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창업자는 왜 '페북 분할' 외쳤나

크리스 휴즈 "너무 커졌다. 그런데 견제 방법이 없다"

홈&모바일입력 :2019/05/10 17:58    수정: 2019/05/10 18:0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가 페이스북 분할론을 주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구였던 마크 저커버그에 돌직구를 던진 건 하버드대학 동창인 크리스 휴즈다.

휴즈는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페이스북을 분할할 때가 됐다’는 장문의 칼럼을 기고했다. (☞ 뉴욕타임스 칼럼 바로가기)

페이스북 분할론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건 아니다. 지난 3월 민주당 유력 대권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이미 한 차례 내놨던 주장이다. 당시 그는 페이스북, 구글 같은 ‘플랫폼 시설(platform utility)’은 플랫폼과 상용 서비스를 떼어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때도 한바탕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엔 그 강도가 좀 더 세다. 분할론을 제기한 휴즈가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페이스북을 공동 창업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휴즈가 페이스북을 분할해야 한다는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게재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스)

■ "페이스북이 절대 강자 군림하면서 신생업체 자금유치도 힘들어져"

휴즈는 이 칼럼에서 “마크는 훌륭하고 친절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보안과 예의를 희생하면서까지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에 화가 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주장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틱스 사태를 비롯한 개인 정보 유출 문제를 꼬집은 것이다. 또 페이스북이 이른바 가짜뉴스 유포의 온상으로 전락한 데 대한 비판도 함께 담겨 있다.

이런 논지를 바탕으로 페이스북 분할론을 제기한 휴즈의 칼럼은 비교적 논리적이다. 작심하고 쓴 듯 분량도 굉장히 긴 편이다. 저커버그와 함께 페이스북을 만들 당시의 추억도 곁들이면서 잘 읽히도록 썼다.

그는 또 루퍼트 머독이 2005년 마이스페이스를 5억8천만 달러에 인수하던 당시 저커버그가 ‘지배(dominance)’란 단어를 얼마나 자주 썼는지 회상하기도 했다.

일단 휴즈는 페이스북이 지금 같은 모습으로 커진 건 결코 ‘역사의 우연(accident of history)’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의 지배 야심과 규제 기관의 직무 유기가 만들어낸 산물이란 주장이다.

그가 보기엔 페이스북의 전략은 ‘모든 경쟁자를 패배시키는 것’이다. 규제 기관들의 미온적인 태도 역시 페이스북이 지배자로 크는 데 일조했다고 휴즈는 강조했다.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 크리스 휴즈 (사진=위키피디아)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11년 페이스북으로부터 ‘동의하지 않은 이용자 정보는 공유하지 않는다’는 동의의결(consent decree)을 받아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그 동의의결을 무시했다.

그는 FTC의 가장 큰 실책은 2012년과 2014년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를 승인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은 그 무렵 제대로 된 매출이 없었다. 하지만 인기는 굉장했다.

이 둘은 페이스북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휴즈는 “인스타그램은 사진 공유, 왓츠앱은 모바일 실시간 메시징 부문을 지배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뉴스피드 알고리즘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페이스북은 동영상 알고리즘을 바꾸면서 유튜브, 비메오 같은 경쟁사들을 노출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뤘다.

이런 방식으로 페이스북은 경쟁사를 집요하게 밀어냈다. 트위터, 스냅챗 등이 위세를 떨칠 때마다 페이스북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그들을 밀어냈다고 휴즈는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이런 방식으로 시장 지배자 위치에 올라섰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씨넷)

그렇다면 이게 왜 문제가 될까? 휴즈는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유치하기도 힘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신생업체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들고 나올 경우 페이스북이 곧바로 복제하면서 그들을 밀어낼 것이란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2011년 가을 이후엔 이렇다 할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회사가 등장한 적 없다고 휴즈는 꼬집었다.

■ "저커버그는 페북 못 바꾼다. 정부만 할 수 있다"

휴즈는 저커버그가 사실상 페이스북을 지배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가 워낙 지배적인 의결권을 갖고 있어서 제대로 된 반대 의견을 내놓기 힘든 구조란 것이다.

이런 근거를 토대로 그는 페이스북을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FTC와 법무부가 공동으로 반독점법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를 원래 상태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향후 수 년 내에 유사한 인수 합병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분할론은 이미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제기한 적 있다. 휴즈는 페이스북으로 하여금 둘을 떼 내도록 해야 한 뒤 셋 모두 상장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 (사진=워런 홈페이지)

인위적으로 분할하려는 시도가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휴즈는 “(그렇더라도) 밀어부치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감시를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크리스 휴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사례를 들었다. MS 반독점 소송 때도 분할론이 제기된 적 있다. 당시엔 MS를 운영체제와 상용 소프트웨어 회사로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관련기사

이 논의는 나중에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압박이 MS가 초기 웹 시장을 지배하는 걸 막는 효과가 있었다고 휴즈는 주장했다.

휴즈는 “내게도 좀 더 일찍 경고 메시지를 보내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쓰기도 했다. 그는“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고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할 수 있다”는 말로 긴 칼럼을 마무리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