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스마트시티 핵심은 표준화"

[스마트시티 전문가를 찾아서⑮] 이정구 국표원 국가표준코디네이터

컴퓨팅입력 :2019/05/07 10:03

"스마트시티를 조성한다는 것은 기존 전통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표준화 작업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정구 국가기술표준원 스마트시티 국가표준코디네이터는 스마트시티 표준화 작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국표원에서는 지난해 1월 스마트시티 표준팀을 새로 만들고 6월 이정구 국가표준코디네이터를 스마트시티 국가표준코디네이터로 임명했다. 국표원 국가표준코디네이터는 표준기반 R&D로드맵을 개발하고 R&D 연계 정책지원 및 표준화 과제 RFP를 제안하며, 중소기업 컨설팅도 지원하는 민간전문가를 일컫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PD,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PM과 역할이 비슷하다.

이 코디네이터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소속으로,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스마트가전 국가표준코디네이터를 맡았다. TTA에서는 정보통신시험인증연구소 네트워크시험인증단 단장, 표준화본부 표준확산부 부장을 역임했다.

그는 산업에서 표준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며 교통카드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교통카드가 처음 나왔을 때는 표준이 없어서 각 지자체별로 시스템이 따로 구축됐기 때문에 지역 간 호환이 불가능했다"며 "지금은 표준화를 한 덕분에 교통카드 하나 가지고 전국 어디를 가나 버스와 지하철을 다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대중교통에 설치한 기존 리더기를 표준이 적용된 리더기로 교체하는 데만 약 5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며 "스마트시티도 마찬가지로 표준 없이 구축하게 되면 나중에 상호호환 문제가 일어날 수 있고 이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구 국가기술표준원 스마트시티 국가표준코디네이터

■ 스마트시티 솔루션 해외 수출하려면 표준화 선행돼야

이 코디네이터는 표준을 레고 블록에 비유했다. 표준화가 잘 되면 블록처럼 원하는 기능만 골라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능별로 표준화가 돼 있다면 도중에 오류가 있어도 그 부분만 블록처럼 떼어내면 되기 때문에 구축이 용이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시티는 표준 기반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시티에서 표준이 중요한 이유는 상호운용성 때문이다. 상호운용성이란 누가 만들어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 코디네이터는 "스마트시티가 구축되면 각 지역별로 만들어진 플랫폼들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무리가 없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표준 기반으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시티 표준화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해외 수출 때문이다. 이 코디네이터는 "현 정부는 스마트시티를 수출 가능한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며 "도시가 수출되면 그 안에 들어가는 수도와 전기 등 모든 인프라도 함께 수출 가능하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스마트시티 표준, 기존 표준 최대한 중용할 것"

표준은 언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서 선행?병행?후행으로 구분된다. 표준을 먼저 만들고 이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는 경우를 선행표준이라고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먼저 나와 있는데 나중에 표준을 제정하는 경우는 후행표준이다. 스마트시티는 선행과 후행 표준뿐만 아니라 병행표준까지 다양한 표준을 사용하게 되리라는 것이 이 코디네이터의 의견이다.

그는 "스마트시티의 경우 기존에 나온 표준을 최대한 중용하되 없는 표준은 새로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예를 들어 5G의 경우 통신방식에 대한 표준은 있지만 서비스에 대한 표준은 없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새로운 표준을 만들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도시 관점에서 필요한 정보를 표준화해 시민 삶의 질 향상

이 코디네이터는 과거 유시티(U-City)의 경우 지역마다 사업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플랫폼을 구축했기 때문에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시티는 표준이 배제된 상태에서 각자 다른 시스템을 설치했기 때문에 데이터가 호환이 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이번에 구축하는 스마트시티는 데이터와 인터페이스에 대한 표준도 만들어 어느 사업자가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호환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시 관점에서 표준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기술은 더 좋은 기술이 나오면 대체될 수 있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는 비교적 쉽게 대체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시티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기술 중심의 표준화 뿐 아니라 운영, 관리 등과 같은 도시 관점의 표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코디네이터는 "스마트시티에서 ICT의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라며 "ICT는 어디까지나 목적이 아닌 수단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참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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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기존 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이 꼭 ICT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표준화만 정확하게 해 주면 기존의 기술로도 충분히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주차공간 문제가 이에 해당한다. 주차공간이 어디가 비어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표준화해 서비스하면 쉽게 주차공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마트시티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는 바로 이런 것들"이라며 "필요한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삶을 향상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시티의 목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