 잃어버려 낙심에 빠졌을 때, 시청자들이 십시일반 별풍선을 모아 새 장비를 구입할 돈을 마련해준 적도 있다고 한다.

정 씨는 “아프리카TV에서 잘 돼 있는 건 후원 문화인 것 같다”며 “500만원 어치 낚시 장비를 잃어버려 당분간 낚시 방송을 할 수 없다고 방송한 적이 있는데, 오랜 시간 함께 낚시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 팬덤이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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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아프리카TV를 통해 낚시를 하며 가장 뿌듯했을 때는 다른 BJ들과 함께 한 주꾸미 낚시대회에서 1등 했을 때라고 답했다.

정 씨는 “큰 어종을 잡고 기분 좋은 건 이제 초월한 것 같다”며 “주꾸미 낚시대회에서 무게가 가장 많이 나와 1등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