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계열사 누락은 실수...카뱅 대주주적격심사 플랜B 없다"

결심 공판서 증인 통해 과실 인정하면서도 고의성 없어 선처 요구

인터넷입력 :2019/04/30 19:24    수정: 2019/04/30 19:28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시 신고 의무가 있는 5개 계열사를 누락한 혐의로 약식 기소된 뒤, 이에 불복해 열린 결심 공판에서 증인을 불러 혐의를 부인했다.

피고인 김범수 의장과 변호인단, 김 의장 측 증인 2명은 30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5단독 안재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했다.

김 의장은 “공대를 졸업하고 30년간 IT기업에서 일 해왔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한)2016년 순식간에 대기업이 되기까지 짧은 시간이다”며 “(카카오는) 통상 생각하는 대기업과는 다른 시스템이다.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어 “카카오가 인수한 계열사 임직원 면면을 보면 20~30대의 어린 사람들이고, 법무담당자가 한명도 없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상장하고 같이 힘을 합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동일인으로 지정된 나조차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에 따라 지켜야 할 부분을 따르는데 미숙해) 이런 일이 벌어 진 것으로, 이 사건이 벌어진 것을 계기로 더 신경 쓰겠다고 약속한다. 단순 담당자의 실수로 인한 계열사 누락이란 걸 감안해 선처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 측은 대기업 집단 자료 제출 시 계열사 임원이 지분 30% 이상 보유한 회사(계열사의 계열사)까지 신고해야한다는 것을 담당 실무자가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2016년 4월1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모든 계열사를 공시할 의무가 생겼으나 엔플루토, 플러스투퍼센트, 골프와친구, 모두다, 디엠티씨 등 계열사 5곳의 공시를 누락했다.

증거로 제출된 공문을 보면 ‘동일인이 단독으로 또는 동일인 관련자가 합해서 100분의 30 이상을 출연한 경우로 최다 출연자가 되거나 동일인 및 동일인 관련자 중 1인이 설립한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는 신고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당초 카카오는 계열사 누락을 자진신고하면서 공정위는 별도의 고발 조치 없이 ‘경고’ 처분을 내리고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검찰이 지난해 12월 공정위가 고발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사건을 종결했다며 김 의장을 벌금 1억원에 약식기소, 김 의장이 이에 불복하면서 재판이 열렸다.

카카오뱅크

공판에 출석한 증인 2명은 카카오가 2016년 4월1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법무 실무를 담당했던 강성 카카오 법무팀장(현 준법경영실 부사장)과 직원 A씨다.

김 의장 측 변호인과 증인 A씨에 따르면 카카오 법무담당자는 2016년 2, 3월 두 차례에 걸쳐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신고 자료를 제출했다. 지정 서류 제출에 대한 결재는 강 부사장이 최종적으로 맡았다.

2월 1차 자료 제출시 카카오 자산규모가 5조원을 넘지 않았으나 3월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을 인수하면서 5조원을 넘기게 됐다. 카카오 법무 담당자는 공정위에 수정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카카오 계열사 행정담당자들에게 공정위가 보낸 공문을 보냈지만, 계열사 임원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회사까지 보고하도록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카카오 계열사 대표 등으로 있는 남궁훈, 문태식, 김소희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회사들의 이름이 빠지게 됐다.

검사 측이 “2차 자료를 제출하면서 내부 결재 과정에서 김 의장이 빠진 이유”를 묻자, 강 부사장은 “김 의장은 카카오 회사에서 직책을 갖지 않고 이사회 의장일 뿐. 서류 제출 업무는 카카오가 위임을 받았다”고 답했다.

A 씨는 “지정 자료를 제출하고나서 공정위 사이트나 기업집단 포털을 봤더니, 다른 집단에 임원이 보유한 회사들이 올라와 있는 걸 보게 됐다”며 “계열회사 담당자들에게 요청하면서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지분 소유한 회사를 알려 달라고 하지 않았었다. 이후 지분 30% 이상 최다 출자자로 보유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돼 다시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고의성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또한 "(빠진 계열사 5개 회사) 이름도 처음 들어봤으며, 카카오과 직접 거래가 있던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골프와친구의 경우 자산총액이 5천400만원밖에 되지 않고, 빠진 계열사 5개 기업가치를 합쳐도 22억원 정도"라면서 "이미 기업가치 5조원이 넘은 카카오가 이들을 고의로 누락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이번 공판 이후 최종 법원 판결에 따라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을지 판가름이 난다. 카카오는 현재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는데, 벌금형을 받을 경우 부적격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김 의장은 공판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벌금형이 나올 경우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도전할) 플랜 B는 생각한 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