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는 '사회적 해악'이라는 믿음은 어디서 온 것인가

"금융위 헌법소원 의견서에 블록체인 업계 실망감 커"

전문가 칼럼입력 :2019/05/19 11:55    수정: 2019/05/19 14:22

정상호 델리오 대표

ICO 금지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에 대해 금융위는 ‘ICO 는 사회적 해악’ 이라는 의견서를 피청구인 자격으로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블록체인 업계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위가 제출한 소견서를 업계 관점에서 분석해 보면 ‘혹시, 금융위가 ICO 와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가?’ 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금융위는 ICO 를 ‘사회적 해악’ 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금융위의 믿음은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

우선, 금융위 의견서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금융위는 ‘암호화폐는 아무런 본질적 가치가 없는 온라인상 문자 증표에 불과하다’ 고 했다. 암호화폐는 현재 전체 시총이 200 조원이 넘고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기존 전통 화폐가 가진 문제점과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신뢰 시스템’인 블록체인 기반 위에 개발 및 운영되고 있다. 금융, 자산, 결제, 보상, 증권 등 다양한 용도로 발전하면서 실생활에 접목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대만, 태국 등 전세계 여러나라에서 이미 암호화폐를 점진적으로 제도화하면서 산업에 끌어들이고 있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

삼성, HTC, 페이스북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들을 출시하거나 준비 중이다. 기업들도 암호화폐의 가치와 미래 비전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기존 수단으로는 가치를 부여하지 못했던 유무형 자산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금융위의 ‘암호화폐는 아무런 본질적 가치가 없다’ 라는 인식은 문제가 있으며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는 ‘ICO 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고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 기타 범죄에 이용될 위험성이 높다’고 언급했으며 ‘근본적으로 자금세탁행위, 해킹범죄 등 ICO 폐해가 심각하다’ 고 했다.

ICO 와 암호화폐를 혼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ICO 는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이 사업에 필요한 초기 자본을 클라우드펀딩 방식으로 모집하거나 상품을 미리 파는 행위이다. 금융위의 주장대로 라면 누군가 ICO 를 통해 자금 세탁을 하고 테러자금을 조달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인데 현실성 없는 예기이다. ICO 와 해킹범죄와는 더욱 더 연관성은 없다. 금융위가 말하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 또한 맞지 않는 예기다. ICO 는 기본적으로 투자행위이며 수익과 손실이 모두 존재한다. 개인의판단에 의한 투자를 금융위가 걱정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나 이는 전적으로 사적 영역에 속한다.

최근 제대로된 블록체인 기업들은 ICO 하는 것을 꺼려한다. ICO 는 ‘참여 자본’ 또는 ‘상품의 선구매’ 행위이기 때문에 ICO 에 참여한 구매자들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프로젝트를 24 시간 감시한다. 이것이 블록체인 기업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며 부정을 저지를 수 없게 만든다. ICO 규모도 상당히 축소되어 우려할 만한 막대한 경제적 피해는 현시점에서 발생하기 어렵다. 금융위가 신경써야 할 문제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보다는 어느 분야에나 있는 일반적 범죄행위인 사기, 배임, 횡령이다.

ICO 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아파트 분양과 동일하다. 아파트 분양도 모델하우스를 만들고 분양권을 미리 판매한다. 이후 아파트가 완공되면 입주하고 등기를 마치게 된다. 즉, 아파트 단지는 메인넷이고, 모델하우스는 백서, 분양권은 토큰이다. 구조적으로 완전히 똑같은 이 두가지가 하나는 ‘사회적 해악’ 이고 하나는 ‘경제이며 복지’ 이다. 결국, 이 둘은 바라보는 관점, 의지, 이해의 차이인 것이지 해악의 문제는 아니다.

금융위는 ICO 를 제한적 허용하는 것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고 했으나 이는 의지의 문제이며 방법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금융위는 ICO 를 제한적이나마 허용하는 것 자체가 ICO 를 명목으로 내세운 유사수신 등 범죄를 야기하고 시장과열과 가격 급변동으로 인한 높은 손실발생 가능성 등 공익에 반할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했으나 오히려 이를 막기위해 규제 샌드박스 등의 제한적 허용이 필요한 것이다.

ICO 금지 방침은 현행 법령상 ICO 행위가 금지될 수 있음을 대중에 안내하는 차원에 불과해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적 근거도 구속력도 없는 ICO 금지임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다.

금융위가 언급한 대로 ICO 사기 등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선량한 블록체인 기업들은 산업 및 경제 발전을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으며 금융위가 지적한 문제들은 ICO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금융 사기, 부동산 사기 등등 세상 모든 것에 존재하는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차라리 ICO 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하면서 ICO 와 암호화폐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은 아닐까?

ICO 와 암호화폐는 절대로 기존 질서를 파괴하거나 해악을 주는 존재가 아니다. 20 여년 전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정부는 포르노, 도박 등의 문제를 걱정했으며 기업들은 오프라인의 붕괴를 걱정했다. 하지만 인터넷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제 2 의 인터넷이라 불리는 블록체인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으며,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글로벌 블록체인 이니셔티브를 잃지 않고 있다. 두려워하거나 거부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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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필자는 블록체인 기업 델리오 대표이며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부회장, 송도블록체인포럼 등기 이사를 맡고 있으며 블록체인 전문 컬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