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사회적 가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SOVAC 2019 행사서 강조…첫 민간 축제, 4천명 몰리며 대성황

디지털경제입력 :2019/05/28 14:44    수정: 2019/05/28 15:11

최태원표 ‘사회적 가치’에서 모티브를 얻어 열린 국내 첫 민간축제 ‘소셜밸류커넥트 2019(이하 SOVAC)’가 첫회부터 성황리에 열렸다. 행사를 처음 제안했던 최태원 SK 회장도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28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일서울 호텔에서 열린 ‘SOVAC 2019’ 행사에 기업인, 비영리단체 회원, 대학생, 일반인 등 4천여 명이 참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가치 경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돈을 얼마나 버느냐보다 그런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기업의 전략 면에서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담겨있는지가 중요하다"며 "환경이든 고용이든 투자를 더 하는 문제든 세수를 더하는 문제든 그런 모든게 사회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는 "이런 경제활동에 필요한 가치를 얼마나, 또 어떻게 내고 있느냐가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SOVAC 사무국은 “당초 행사 참여 인원을 최대 2천 명 선으로 예상했는데 배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고 밝혔다. 사무국은 지난 21일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참가 등록 인원이 5천명을 넘어 행사장 안전문제 등을 고려해 사전 등록 접수를 조기 마감했다.

‘SOVAC 2019’ 행사의 주제는 ‘패러다임 시프트: 사회적 가치의 시대가 온다’였다. 사회적 가치는 환경 오염, 일자리 부족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해결된 성과를 말한다. 그동안 주로 정부와 비영리단체, 사회적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추구 활동이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일반 기업과 개인들까지 힘을 보태고 있는 추세다.

SOVAC 측은 “뜨거운 행사 참가 열기는 사회문제 해결을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SOVAC은 지난해 말 최태원 SK회장이 제안하고 80여 개 기관, 단체가 파트너로 나서 호응하면서 마련됐다. 행사 첫 해 대박을 터뜨리면서 향후 ‘사회문제 해결 위한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사회적 가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관심이 한층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최측은 기대했다.

28일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한 국내 첫 민간축제 '소셜밸류커넥트 2019''에서 SOVAC 조직위원장인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개막사를 하고 있다.

사무국은 이날 사전등록 마감 등으로 행사장을 찾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 서비스인 ‘옥수수’를 통해 행사 실황을 생중계했다.

SOVAC 조직위원장인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개막사에서 “이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때”라며 “SOVAC 행사를 통해 그동안 각자 상상해 온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밖으로 꺼내 이야기하고, 서로 ‘연결’ 해보자”고 제안했다. 조 위원장은 “참석한 분들이 단 한 명이라도 연결돼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생각을 나눌 수 있다면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개막 세션에서 사회적 기업 ‘크레파스’ 김민정 대표,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임형준 한국사무소장, 탤런트 차인표씨 등이 각자 추구해온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소개했다.

패널토론에서는 네이버 공동창업자로서 현재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를 운영중인 김정호 대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정성미 부사장, 김태영 성균관대 교수 등 6명이 국내외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공사례, 정책적 지원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SOVAC2019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 중이다.(왼쪽부터 김종걸 한양대 교수, 이종욱 기획재정부 국장, 정성미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김태영 성균관대 교수)

이날 패널토론에 나섰던 중증장애인 채용 기업 베어베터 김정호 대표는 “SK가 사회적 가치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그룹이지만, 그동안 장애인고용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장애인 고용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최 회장은 "열심히 하려 애를 쓰는데 왜 빨리 안했느냐고 지적해주시니 당황은 했지만 맞는 말씀"이라며 "SK는 자발적으로 하는 문화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일단 무조건 하는 쪽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패널토론에서 김태영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사회적 가치의 더 나은 질적 향상은 파트너십을 통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근본적 요구가 있다”며 “사회적 가치는 기업에게 옵션이 아니라 생존 문제이며,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더 큰 파도를 가져오게 모두 동참해 해결해야 하는 당면 문제”라고 밝혔다.

정성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은 “기업이 사회문제에 관심없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신뢰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베어베터 김정호 대표는 “20, 30대 젊은 세대가 사회적 가치에 대해 갖는 기준은 이전세대보다 더욱 엄격하다”며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는 잠시 유행이 아니라 가치관이나 사고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종욱 기획재정부 국장은 “정부는 사회적 가치 개념을 공공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라고 본다”며 “공공부문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선도하도록 혁신 3대전략으로 선택해 추진중이며, 제도적 기반 구축을 위해 사회적가치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정부 운영 기본 원칙인 인사, 조직, 예산에서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혁신하도록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이형희 SK 수펙스추구위원회 사회적가치(SV)위원회 위원장은 ”SK는 내부적으로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특장점을 가진 전문가들을 육성, 지원하고 생태계 만드는 게 사회적 가치를 올리는 활동이라 판단했다”며 “카이스트와 사회적기업 MBA 과정을 운영하는 한편, SK그룹의 행복나래를 통해 사회적기업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류 금융기관과 3호 펀드까지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부터는 SK의 사업 안에서도 사회적 가치에서 실제로 매출을 어떻게 올릴지,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면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고 그 속에서 시장 기회를 같이 볼 부분을 찾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 창출이 우리의 지속적인 과제”라고 설명했다.

오후에는 행사장 곳곳에서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한 다양한 강연과 토론, 전시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펼쳐졌다. 주 행사장 한 켠의 테이블 세션에서는 카이스트 사회적 기업MBA, 코트라(KOTRA), 코이카(KOICA), 사회적기업진흥원, 기술보증기금 등 기관들이 소셜벤처와 청년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실무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자들은 기업 경영에 필수적인 유통, 세무, 회계, 법률, 해외 진출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했다.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한민국 행복 인사이트: 소셜밸류 아이디어 공모’ 최종 결선 및 시상식도 열린다. ‘ICT를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 라는 주제아래 총 347건이 응모됐으며, 최종 결선에 오른 10개 아이디어를 놓고 치열한 프레젠테이션이 펼쳐졌다. 최종 결선에 오른 이들 10명에게는 SK텔레콤 근무형인턴십 기회와 장학금 등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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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엔 사회적 기업 등의 제품을 직접 구매하고 체험할 수 있는 50여개의 전시 부스들도 마련됐다. 100~200명이 참가하는 소규모 토론세션 20개도 잇따라 열렸다. 저녁엔 제4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 행사가 이날 SOVAC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는 최태원 회장 제안으로 시작됐다.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를 화폐 단위로 측정해 금전적으로 보상해 주는 제도다. 지난해까지 3년간 130개 사회적 기업이 148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고, 올해는 188개 사회적 기업이 사회성과 456억원을 창출한 것에 상응해 87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지난 4년간 사회성과인센티브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에서 창출한 사회성과는 총 1천78억원이며, 이들에게 지급된 인센티브는 235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