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우주 먼지 쪼개지는 새 원리 발견

별 탄생·소멸 중요 단서…네이처 아스트로노미 표지 논문 선정

과학입력 :2019/05/08 11:27    수정: 2019/05/08 13:32

국내 연구진이 우주 먼지가 쪼개지는 새로운 원리를 발견했다.

우주 먼지는 죽어가는 별에서 생겨 새로운 별의 탄생을 유발하고 지구와 같은 행성을 형성하는 기본 재료가 된다. 우주 먼지를 연구하면 별의 탄생과 소멸 과정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초신성이 폭발할 때나 무겁고 젊은 별에서 나오는 강한 빛에 의해 우주 먼지가 쪼개질 수 있다는 새로운 원리를 발견했다고 8일 밝혔다.

우주 먼지는 별과 행성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별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항성풍을 유발한다. 또한, 이산화탄소와 물 심지어 유기 분자도 우주 먼지 표면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한 빛에 의해 주변 먼지가 강하게 회전하고 이 과정에서 먼지는 더 작은 입자로 쪼개진다. 네이처 아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 5월 6일자 표지 그림

그동안 천문학자들이 풀지 못한 비밀 중 하나는 초신성, 킬로노바, 무겁고 밝은 별, 블랙홀 강착원반 근처 등 강력한 광원 주변에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먼지 알갱이가 이보다 훨씬 큰(수백 나노미터 크기) 알갱이에 비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특이 현상은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내용이다.

연구에 따르면, Ia형 초신성의 초기 단계 관측을 통해 강한 광원 근처에 놓인 우주 먼지는 그 빛의 압력을 받아 마치 바람개비가 회전하듯이 초당 10억 바퀴에 이를 정도까지 엄청나게 빠르게 회전하게 되고, 그 회전에 의한 원심력이 먼지의 최대 인장강도보다 더 세지면 먼지가 부서지게 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복사 회전에 의한 먼지 파괴(Radiative Torque Disruption)’라 명명했다. 이 메커니즘을 초신성이나 킬로노바, 무겁고 젊은 별 주변에 존재하는 먼지에 적용하면 다양한 천문 현상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다.

강한 광원에서 나오는 빛에 의해 주변 먼지들의 회전 속도가 증가하고, 초당 10억 바퀴에 이르는 빠른 회전 속도까지 늘어나게 된다. 빠르게 회전하는 먼지는 원심력을 받아 양쪽으로 잡아당겨지며, 그 원심력이 먼지의 최고 인장강도보다 커지면 먼지가 부서져서 작은 조각이 된다.

중력파 검출로 널리 알려진 킬로노바나 우주의 가속 팽창을 입증하는데 활용된 초신성에서 나오는 강력한 빛에 의해 그 주변의 먼지가 부서져서 작은 먼지가 된다.

연구진은 먼지가 부서지는 영역이 킬로노바나 초신성 주변 반경 수 광년 정도의 범위에서 생기는 것을 밝혔다. 반면, 밝고 무거운 별이 천여 개 모여 있는 별 탄생 영역에서는 먼지가 부서지는 영역이 반경 수십 광년 범위로 형성되는 것을 밝혔다.

별 탄생과 초신성 폭발 때, 먼지들이 중심 광원으로부터 떨어진 거리에 따라 어느 정도의 크기로 분포하는지 알 수 있다. 왼쪽 별 탄생 영역의 경우,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먼지들은 약 30광년 거리 이내, 오른쪽 초신성의 경우 반경 약 3광년 정도 거리 이내에 분포하고 있다.

티엠 황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1952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에드워드 퍼셀이 1979년 발표한 논문에서 우주 먼지는 원심력에 의해 쪼개질 수 없다고 결론지었지만, 우리 연구는 먼지가 강한 광원 근처에 위치한다면 작게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새로운 메커니즘을 통해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우주의 많은 퍼즐들을 풀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함께 연구에 참여한 안상현?이혜승 박사는 “작은 먼지는 짧은 파장의 빛을 더 잘 흡수하고 산란해 그 양과 내부 분포가 초신성이나 최초 은하의 밝기에 영향을 준다”며 “우리의 연구는 초신성을 이용해 우주의 크기와 나이를 측정할 때나 우주 최초의 은하 및 다양한 천체 연구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네이처 아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 5월 6일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 용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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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킬로노바 : 신성(노바, Nova)의 1천배 정도 에너지를 내는 현상이라는 뜻의 킬로노바는 신성과 초신성 사이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내는 현상이다. 중성자별 쌍성이 병합되는 과정에서 중력파가 방출된 다음, 그 파편으로 나온 중성자들이 원자핵에 빠른 속도로 흡수될 때 만들어지는 무거운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는 과정에서 빛 에너지가 나온다. 신성보다 100만 배 밝은 천체를 초신성 또는 메가노바(Meganova)라 부른다.

② Ia형 초신성 : 쌍성 중 한 항성이 팽창해 두 항성 간 중력적인 상호작용으로 질량이 더 큰 항성이 더 작은 항성으로부터 물질을 흡수하다가 찬드라세카(태양 질량의 1.44배) 질량을 넘어서게 되면 초신성 폭발을 하게 된다. 모든 Ia형 초신성은 같은 질량에서 초신성 폭발이 이루어져 밝기가 같기 때문에 우주에서 거리 측정을 하는 도구로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