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곧 참전…치열한 ‘AI 스피커’ 거실쟁탈전

아마존과 구글이 이끌어…국내에선 통신사 주도

홈&모바일입력 :2019/04/26 17:05    수정: 2019/04/26 17:07

스마트폰 다음은 스마트홈이다. 최근 I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AI 스피커를 앞세워 사용자 집안으로 들어가기 위함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전세계 AI 스피커 시장은 오는 2020년에 21억 달러(약 2조 3천4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만큼 올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음성비서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스피커 아마존 에코 시리즈. 지원 언어와 출시 지역이 영어와 일부 유럽 지역이었는데 2017년 10월 인도에 이어 11월 중순 일본 출시를 통해 아시

■ AI 스피커, 스마트폰과 뭐가 다를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구글 어시스턴트와 구글 홈 구글 어시스턴트는 다를까. 아이폰 시리와 홈팟 시리는 같을까. AI 스피커는 스마트폰 음성 비서 기능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왜 AI 스피커가 스마트홈 핵심 기기로 주목받을까. ‘터치’에 이어 ‘음성’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음성인식 기술을 구현하는 데 있어 핵심인 소리나 음성을 주고받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이크와 스피커다. 상시로 음성 데이터를 녹음하고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 학습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보다 스피커 형식이 더 효율적이다.

이렇게 음성 인터페이스 플랫폼을 선점하면 스마트홈 시장을 선점하기 쉬워진다. 스마트홈은 집 안 가전제품을 비롯해 조명이나 스위치, 콘센트 등 모든 장치를 통신에 연결해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집을 말한다. 여기서 AI 스피커가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 정지수 연구원은 “음성인식 스피커 시장에는 선점하면 그 이후 막대한 이점을 안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시장선점우위가 존재한다”며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더 다양한 제휴 업체들과 손을 잡아 생태계를 먼저 구축하는 사업자일수록 유리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 아마존과 구글이 주도하는 AI 스피커 시장

스마트폰의 시작이 애플이라면 AI 스피커의 시작은 아마존이다. 현재 시장을 이끄는 것도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14년 알렉사를 탑재한 에코를 첫 출시했다. 지난해 12월 아마존 발표에 따르면 알렉사와 호환되는 스마트홈 기기는 2만8천개가 넘는다.

구글 홈 미니 (사진=씨넷)

구글은 2016년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의 AI 스피커 구글 홈을 발표했다. 구글은 지난해 9월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구글 홈을 국내 출시하기도 했다.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 가능한 스마트홈 기기는 1만개 이상이다.

출시 시기는 점유율에 영향을 준다.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 선두는 아마존이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2018년 미국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 1위는 아마존으로 67%에 달한다. 2위는 점유율 30% 수준을 차지한 구글이다. 이마케터는 아마존이 2020년까지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 국내는 통신사, 가전사, 포털업체 진출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통신사, 가전사, 포털 업체들이 진출한 상태로 아직 뚜렷한 1위 사업자는 없다. 한국어를 중심으로 실행되는 국내 음성비서는 국내 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AI 스피커 시장에는 통신사, 가전사, 포털 업체가 진출했다. (사진=KT경제경영연구소)

특히 통신사업자가 주도적이다. SK텔레콤은 2016년 9월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KT는 2017년 1월 ‘기가지니’를 선보였다. 여기에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프렌즈’와 ‘카카오 미니’를 내놓았다.

이른 시일 내에 삼성전자도 첫 AI 스피커 ‘갤럭시 홈’을 출시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 미국 홈페이지에는 갤럭시 홈 이미지에 ‘커밍 순’이라는 문구가 걸렸다.

갤럭시 홈 이미지에 '커밍 순'이라는 문구가 걸렸다.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KT그룹 디지털 미디어렙 나스미디어가 펴낸 ‘2019 디지털 미디어&마케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AI 스피커 보급 대수는 8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10가구 중 4가구는 AI 스피커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 ‘이것은 스피커인가 TV인가’ 스마트 디스플레이 등장

AI 스피커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도 나온다. 이른바 스마트 디스플레이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동영상 시청이나 웹 브라우징, 영상 통화 등이 가능하다.

아마존은 2017년 알렉사 기반 스마트 디스플레이 ‘에코 쇼’를 출시했다. 페이스북도 알렉사가 연동된 스마트 디스플레이 ‘포털’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구글과 레노버, JBL, LG전자 등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오는 29일 SK텔레콤도 ‘누구 네모’를 출시할 예정이다. 누구 네모는 기존 ‘누구’에 7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이다. 누구 네모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으며 실시간 환율정보, 증권정보, 운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AI 스피커 ‘누구 네모’를 18일 공개했다.(사진=SK텔레콤)

LG유플러스도 화면 달린 AI 스피커 'U+AI 어벤져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U+AI 어벤져스'는 마블과 협업한 AI 스피커로 네이버의 음성인식 비서 '클로바'를 품었다.

■ “AI 스피커, 말귀부터 잘…”

AI 스피커는 디스플레이 탑재나 음질 개선 등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 중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스피커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개발에 더욱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AI 스피커 사용자는 음성인식에 가장 많은 불만을 품었다. 2017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AI 사용 중 소비자 불편 사항으로 ‘음성인식 미흡’(56.7%)이 가장 많았고 ‘연결형 대화 곤란’(45.7%), ‘외부소음을 음성명령으로 오인’(37.0%) 등을 꼽았다.

관련기사

한국소비자원 측은 “음성인식 스피커는 첨단기술이 적용된 인공지능 가전제품으로 광고되지만 음성인식이 미흡하거나 음성명령을 오인하는 등 불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속적인 품질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인공지능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정립되지 않았고, 현행 법률의 유사한 개념(지능 정보기술)을 적용하더라도 국내 업체의 ‘인공지능’의 표시·광고가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