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공시시스템 도입..."투기시장 오명 벗는다"

빗썸·코빗·고팍스·씨피닥스, 암호화폐 정보공시 플랫폼 '쟁글' 활용

컴퓨팅입력 :2019/05/24 18:57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업계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공시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나섰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투기시장'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의지다.

23일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본사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 공시·심사제도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빗썸, 코빗, 고팍스, 씨피닥스 4곳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암호화폐 정보공시 플랫폼인 쟁글(Xangle)을 개발한 크로스앵글과 블록체인 프로젝트 상장심사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활용 계획을 발표했다.

김준우 크로스앵글 공동창업자·최고전략책임자(CSO)는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 시장에는 투기꾼밖에 없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이 시장이 투기꾼이 모여서 투기시장이 된 게 아니라, 투자를 할 수 있는 정보가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투기시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현재 암호화폐 시장을 진단했다.

이어 "주식이나 증권 시장을 보면 공시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얻고 투자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데, 암호화폐 시장은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다"며 "투자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된다면 이 시장도 이성적으로 흘러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암호화폐 정보공시 플랫폼인 쟁글을 개발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23일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본사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 공시·심사제도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고팍스)

■ "토큰 홀더 비중·유동량, 회사 재무 정보 등 온체인·오프체인 데이터 모두 제공"

쟁글의 데이터 공시 기준은 한국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전자공시시스템(EDGAR)의 공시 기준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Moody's), 피치(FITCH)와 같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평가 기준에 근거한다.

쟁글은 블록체인상의 온체인 데이터와 기존 전통시장의 오프체인 데이터를 모두 제공한다.

온체인 데이터에는 토큰 홀더 비중, 스마트컨트랙트 실행, 토큰 유동량, 주요 토큰 홀더의 움직임 등이 포함된다. 오프체인 데이터에는 암호화폐 자산, 운영 비용, 미래 로드맵 등 재무 정보를 비롯한 회사 정보가 포함된다.

비즈니스 진행과정과 개발 진행과정도 분기별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타겟은 일반 이용자와 기업·기관 모두이며, 정보 제공료는 받지 않는다.

김 CSO는 "공시정보 자체가 공공성을 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이기 때문에 정보를 제공하거나 리포트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돈을 받지 않는다"며 "쟁글의 수익 모델은 공시 정보를 제공해서 얻는 것이 아닌, 공시 정보를 커스터마이징하거나 보다 효율적으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툴킷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우 크로스앵글 공동창업자·최고전략책임자(CSO). (사진=고팍스)

■ "공시정보 제공으로 단기투자 벗어나 장기투자 가능"

블록체인 전문기업 코인플러그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씨피닥스(CPDAX)의 서문규 사업본부장은 "실제 회사 내부에서 공시플랫폼을 운영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며 "거래소가 모든 이슈에 대해 전문성을 다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전문업체와의 제휴가 필요했다"고 크로스앵글과 협력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서 본부장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거래소에 상장할 때, 프로젝트팀은 상장 정보를 거래소에 주게 되고, 투자자는 거래소가 제공하는 정보와 프로젝트 팀이 직접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제공하는 정보를 얻게 된다"고 현재 프로젝트 정보가 유통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투자 형태는 주로 단기투자로, 단타 투자자들은 정보를 빨리 알아 가치가 낮았던 토큰을 미리 사두고 그 토큰이 상장되면 바로 팔고 나오는 형태로 돈을 번다"며 "마치 보이스피싱과 비슷한 형태로 토큰 거래가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인 투자가 장기 투자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정보의 부족을 꼽았다.

"거래소도 프로젝트가 상장하고 나면 그 다음에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백서만 보고 알 수 있다"며 "일반 투자자와 정보를 아는 게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 "투자자가 거래소를 믿고 투자 시장에 들어와도 거래소는 프로젝트의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지 못한다"며 "결국, 이 시장에서는 가치 투자를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없게 되고, 누가 단타를 치고 나올 수 있느냐로 이슈가 흘러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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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거래소는 공시정보를 제공해주는 플랫폼이 존재해야지만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믿고 투자할 수 있다"며 "블록체인 프로젝트 상장부터 상장폐지까지 모든 프로세스에 쟁글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우 크로스앵글 CSO는 "크로스앵글이 거래소의 상장심사 평가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며 "크로스앵글은 공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거래소들은 정보를 모으는 데 시간을 쏟기보다 최종 상장 심사, 폐지 결정 등 의사결정 하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쓰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