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심위 끈질긴 심의, 홈쇼핑 허위방송 잡았다

상품과 관계 없는 SCI급 논문, 방송서 활용한 부분 찾아내

기자수첩입력 :2019/05/02 17:23    수정: 2019/05/08 15:25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의 집요한 심의가 빛난 안건이 있다. NS홈쇼핑·K쇼핑·현대홈쇼핑·홈앤쇼핑·롯데홈쇼핑·CJ오쇼핑 등 6개 홈쇼핑사가 판매한 '한율 송담' 화장품 관련 심의다.

해당 홈쇼핑사들은 판매 상품과 관련 없는 SCI(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급 논문을 방송에 활용해 법정제재를 받았다. 당초 방심위는 NS홈쇼핑들이 근거불확실한 표현을 방송한 부분만 문제 삼았다. 하지만 세밀한 심의를 통해 잘못된 SCI급 논문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심의에 대한 집요함이 가져온 의미있는 결과다.

한율 송담에 대한 심의는 지난해 9월 5일부터 시작됐다. 방심위 사무처는 NS홈쇼핑이 '그득그득 좀 많이 담아드렸다', '자연산 송이의 힘입니다'라고 언급하는 등 근거불확실한 표현으로 시청자를 오인케 해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5조(일반원칙)제3항을 어겼다고 판단, 회의 안건에 상정했다.

한율 송담 (사진=한율홈페이지)

이날 첫 회의부터 방송소위 소속 위원들은 성분에 대한 불확실한 표현과 더불어 SCI급 논문 인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윤정주 위원과 심영섭 위원은 'SCI급 논문으로 확인된 송이의 놀라운 효과'라는 표현에 대해 과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사무처가 해당 논문을 추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두번째 회의에서 진행된 NS홈쇼핑의 의견진술 자리에서는 이 홈쇼핑사가 고가의 송이버섯 추출물을 제대로 사용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박상수 위원은 송이버섯 추출물에 대한 함량에 의구심을 가졌고, 전광삼 상임위원은 국내 자연산 100%라는 부문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세번째 비공개 회의에서는 SCI급 논문에서 실험에 사용된 송이버섯 균사체 추출물과 상품에 함유된 송이버섯 추출물이 동일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어 네 번째 회의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특별위원회 화장품 전문가의 자문을 받기로 결정했다.

다섯번째 회의에서 방심위원들은 특위 자문을 통해 화장품에 들어간 원료인 송이버섯 추출물과 SCI급 논문 실험에서 사용된 송이버섯 균사체 추출물이 다르다고 판단, NS홈쇼핑에 제5조(일반원칙)제2항을 추가 적용키로 결정했다. NS홈쇼핑은 허위·기만적인 내용을 방송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여섯번째 회의에서 NS홈쇼핑은 제5조(일반원칙)제2항에 대한 의견진술 기회를 가졌다. 회사 측은 전문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규정위반을 하게 됐다며, 전문적인 자체 심의를 위해 1분기 내로 자문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방송심의 소속 위원들은 과징금(2), 관계자징계(1), 경고(2) 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심의는 계속됐다. NS홈쇼핑 외에도 한율 송담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SCI급 논문을 언급한 5개의 홈쇼핑이 더 있었기 때문이다.

한율 송담 판매 페이지에 나와 있는 SCI급 논문 언급 내용

일곱번째 회의에서는 K쇼핑·현대홈쇼핑·홈앤쇼핑·롯데홈쇼핑·CJ오쇼핑 관계자가 출석해 의견진술 기회를 가졌다. 한율 송담 화장품에 대한 NS홈쇼핑의 심의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내 보낸 CJ오쇼핑과 롯데홈쇼핑은 관계자징계, 위번 정도가 비교적 덜 한 현대홈쇼핑은 경고, K쇼핑과 홈앤쇼핑은 주의가 의결됐다.

해당 안건에 대해 최종 결정을 하는 전체회의가 지난 29일에 열렸다. 전체회의에서는 ▲NS홈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CJ오쇼핑은 '경고'를 ▲K쇼핑·홈앤쇼핑은 '주의'를 받았다. 그동안 방심위에서 SCI급 논문에 대한 제대로된 심의가 없었고, 그에 대한 기준도 없었기 때문에 과징금이나 관계자징계 등 중징계는 다소 과하다는 다수 위원들의 판단에서다.

관련기사

제재 결과는 비록 당초 방송소위에서 의결된 수위보다 낮게 나왔지만, 이번 심의로 홈쇼핑사들은 SCI급 논문 인용에 대해 좀 더 신중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협력업체가 내민 자료를 방송에 사용했을 뿐"이라는 변명 같은 해명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방심위의 집요하고 끈질긴 심의가 허위·과장 판매 방송을 근절하기 위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