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할 만한 이찬진-김정호의 카풀 해법

[이균성의 溫技] 카풀 라이선스 제도

데스크 칼럼입력 :2019/05/28 15:51    수정: 2019/05/29 08:45

#카풀 논란이 좀체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이찬진 대표와 김정호 대표 등 벤처 1세대들의 제안과 발언이 주목된다. 기업가이면서도, 기술 기업의 입장에 편향되지 않고, 논란의 본질을 꿰뚫어, 과감하게 발언했다는 점 때문이다. 다음 창업자이기도 한 이재웅 쏘카 대표와의 논쟁 과정에서 뱉은 날선 언어가 다소 과격해 보이지만, 이 논란의 해법을 창의적으로 고민한 건 분명해 보인다.

#카풀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여러 카풀 서비스가 현재로서는 불법 요소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이용자가 적지 않고 서비스하겠다는 기업도 여럿 등장해 법과 제도를 바꿀 필요성이 커졌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 때문에 피해보는 사람들한테 정부가 보상을 해줘야 하지만 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푸는 것이 우리 숙제다.

#이 문제가 복잡한 까닭은 택시라는 업종의 특수성 때문이다. 법인이건 개인이건 다 민간이 운영 주체지만 ‘국민의 발’ 역할을 하는 운수 영역이어서 사실상 공공의 성격을 띤다. 이 때문에 택시사업은 엄격히 규제를 받는다. 면허가 그렇고 요금이 그러하다. 규제를 받지만 면허이어서 기득권이기도 하다. 그래서 권리가 거래된다. 지금 택시 운전자들은 그 권리를 돈 주고 산 사람이 더 많다.

카풀-택시 사회적 대타협 기구 회의 이후 기념촬영 장면.

#이들이 그 권리를 산 이유는 정부의 법과 제도 즉 규제를 믿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진입규제 약속을 믿고 투자해 권리를 샀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권리라는 것도 대단한 게 아니다. 죽어라고 일해야 겨우 먹고 사는 생존권에 가까운 것이다. 정부가 카풀을 허용한다는 것은 집입규제를 푼다는 뜻이고 이 알량한 권리를 회수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그에 대한 보상은 너무나 당연한 게 아니겠나.

#예를 들어보자. 이동통신은 택시 같은 규제산업이다. 공공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원래는 공기관이 운영하다 지금은 모두 민영화했다. 그래도 규제는 강하고 라이선스를 받아야 사업을 할 수 있다. 라이선스는 자격을 갖추고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를 갑자기 아무나 할 수 있게 한다면 이들이 가만있겠는가. 거대 기업도 그러하거늘 개인사업자들이야 오죽하겠나.

#정부가 이 시장을 완전 개방하려면 권리금을 다 보상해주고 향후 생존대책까지 마련해줘야 한다. 그렇잖으면 정부가 사기를 친 것밖에 더 되겠나. 문제는 그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금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우리 국민이 그것을 용인하겠는가. 그래서 카풀의 부분적 도입과 카풀과 택시의 상생방안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것이다.

#카풀 사업자와 지지자들이 간과하는 점이 이 대목이다. 그 풀기 어려운 과제는 그냥 정부 몫으로만 돌려버리고, 정부를 향해서는 “혁신을 모른다”고 비판만 해대는 거다. 그것뿐인가. 생존 위기에 내몰린 택시기사들의 분신과 죽음까지 조롱하지 않는가. 카카오가 사회적대타협에 나선 건 이 문제의 본질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순식간에 ‘완전 자유경쟁 시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와 네이버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의 최근 발언이 주목되는 까닭이 여기 있다. 벤처 1세대인 그들은 카풀 사업자가 자신의 사업영위 규모에 따라 택시면허를 사고 완벽하게 합법적 테두리에서 택시와 동일한 조건으로 영업할 수 있게 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특히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타다 측에 이를 제안했다.

#타다를 운영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는 이 제안에 반대했다. 그 방법이 택시 기사들의 이후 생존대책까지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거기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택시기사들은 지금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풀이 면허 속에서 합법적으로만 운영한다면 택시도 반대할 명분이 적어진다. 그 과정에서 상생의 방안도 더 많이 찾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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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법의 문제는 사실 그게 아니라 카풀의 시장 진입비용이 지금보다 월등히 높아진다는 데 있다. 카풀 1천대만 운영해도 최소 700억 원의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아무나 카풀 사업을 할 수 없다. 이 대표가 그들의 제안에 반대한 이유도 어쩌면 그것 때문일 수 있다. 김 대표가 최근 이 대표를 향해서 “그냥 앱이나 하나 만들어서 날로 먹으려 들면 안된다"고 돌직구를 날린 것도 그 때문이다.

#두 대표가 이 문제를 얼마나 고민하고 그런 제안을 한 건지는 모르겠다. 카풀의 시장 진입 비용을 크게 올려놓기 때문에 현실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제안인 건 분명하다. 모든 사업엔 비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 정도 비용이면 국내에서 카풀 사업을 하려는 곳이 없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카풀 사업자가 언제까지나 불법과 편법 사이에서 꼼수만 부릴 수도 없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