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주면 블록체인 서비스 쓴다? 편해야 쓴다!"

블록체인 업계 디자이너들, 킬러 서비스·UX 강조

컴퓨팅입력 :2019/05/23 17:05    수정: 2019/05/24 12:07

"블록체인 서비스를 하시는 많은 분들이 '코인으로 보상을 주면 서비스를 쓰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신다. 하지만 보상이 없이도 기존 서비스를 대체 가능할 정도로 사용자경험(UX)을 편리하게 만들어야 사용자들이 쓴다. 결국, 진정한 블록체인 킬러 서비스가 나오려면 사용자경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22일 서울 강남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BUX 2019' 행사에서 블록체인 업계 디자이너들은 진정한 블록체인 킬러 서비스가 나오고, 블록체인 생태계가 확장되려면 사용자 경험(UX)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디자이너를 위한 블록체인'을 주제로 블록체인 업계의 UX디자이너들이 겪고 있는 고민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발표 연사로는 정진영 비트베리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소민경 UX 디자이너, 우남영 프라임블록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신기헌 미디어 아티스트가 참석했다.

정진영 비트베리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진=지디넷코리아)

■ "블록체인 무엇인지 몰라도 사용할 수 있어야"

정진영 비트베리 CDO는 카카오그룹에서 카카오택시 디자인을 해오다 암호화폐 모바일 월렛인 비트베리에 합류했다. 그는 비트베리 디앱(DApp·탈중앙화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면서 맞닥뜨렸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공유하고,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얘기했다.

정 CDO는 블록체인 디앱의 서비스 디자인은 기존 서비스 디자인과는 조금 달랐다고 말하며, 달랐던 점으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 ▲불친절한 환경 ▲실생활 상용 서비스 사례 부족을 꼽았다.

그는 "기존 서비스 디자인은 개발 환경만 이해하면 시작이 가능했지만, 블록체인 디앱은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했다"며 "주변 개발자분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업계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친숙하지 않아 해당 용어를 어떻게 사용자한테 쉽게 학습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며 "디자인도 개발 상태 그대로의 느낌이라 일반 사용자가 접근하기에는 매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아직 실생활에 쓰이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잘 없는 것도 디자인 개발에 힘든 요인이었다. "기존 서비스들은 실제 생활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찾기 쉬웠고, 그것을 쉽게 디자인에 반영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블록체인은 아직 일상생활에 쓰이는 사례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에 (디자인 부분의 불편함을 쉽게 찾아 반영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 CDO가 생각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은 뭘까.

그는 "쉬운 사용성으로 서비스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생활에 녹아들어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블록체인 업계는 기술 중심 생태계이기 때문에 기술이 많이 부각되지만, 앞으로는 기술만큼이나 사용성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몰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낯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례로 그는 카카오택시의 기사형 앱을 만들 때의 경험을 들었다.

"택시 기사님들이 폰을 거치해 놓고 쓰는 환경과 연령대를 고려해, 운전대 옆에 있는 대시보드의 기기들과 최대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며 "앱을 사용한다는 게 아니라 마치 택시 미터기를 조작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미터기와 동일한 그래픽을 많이 적용해 별도의 학습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트베리도 마찬가지로 기존 카드나 은행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인터페이스를 가져와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이름 또는 전화번호를 입력해 토큰을 송금할 수 있게 해 이질감을 줄이고 오송금도 줄였다"고 덧붙였다.

소민경 UX 디자이너. (사진=지디넷코리아)

■ "킬러서비스 나오려면 UX 문제부터 해결해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에서 일했던 소민경 UX 디자이너도 디앱의 문제는 공부해야 쓸 수 있다는 점이라는 데 공감을 표했다.

그는 "최근 토큰포켓이라고 하는 디앱을 사용하다 불편한 UX 때문에 코인을 적절한 시기에 투자하지 못하고 손해를 봤다"며 "사용자가 블록체인의 작동 원리를 모르더라도 쉽게 디앱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블록체인 업계의 문제는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며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블록체인 업계에 있다보니 철저하게 공급자 입장에서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디자이너의 부족도 큰 문제라고 언급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현재 갖고 있는 문제의 53%가 UX라고 말하고 있지만, 디자이너 인력은 1%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디자이너의 수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관점이 개발과 비즈니스 중심으로만 흘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블록체인 업계에서 제일 고민하는 부분이 속도와 같은 기술 개선인데, 과연 그게 본질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사용자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가, 얼마나 편한가이지 고도화된 기술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따라 "어떻게 블록체인을 사용할지가 명확해진다면, 어쩌면 현재 기술로도 충분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킬러 서비스가 나오기 위해서도 기술 발전보다 UX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블록체인 업계를 두고 기술은 참 좋은데 어디에 사용할지를 몰라, 문제점을 찾고 있는 해결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킬러서비스가 나오기 위해서는 실용성이 불분명한 기술적 발전에만 집중하기보다 사용자 경험 문제부터 해결해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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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보상을 주면 블록체인 서비스를 쓸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UX 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어서 보상이 없어도 기존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만든 다음에 블록체인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소민경 디자이너는 "인터넷 시대, 모바일 시대를 거쳐 이제는 디앱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디자이너도 다가올 디앱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블록체인 업계에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뛰어들 것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