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 반도체, ‘초격차와 상생’이 대안

[양태훈의 인사이트] 지속가능한 반도체 생태계 이뤄져야

데스크 칼럼입력 :2019/05/14 07:56    수정: 2019/05/15 10:59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았다. 정부는 그간의 성과로 ‘4차 산업혁명 선도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하지만,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필요한 원동력을 충분히 확보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가 그렇다. 반도체 산업은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주요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쇼크를 기록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4월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동기 13.5% 줄어든 84억5천500만달러로 추락한 가운데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4%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 수치다. 성과보다는 우려에 더 귀가 기울여지는 이유다. 실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비상등이 커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가 수년 간 이어진 ‘반도체 초호황’이라는 단잠에 빠져 미래를 대비한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성과가 전부 ‘허상’이었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 화성 EUV 생산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 산업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약 36%)이 절대적인 만큼 이는 근거 없는 주장도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상생 생태계 조성’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양사는 총 253조원(삼성전자 133조원, SK하이닉스 120조원)을 투자해 화성(삼성전자)과 용인(SK하이닉스)에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고, 3만 명(각각 1만5천명)에 달하는 전문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복합돼 특정 기업 홀로 시장을 주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영리한 행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과 SK의 반도체 생태계 조성 전략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등)와 함께 시스템 반도체(프로세서, 이미지센서, 통신모뎀 등)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생태계 조성으로 반도체 장비·부품·소재 기업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업에서는 이에 정부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에 더욱 충실하게 나서기를 바라는 기대가 나온다. 과거 정부가 추진한 반도체 산업 전략이 대기업과 관계된 협력업체들만 양성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전문 인력(대학 반도체 전공) 등 산업 전반을 육성할 수 있는 적극적인 성장 지원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와 관련해 ▲글로벌 수준의 팹리스 성장기반 구축 ▲파운드리 육성 ▲반도체 인력양성 프로그램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등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또 자동차·바이오·에너지·사물인터넷 가전·기계/로봇 등을 5대 전략분야로 선정하고, 나아가 수요발굴부터 과제기획·기술개발·공공조달로 이어지는 시장 창출을 통해 2030년까지 2천400억원 이상의 시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마중물이 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충실히 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결코 낮지 않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게 우려되는 점”이라며 “반도체와 바이오 헬스, 미래 자동차 분야를 중점 육성할 것이다. 기존 제조업의 혁신을 통해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제2벤처붐도 일으킬 것”이라고 지원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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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았지만, 이제라도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방향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또 다시 다가올 반도체 초호황기에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모두가 세계를 제패하는 꿈도 꿔본다.

다만, 이러한 정책이 기존 정권처럼 단순히 ‘업적 세우기’에 그친 계획으로 남을지는 여전히 우려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부여받아 지속가능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만드는데 그 역할을 다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싶다. 과거 우리가 ‘초격차’ 전략을 통해 세계 최고의 메모리 강국으로 도약했듯이 이번에는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 반도체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