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ICO 보스코인, 둘로 쪼개졌다

보스플랫폼재단, 보스아고라 분리 출범 예고

컴퓨팅입력 :2019/05/16 17:42    수정: 2019/05/16 22:04

국내 암호화폐공개(ICO) 1호 프로젝트인 보스코인이 개발사와 재단 간 갈등으로 둘로 쪼개졌다. 기존 개발사인 블록체인OS가 보스코인 플랫폼을 유지하고, 스위스재단인 보스플랫폼재단(BPF)이 보스아고라를 새롭게 개발한다.

블록체인OS의 보스코인은 이미 메인넷 세박을 출시하고 4개 거래소에 상장한 상태여서 유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재단의 개발자금 집행이 끊겨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재단의 보스아고라는 2017년 ICO를 통해 모금한 투자금에 대한 집행권한을 가지고 있어 자금력은 있지만, 처음부터 개발을 시작해야 하고 기존 보스코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과제가 놓였다.

보스코인과 보스아고라가 각각 처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따라 두 프로젝트의 운명이 결정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재단, 보스아고라 신규 프로젝트 개발 착수

재단은 16일 서울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스아고라(코인명 BOA)를 새롭게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단 측에 따르면 보스아고라는 투표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구현하는 프로젝트다. 2017년 재단 설립 당시 발표한 백서1.0 비전을 실현하는 게 목표다.

서지 코마로이 재단 이사는 "2년 전에 보스 백서에 담긴 비전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고 우리는 원래 백서의 목표를 지키기 위해 리빌딩(신규 구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재단은 100% 자회사인 BPF코리아를 한국에 설립하고 보스아고라 개발과 운영을 맡길 예정이다. 이날 BPF코리아 측은 "앞으로 15개월 안에 목표한 개발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서지 코마로이 보스플랫폼재단 이사

보스아고라와 마찬가지로 보스코인 프로젝트 역시 블록체인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됐다.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개발을 해온 주체는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블록체인OS다. 암호화폐를 발행해 초기 개발자금을 모으는 투자방식인 ICO를 진행하기 위해 설립한 조직이 스위스재단 보스플랫폼재단이다.2017년 5월 보스코인은 재단을 통해 비트코인 6902개를 모았다. 당시 시세로 200억원 규모다.

지금까지 재단은 보스코인 프로젝트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블록체인OS에 집행했다. 그러다가, 재단과 개발사가 서로에 대해 횡령과 배임을 주장하면서 갈등을 겪기 시작했고, 지난 3월15일에는 재단이 블록체인OS에 계약 해지를 결정했고 이제는 직접 개발사를 설립해 새로운 블록체인을 개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블록체인OS에 자금 지원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김인환 재단 이사장은 "(백서1.0에서 제시한) 기술 개발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블록체인OS가) 많은 돈을 썼는데 재단 설립 목적과 다르게 백서2.0을 만들어서 재단 이사장 결정 없이 썼다"며 "ICO할 때 3천 여명이 200억 가까운 돈을 모아줬는데 재단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계약해지) 한 것이다"고 말했다.

보스코인 VS 보스아고라로 찢어진 국내 1호 ICO 프로젝트

재단이 보스아고라를 새롭게 만들고 기존 보스코인에 지원을 중단하면서 결과적으로 두개의 프로젝트가 공존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재단은 2017년 ICO를 통해 확보한 투자금을 가지고 보스아고라 플랫폼 개발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2년 동안 보스코인 플랫폼 개발에 비용을 지출하긴 했지만, ICO 당시보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여전히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지 코마로이 재단 이사는 "현재 ICO 당시보다 20% 가량 더 많은 자금(24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스아고라가 계획대로 작동하려면, 기존 보스코인 투자자 커뮤니티와 거래소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에 재단은 기존 보스코인 보유자들이 보스아고라로 바로 넘어올 수 있도록, 이더리움 기반 토큰(ERC20)을 발행하고 기존 보스코인과 1:1 비율로 에어드랍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보스코인을 가지고 있는 양 만큼 보아코인을 받을 수 있다. 에어드랍 신청은 이날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받는다. 6월 내 토큰넷을 론칭하고 거래소 상장까지 추진하는 일정이다. 내년에는 독자적인 코인 플랫폼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블록체인OS은 기존 보스코인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보스코인은 지난해 11월 보스코인 메인넷 세박을 론칭했다. 현재 보스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소 지닥, 쿠코인, 코인베네 등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최예준 블록체인OS 대표 겸 재단 이사는 "프로젝트 발기자로써 책임을 가지고 보스코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며 프로젝트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블록체인OS는 한국 투자자 커뮤니티인 '보스콩그레스코리아 준비 위원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준비위는 자발적으로 2억원 가량을 추가로 모금해 블록체인 OS에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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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재단의 자금 집행이 끊겨 있는 상황에서 프로젝트 개발·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최 대표는 보스코인에 대한 자금 집행이 안되고 있는 상황은 어떻게 해결할 계획이느냐는 질문에는 "재단과 법적 이슈가 있기 때문에 아직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면서 "우선 보스코인 프로젝트는 R&D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커뮤니티와 협의해서 오픈소스 개발을 확대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