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레이팅 허용하되, 합리적 규제 방안 마련해야”

제로레이팅·망 중립성 토론회…“망 중립성은 헌법적 가치”

방송/통신입력 :2019/05/09 15:25    수정: 2019/05/19 16:35

“제로레이팅을 허용했을 때 해악보다 유용함이 반드시 크다고 할 수 없는 만큼, 허용은 하되 합리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9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타트업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에 참석한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제로레이팅은 이동통신사와 콘텐츠사업자(CP)가 제휴를 맺고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쓸 때 발생하는 트래픽에 대한 비용을 할인 면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SK텔레콤이 11번가를 이용하는 자사 가입자에게 데이터를 차감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제로레이팅 사례다.

9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타트업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의 현장 모습.

제로레이팅은 사용자의 통신요금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과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게 효과적인 마케팅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비용 부담할 여력이 없는 중소 CP나 스타트업들은 제로레이팅이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현경 교수는 제로레이팅의 유형을 콘테츠 및 데이터 비용 부담 주체에 따라 ▲이통사가 자사의 콘텐츠를 OTT 형태로 제공하고 데이터 비용도 부담하는 경우 ▲경쟁력이 약한 이통사가 대형 CP의 데이터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CP가 통신사의 가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등 3종류로 구분했다.

김 교수는 “제로레이팅은 이통사에 무조건 유리하고. CP에게는 비용 부담 여력에 따라 유불리가 나뉘며, 소비자에게는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제로레이팅이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확실치 않은 만큼, 허용하되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제로레이팅으로 촉발된 ‘망 중립성’ 논란

제로레이팅에 대한 찬반 논란은 ‘망 중립성’에 대한 갈등으로 이어진다. 망 중립성은 이통사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인터넷망을 이용해 전달되는 모든 데이터나 트래픽을 모든 기업에게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망 중립성은 최근 5G 상용화와 함께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의견이 나뉘고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란 하나의 물리적인 네트워크를 서비스 형태에 따라 다수의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해 각각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망 중립성 강화 및 유지를 주장하는 쪽은 인터넷제공사업자가 이해관계에 따라 트래픽을 차단·지연하면서 차별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평등과 개방성이라는 인터넷의 본질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망 중립성 완화 및 개선을 주장하는 쪽은 망 혼잡 문제가 발생해 전체적인 서비스 질 저하가 나타날 수 있고, 5G 등 신규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망 중립성이 개선돼햐 한다고 맞선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민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망 중립성이 헌법적 가치라는 점을 앞세워 완화하거나 폐기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김민호 교수는 “망 중립성 원칙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원칙으로, 그 자체가 헌법적 가치를 지니므로 누구도 이를 완화하거나 폐기할 수 없다”며 “다만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지 등을 위해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는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에 앞서 전체적인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호 교수는 “망중립성이 이슈화되고 있지만 대부분 논의는 망중립성을 강화해야한다는 콘텐츠 사업자와 망중립성을 완화해야한다는 인터넷제공사업자 간 의견이 소모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며 “콘텐츠사업자와 인터넷제공사업자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고민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제로레이팅에 대한 사후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망중립성에 대해서는 미래 출시되는 서비스를 살펴본 후 심도있게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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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열 과장은 “제로레이팅에 대한 문제는 대부분 이용자가 무제한 데이터와 와이파이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크지 않다고 판단되고,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사전규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며 “다만 실제로 공정한 시장을 저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해, 사후적인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망 중립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5G에서 어떤 형태의 서비스가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서비스를 보고 판단해야할 것”이라며 “실례로 자율주행차를 망중립성의 예외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 등에 대해거는 판단이 어려운 만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결정해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