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는 사회적 해악"...금융위, 헌법재판소에 의견서 제출

헌법소원에 대한 피청구인 의견서..."제한적 허용도 불가"

컴퓨팅입력 :2019/05/14 14:55    수정: 2019/05/21 07:26

금융위원회가 정부의 암호화폐공개(ICO) 금지 방침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가 각하 또는 기각되어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면서 "ICO는 사회적 해악으로 제한적 허용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의견서는 정부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를 주재한 금융위가 각 부처 입장을 종합해 설명한 것으로, 암호화폐(가상통화)와 ICO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여전히 크게 부정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14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대리인인 정부법무공단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지난 3월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프레스토는 "2017년 9월 발표된 정부 ICO 전면 금지 조치가 법률 근거 없이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행사로 법치주의·법치행정원칙을 위배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난해 12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금융위는 이번 심판청구 사건의 피청구인으로, 청구인인 프레스토 측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다.

금융위가 제출한 의견서는 ▲암호화폐와 ICO의 문제점 설명 ▲ICO 금지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의 부당성 지적 ▲청구가 헌법소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 등으로 구성됐다.

먼저 금융위는 암호화폐와 ICO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암호화폐에 대해선 "아무런 본질적 가치가 없는 온라인상 문자 증표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ICO에 대해선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고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 탈세, 기타 범죄에 이용될 위험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의견서 전반에서 암호화폐와 ICO에 대한 이같은 부정적 인식을 반박의 근거로 활용했다.

ICO 금지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금융위는 "근본적으로 자금세탁행위, 해킹범죄 등 ICO 폐해가 심각하다"며 "사회적 해악이 큰 대상을 금지하는 일은 직업 선택 자유에 대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쳤다.

금융위는 여기에 더해 "헌법재판소는 성매매 알선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부연하며, ICO 금지가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부각시켰다.

또, 정부가 모든 종류의 ICO를 '전면' 금지하고 있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에 대해서 금융위는 "ICO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금융위는 "ICO를 제한적이나마 허용하는 것 자체가 ICO를 명목으로 내세운 유사수신 등 범죄를 야기하고 시장과열과 가격 급변동으로 인한 높은 손실발생 가능성 등 공익에 반할 개연성이 상당하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밖에도 금융위는 의견서에서 이번 청구가 애초에 헌법소원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ICO 금지 방침은 현행법령상 ICO 행위가 금지될 수 있음을 대중에 안내하는 차원에 불과해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의견서 내용을 종합해 보면, 금융위는 암호화폐와 ICO를 "자금세탁, 테러, 사기 등 범죄 등 사회적 해악을 일으키는 대상"으로 보고 있고, ICO는 "제한적으로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의견서는 금융위뿐 아니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를 주재한 금융위가 각 행정부의 입장을 함께 설명하는 것"으로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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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아니냐"며 "4차산업혁명 기술인 블록체인은 진흥한다면서 산업 내 혈액과 같은 암호화폐는 사회적 악으로 규정하는 편협한 생각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사건번호 2018헌마1169)은 지정재판부에서 본안 재판부로 넘어가 심리중이다. 선고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